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희의 나비>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예술인들과 현대음악, 창작음악, 전자음악, 대중음악, 무용음악, 연극음악, 재즈음악, 월드음악, 미디어음악 등을 연주해 온 저는 전통이 모든 장르에 근간을 이루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통의 선율, 구조, 음향, 편성을 재해석한 창작곡과 개량악기를 연구하며 미래의 전통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1967년 경에 해금의 울림통의 크기 및 방향, 입죽의 길이 등을 변형한 해금이 "저음해금"이라는 명칭으로 등장하였고 90년대에는 좀 더 보완된 형태의 대해금으로 창작곡을 연주한 시도가 있었지만 당시 운지상의 문제점과 함께 성음과 음량 등에서 다른 국악기와의 합주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지속적인 연구와 보완 작업을 해왔고 그 결과 2020년에 산조 3바탕 앨범을 출반하여 대해금의 산조 연주 가능성을 입증해 보인바가 있습니다.
이후에도 줄과 입죽의 변화를 통한 거듭되는 실험을 거쳐 대해금으로 정악의 풍부한 시김새 표현이 가능해졌고 악기의 성음도 여러 국악기들, 특히 생황과 잘 어울림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최근 생황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효영님과 함께 평조회상을 연주해 보았습니다.
1930~40년대의 기록을 살펴보면 <경성방송국 방송목록>에서 총 15회, <이왕직아악부 이습회연주회 목록>에서 총 13회의 해금과 생황이 함께 연주한 편성형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합주 편성이지만 경성방송국 방송목록에서는 1933년 10월 10일, 12월 1일과 1934년 5월 30일, 6월 4일에 민완식(해금)과 이병우(생황)가 길군악, 길염불을 병주했고, 이습회에서도 1934년 7월 5일, 1937년 10월 8일에 김천흥(해금), 왕종진(해금), 박창균(생황)이 수연장지곡과 요천순일지곡을 두 악기로만 연주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편성으로 화려했던 강점기시대의 기록에서 미미한 다섯 번의 연주 횟수는 그만큼 해금과 생황사이에 음량과 배음 조화가 당시에 선호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산회상'을 낮은 조로 변주한 '평조회상'은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악기를 복수 편성하여 관현합주의 형태로 연주합니다.
이 경우 음량과 음역이 달라짐에 따라 세피리는 향피리로 바뀌고, 대금의 고음은 소금이, 해금의 저음은 아쟁이, 장구의 북편은 좌고가 추가되어 보완하게 됩니다.
이러한 음량구조에 따라 해금의 음량을 약 2.5배로 확장하고 중음영역을 보완한 대해금으로 기존의 선율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시김새가 표현될 수 있게 재해석한 평조회상에서 이전엔 찾아볼 수 없었던 대해금만의 새로운 호흡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난히도 더웠던 2022년 여름 내내 저와 함께 앨범을 위해 고생해준 김효영, 장우균님과 악기연구에 무한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난계 조준석 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대해금이 전통악기로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미래의 그 날을 기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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