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니는 베토벤에서 '낯설게 하기'를 추구한다. 그의 손을 거친 베토벤 소나타들은 객관적이고도 이지적이면서 새롭다. 연주자 폴리니의 감성과 즉흥성, 스타일보다는 작곡가 베토벤의 세계관과 감성이 지배적이다. 폴리니는 소나타를 녹음하면서 자신의 그 '완성'된 베토벤이 또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 바 있다. '템페스트'에서는 질풍노도에 지속성을 더 부여했고
'발트슈타인' 소나타에서는 그가 텍스트의 명료함과 음악적인 감동 사이를 고민하고 있다. '열정'은 21세기 들어서야 발매됐다. 폴리니는 엑스레이로 찍어놓은 듯 명료하게 텍스트를 투시한다. 광채를 발산하는 타건, 한 치의 오차 없이 거리를 두고 나열되는 음표들. 엄청난 집중력과 통찰력이 느껴진다. 슈나벨·박하우스·켐프·아라우·제르킨 등 옛 거장들이 자유롭고 인간적이며 상상력 풍부한 베토벤의 세계를 그렸다면. 폴리니의 열정은 백열의 고온이다. 폴리니가 구현하는 구조적 완결체에는 발단도 절정도 없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미래의 해석이기도 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