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2014)
트렁크 세 개와 개 두 마리. 그렇게 떠나기로 했다. 오십에 시작하는 새로운 삶.
텍사스 한 모텔에서
기쁨과 설레임. 어쩌면 어깨 위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작은 행복.
하지만 시련이 따라왔다.
병을 얻었다.
1년 동안 앓으며 가슴에 묻으며 병과 내가 나누었던
치유의 속삭임.
고마워. (2021)
문득,
산이 가고 싶어져 낡은 가죽신을 꺼냈다.
고마웠다.
풍선만 한 혹을 매달고
숲길을 함께 걸어주는 온달이도.
고마웠다.
함숨 쉬려고 앉은 바위도, 흐르는 땀 식혀주는 바람도.
고마웠다.
나 혼자 깊은 산속에서 ‘고마워’라고 작게 소리쳤다.
붉은 나무 (2015)
텍사스주 작은 마을의 성당.
나무 십자가를 바라보는 노인들뿐이다. 고개도 들지 못하고,
일어서지도 못하는,
휠체어에 앉아 멍하니 십자가만 바라보는.
하루 중 가장 활기찬 낮 열두시. 하지만 여기는 가장 편안한 곳이다. 인생을,
찾아헤매다 앉은 곳.
그렇게 쉬어가는 곳.
나무 밑 (2009)
세상은 그녀의 절규에도 귀를 막았다. 도리질 치는 그녀의 얼굴은
하루 종일 우울한 죄의식에 머물게 했다.
TV에서 본 기억도 없고, 이름도 처음 들었던.
어린 여배우를 위한 진혼곡.
푸른 눈의 친구에게 (2022)
“무대 위에서 푸른 눈의 소녀가 노래한다. 막이 내려지며 어두운 밤이 시작된다.
환한 무대 조명은 사라지고
소녀는 곰인형에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사라졌다”
외신 기사를 읽은 뒤
머릿 속에 그려진 소녀의 죽음.
살육과 강간, 폭력의 피가 무서웠다. 아이들의 얼굴, 그리고 철모 속의 푸른 눈.
그 안에 내얼굴이 보였다.
이 시간에도 삶과 죽음을 오가는
저 멀리 해바라기 가득한 땅의 청년들에게 ‘친구가 되어줄게’라고 말하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