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다’라는 뜻의 [be opposite].
앨범의 수록곡들이 모두 가리키고 있는 것들이 있다.
공존할 수 없는 꿈과 현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공존할 수밖에 없는 끝맺음과 미련, 아름다움과 시련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마주하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 라이너 노트
7곡이 하나의 감정선으로 촘촘히 엮여 한 편의 아련한 단편영화를 본 듯하다.
깔끔하게 잘 계산된 것처럼 아주 유유히 흘러가다가도 어떤 한 지점에서 계속해서 툭툭 걸리고 나도 모르게 먹먹해지는 건 욕심 내지 않는 무해함 0%의 멜로디와 진정성 100%의 가사 때문이지 않을까.
오느린의 피아노는 곡 곳곳에서 단단한 지지대 역할을 해내고 있다. 뻔한 것을 뻔하게만 흘려보내지 않는 진행에서 내공이 숨기려 해도 다 드러난다.
윤혜린의 보컬은 차갑기도 따듯하기도 하다. 양면성을 가진 목소리가 감정을 날카롭게 찌르다가도 또 한없이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기도 한다.
마치 그때의 나, 그리고 내가 했던 사랑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이번 정규 앨범이 오느린윤혜린이 추구하는 감성이 가장 잘 응축된 앨범이 아닐까 한다.
심은지 / 작곡가
깊이 가라앉은 슬픔과 허무는 ‘나’ 그 자체이기도 하고, 나와 무관한 다른 ‘무엇’이기도 하다. 이들을 끌어내는 것은 ‘고백’이다. 불안이 잠시 떠오르다가 다시 내려앉으며 물을 탁하게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전부 수면 밖으로 내던져져 한동안 평온한 물살을 선사하기도 한다. 우리는 대개 일상에 스치는 모든 것을 탓하면서 막상 고백에는 야박하다. 스스로 지독하게 한심하다고 여겨 어두운 감정을 가장 밑바닥에 감추고,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곤 한다. 세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아주 천천히 잠긴다.
듀오 오느린윤혜린이 데뷔 싱글 <지금> 이후 만 2년여 만에 발표하는 첫 정규앨범 <Be opposite>은 말을 건네는 앨범이다. 그저 툭 내던지는 말이 아니라 깊은 곳에 묵혀둔 혹은 나도 모르는 사이 하나둘 스치며 감춰졌던 말들이다. 트랙 하나하나에 노골적인 고백이, 한참을 에둘러 알 듯 모를 듯 전하는 마치 시(poem)나 편지 같은 진심이 고루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무거운 생각과 감정들을 낚아 올리는 이들의 낚싯대가 절대 경박하지도, 약해빠지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깔끔한 결말과 여분의 미련, 아름다움과 시련.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없는 것들을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한자리로 끌어올려 각각의 노래로 완성한다.
물 밖에서 마주한 두 사람의 고백은 다소 이중적으로 들린다. 처량한 발라드와 순진한 팝 포크 사이, 따듯한 선율과 계산적인 구조 사이, 차분한 진행과 격정적인 감정 사이에 모호하게 걸터앉아 양측 모두의 편을 든다. 타고난 그루브와 바이브레이션, 단단하고 청아한 발성을 함께 품은 윤혜린의 보컬은 물론, 그를 돕는 담백하지만 동시에 힘 있는 오느린의 목소리가 곡의 주제와 분위기에 따라 자유로운 유영과 심각한 잠수를 오가며 듣는 이도 대화에 함께 참여하길 권한다. 리드미컬한 기타 스트로크가 비틀거리는 마음처럼 여겨지거나 씩씩한 타건이 무심한 시간처럼 흘러가는 등 곡의 이야기와 구성이 절묘하게 맞물린다.
‘청춘’이라는 말은 일찌감치 오염되었다. 그것도 청춘이 아닌 이들에 의해. 그 단어는 실제 청춘의 속내 대신에 아픔과 고통, 미래와 가능성을 담보한 ‘상태’를 뜻하는 ‘형용사’로 얼룩져 있다. 이 앨범의 타이틀 ‘마주하다’(be opposite)는 be 동사와 형용사가 만나 서로 공존하기 어려운 것들을 정면에 마주한 우리 상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동사’이기도 하다. 생각과 감정을 부지런히 움직여 모든 슬픔과 허무, 희망과 설렘을 담담히 혹은 당당히 들여다보고, 더 위로, 더욱더 높이 꺼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오늘이 지나야 어제가 그럭저럭 괜찮은 청춘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적어도 오느린윤혜린은, <Be Opposite>은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고 성숙하게, 그러나 여전히 천진하고 씩씩하게 답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정병욱 / 대중음악평론가
[Be opposite]
1. Intro
빛이 은은하게 내려오는 5시경의 대교를 정처 없이 걸었다. 많은 생각과 일련의 책임감들로 인해 몸이 무겁지만, 순간순간 느껴지는 따스함을 느끼며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가끔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잔잔한 바다가 있고 마음속으로 감탄도 하면서.
2. 끝
좀처럼 놓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아쉬움 이 말만으론 다하지 못할 내 마음의 낙서들'이라는 가사가 이 곡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기도 하며 마음에 남겨진 낙서들에 대한 투정이다.
3. 머무를 시간
마지막일 것 같은 예감은 신기하게도 틀린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몸을 감쌀 때 나는 늘 슬퍼했다. 끝이 오는 것을 알았지만 잡을 수는 없다. 나도 너도 그리고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소중한 마음이 모여서 하나가 되었던 순간들. 다시는 오지 않을 아름다운 날들.
4. 순간
꿈을 향해 달려가던 중 현실의 벽에 부딪혀 힘들 때가 있다. 다만 잠시라도 누군가에게 힘들다, 울고 싶다며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이야기.
5. 그때의 나는 잘 지내니
20살의 내가 첫 손님이었던 작은 카페. 하얀 틀을 가진 통유리 안으로 꽃이 가득 비치는 그런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겨울 속에 있은 듯한 등유 냄새가 반기고 나는 마치 지정석이 있다는 듯이 가장 구석진 곳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아마도 평온했던 것 같다. 생각도 조금은 단순했던 것 같다. 아주 가끔은 그리워지는 그때의 나는 잘 지내고 있을까?
6. Stay here
아주 사적인 이야기다. 또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을 때 완전해지는 나는 지금이 영원하길 꿈꾼다. 시간이 지나고 세상의 모든 색이 바뀐다 해도 서로 두 눈을 맞추며, 두 손을 잡으며 영원을 그리는 것이다.
7. Piano man
꿈과 현실의 괴리감에서 오는 마음이다.
8. 머무를 시간 (isnt.)
9. 끝 (ins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