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픽스(THE FIX) 싱글 ‘RUSH’ 리뷰
걸크러시의 시선을 돌리는 강렬한 시작
더 픽스(THE FIX) 데뷔 싱글 ‘RUSH / Moonrise’
지역, 시대를 막론하고 록 역사에서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밴드는 찾기 어렵다. 정통 록사운드로 무장한 팀을 찾는 건 더욱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JTBC <슈퍼밴드 2>에서 보여준 ‘더 픽스(THE FIX)’의 무대는 인상적이었다.
‘걸크러시’는 대중문화의 일상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아이돌, 힙합, 댄스팀 등 각종 문화 장르에서 여성 퍼포머들이 얻는 인기는 폭발적이다. 유연하고 풍성하며 도발적인 매력. 여성만으로 구성된 록밴드 ‘더 픽스’는 걸크러시에 열광하는 대중의 시선을 록음악으로 돌리기에 충분하다. 역시나 유연하고 풍성하며 도발적이다.
‘더 픽스’는 린지(리더, 보컬), 황현조(DJ, 베이스), 은아경(드럼), 정나영(일렉기타)으로 구성된 4인조 여성 록밴드로 JTBC <슈퍼밴드 2> 결승 최종라운드에 진출, 최종 4위를 차지했다. 전자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일렉트로닉 록의 모양새를 보이지만 장르의 틀 안에 가두기에 아까울 만큼 자유롭고 다채로운 스타일을 표현한다. 하드록의 묵직함, 이모의 증폭된 감성, 팝/R&B의 유연한 보컬 라인, 하이브리드 록의 공격성과 흥겨움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가 되는 밴드에서는 멤버들의 신뢰 속에서 이루어지는 역할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더 픽스’의 멤버 조합은 칭찬할만하다. ‘더 픽스’는 곡 작업뿐만이 아닌 밴드 전체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프런트맨 린지의 리드와 그 안에서 멤버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빛내주고 있다. 음악만 들어도 서로의 능력들을 존중하고, 의지하며 합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회성 조합이 아닌 밴드로서의 롱런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의 첫 레코딩은 ‘RUSH’와 ‘Moonrise’ 두 곡이 담긴 싱글. 타이틀곡은 ‘RUSH’로 ‘더 픽스’의 강렬한 첫출발을 알리는 당찬 포부를 담았다.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네의 이미지를 표현했으며, 폭발하며 질주하는 여전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자신감 넘치고 포기를 모르는 자신들의 모습, 이제 시작하는 신인이지만 언제든 준비되어 있다는 의지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Moonrise’는 늑대인간의 사랑과 삶을 다룬 독특한 주제의 곡이다. 기존 ‘더 픽스’의 곡들과 달리 일렉트로닉 록 장르의 느낌을 덜어내고 리얼 밴드 사운드를 더 부각시켰다. ‘늑대인간’이라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고스(Goth) 스타일, 긴장감을 점점 고조시키는 섬세한 곡 구성,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린지의 깊은 보컬 등 인상적인 포인트들이 많다.
시작의 당찬 포부를 밝힌 ‘더 픽스’가 긴 호흡으로 질주하며 걸크러시 신드롬을 록음악으로 이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