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소희 <구름곶 여행>
<구름곶 여행>은 일견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세계를 연결한다. 장구 반주와 목소리만을 남겨 시김새의 질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황해도 지역의 음악 유산. 그리고 송소희만의 서정과 동화적 상상들로 가득 찬 구름곶의 정경. ‘몽금포 타령’과 ‘구름곶 여행’ 사이에는 어떤 단절, 혹은 시차가 존재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송소희는 바로 이 시차를 통해 새로운 국면을 예고한다. ‘몽금포 타령’이 지닌 가사의 구조적 모티브는 ‘구름곶 여행’ 도처에 투영되어 있다. ‘구름곶 머리에 종소리 나더니’ 라는 가사는 ‘몽금포 타령’의 도입을 감지하게 만든다. 산뜻한 템포로 이어지는 세 음절의 노랫말들, 마지막 노랫말을 길게 늘이는 독특한 말붙임새, 메기고 받는 구조의 감각적인 해석까지. 송소희는 뻔한 계승자를 자처하지도, 불온한 상상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편안하고 담백하게 두 곡의 시차를 좁혀 자신만의 유토피아적 풍경을 구축한다.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는 행위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이상향을 의미하는 구름곶은 송소희가 새로이 만든 세계이자 평화와 안식의 상징이다. 송소희의 구음으로 길게 이어지는 음악의 후반부는 평온한 이미지를 극대화하며 구름곶이라는 특별한 위로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 앨범은 송소희가 어디로부터 왔는지,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자신의 위치를 공표하는 새로운 이정표다. 한국 전통음악이라는 자신의 음악적 본령을 잊지 않으면서 또 다른 목적지를 마음껏 상상해 보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두 세계는 어떠한 위계 없이 서로를 지탱한다. 송소희는 두 세계를 가로지른다.
성혜인(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