따뜻한 일상을 그리는 러블리 소울 빅마마 '민혜'의 "Happy Reverse"
바야흐로 'Happy Sound'의 전성시대다. 록 밴드들이 득세했던 홍대 인디씬은 어쿠스틱 사운드의 달콤말랑한 뮤지션들이 주도권을 넘겨받았고, R&B 뮤지션들도 '네오소울'을 표방하며 부드러운 사운드로 사랑받고 있다. 해가 거듭되어도 식을 줄 모르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신드롬, 고음 하나 없는 제프 버넷의 음악이 수년 간 국내 팝음악 차트 정상을 지키고 있는 현상 등은 소울 디바와 록 보컬리스트들이 사랑 받았던 십 수 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런 분석이 가능하다. 현재의 다수 대중은 음악을 들으며 슬픔을 극대화시키기보다는 행복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싶어 한다.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던 '빅마마'는 풍부한 성량과 고음을 자랑한 팀이다. '빅마마'의 막내 '박민혜'의 목소리 역시 '빅마마' 스타일에 잘 녹아 있었고, 이는 신연아와 함께 활동했던 빅마마소울 시절까지도 이어졌다. 우리는 '빅마마' 멤버들의 음악 스타일을 감성을 극대화시키는 애절한 소울 음악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박민혜의 음색과 성향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빅마마의 전체적인 톤과 다르게 그녀의 음색은 부드러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언니들의 강한 목소리를 부드럽게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으며, 따뜻하게 전개되는 그녀의 보컬은 소울보다는 재즈 톤에 가까웠다.
'박민혜'의 솔로 데뷔 앨범 [You & Me]는 그녀의 부드러운 음색을 살린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슬픈 사랑을 어둡고 무겁게 노래하기보다는 사랑의 행복을 밝고 가볍게 노래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에 더해진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는 리듬감은 빅마마를 통해 경험했던 그녀의 가창과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happy reverse', 행복으로의 반전을 만들어 낸 그녀의 선택은 성공적이다. 행복의 메시지로 공감을 유도하는 그녀의 '러블리 소울' 스타일이 'happy sound' 전성시대에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행복을 만들어 내는 악기로는 어쿠스틱 기타가 선택을 받았다. 때로는 멜로디를 주도하는 악기로, 때로는 리듬감을 만들어 내는 악기로 기타를 선택했으며, 키보드 중심의 팝사운드를 배제하고 코러스와 퍼커션으로 사운드를 확장시키면서 도시적이지 않은 청량함을 만들어 냈다. 대자연에서 바람을 느끼듯 시원하고 상쾌하게 맞이할 수 있는 위로의 음악. '민혜'는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으로 어번 사운드의 틀을 깨면서 빅마마 출신이라는 강한 이미지도 함께 깨뜨렸다.
너와 나, 함께 하는 발걸음 첫 솔로 미니 앨범 [You & Me]
이번 앨범은 다섯 곡이 담긴 미니 앨범이다. 리믹스나 인스트루멘탈이 수록되지 않은 온전한 다섯 곡이 수록된 앨범으로 세 곡의 해피송이 앨범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후반부의 두 개 트랙은 다채로움을 전한다. 음향감독인 남편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사운드는 보컬의 퀄리티를 받쳐주기에 부족함이 없고, 민혜 본인도 작곡가로 앨범에 이름을 올리면서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은 "Lovely Step", 기타리스트 박경호가 활동하는 기타 연주팀 2Km가 'Hocci Step'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연주곡에 목소리를 더해 새롭게 만들었다. 목소리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곡을 전개해 나가는 민혜의 절제미가 돋보이며 상쾌한 기타 연주에도 푹 빠져볼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너를 사랑해.'라는 가사가 연인간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 가사는 강아지를 대상으로 한 곡이다. 기타 사운드가 사랑스러운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강아지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두 번째 트랙은 "Let Me Inside". '민혜'가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 막 시작되는 가슴 뛰는 사랑을 수줍고 조심스럽게 멜로디에 담았다. 힘을 빼고 부른 "Lovely Step"과 달리 고음 파트를 많이 배치해 감출 수 없는 사랑의 격정을 과하지 않게 표현했다. 리듬을 만들어 내는 기타와 퍼커션 사운드가 행복감을 이끌어 낸다.
세 번째 트랙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연상연하 (You & Me)". 연상녀가 연하남에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곡으로 앞의 두 곡과 마찬가지로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는 리드미컬한 곡 전개가 특징이다. 가벼운 느낌을 전하지만 두터운 사운드에서 곡에 쏟은 노력과 정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네 번째 트랙은 이번 앨범에 담긴 유일한 이별 노래 "봄바람". 인디씬의 포크 음악을 듣는 듯한 담백한 창법에서 민혜의 넓은 보컬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민혜' 본인이 작곡했으며, "봄바람"이라는 긍정적 느낌의 단어로 이별을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마지막 트랙은 "Angel". '빅마마소울' 시절 신연아와 듀엣으로 불렀던 곡을 솔로곡으로 재편곡해서 수록했다. 클래식 작곡가 이지수가 편곡을 맡았으며, 스트링 편곡을 통해 드라마틱한 매력을 확보했다. 웅장함과 경건함이 느껴지는 수작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민혜'의 가창력 또한 돋보인다. 2003년 '빅마마'로 데뷔했으니 벌써 데뷔 12년... 12년의 내공을 담아 만들어 낸 늦깎이 첫 솔로 앨범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흐뭇한 일이다. (글 / 대중음악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