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 Stone EP [Psychiatric Hospital]
형형색색의 디자인, 그리고 사이키델릭 음악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글꼴. 때론 음반 커버만으로 그 안에 담긴 음악이 어떨지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써드 스톤이란 밴드의 이름이 보인다. 그렇다면 더욱 확신할 수 있다. 이 음반 안에서 어떤 음악이 펼쳐지고 있을지. 블루스와 사이키델릭을 절묘하게 접목해 멋진 라이브를 들려주던 밴드 써드 스톤이 돌아왔다. 써드 스톤이란 이름으론 10년만의 귀환이다.
물론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멤버 교체도 있었고, 써드 스톤 대신 사이키문으로 밴드 이름을 바꿔 활동하기도 했다. 밴드 리더 박상도는 틈틈이 개인 활동도 했다. 하지만 써드 스톤이라는 밴드를 있게 해준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의 유산을 잊지는 않았다. 한참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1960년대 후반의 블루스 록 음악에 대한 경배의 마음을 잃지 않았고, 가장 기초적인 형태인 록 트리오 구성도 그대로 유지했다. 써드 스톤이라는 이름 자체가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의 곡 ‘Third Stone From The Sun’에서 따온 것이다.
처음부터 써드 스톤이 지금과 같은 음악을 한 것은 아니다.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을 거칠게 ‘블루스’와 ‘사이키델릭’으로 분류한다면 써드 스톤 음악의 방점은 블루스에 찍혀 있었다. 초기의 써드 스톤이 블루스 록에 경도돼 있었다면 세 번째 앨범 [Psychemoon]에서부터 사이키델릭의 효과를 강하게 표현했다. 써드 스톤은 블루스 록을 기반으로 두고 자신들만의 환각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를 펼칠 수 있는 밴드가 되었다.
10년만에 발표하는 EP [Psychiatric Hospital]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냈던 써드 스톤이 그 세계를 더욱 확장시킨 음반이다. ‘정신병원’을 음반 제목으로 한 것에 알 수 있듯 일관된 콘셉트를 가진 음반이기도 하다. 지금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정신을 주제로 ‘Burn Out’이나 ‘Panic Disorder(공황장애)’ 같은 현대인의 질병을 노래 제목으로 만들었다. 이는 단순한 콘셉트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각몽과 유체이탈을 경험해온 박상도가 그 경험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하나의 세계다. 그 세계가 경험 그대로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건 물론이다.
박상도(기타, 보컬), 임민호(베이스), 안성룡(드럼)이 과거의 록 트리오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두툼한 질감의 소리로 강렬한 블루스 록과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구사하면 성기문(오르간)과 헬렌(보컬)은 자신들의 소리로 환각의 세계를 더욱 확장시킨다. 3집에서 베이시스트로 참여해 써드 스톤의 사운드를 만들었던 한두수는 이번 작업에선 프로듀서로 참여해 멤버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도왔다.
사운드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다. 앞서 나는 ‘이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두툼한 질감의 소리’라고 썼다. 이제 이런 질감의 록 사운드를 쉽게 듣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자신들의 지향점이 무언지, 또 자신들이 내고 싶은 소리가 무언지를 확고하게 알고 있는 연주자들, 그리고 오랜 경력을 갖고 그 의도를 펼칠 수 있게 해준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이 함께 이룬 성과다. 앨범의 시작을 여는 연주곡 ‘Astral Projection’부터 음악은 말 그대로 작렬한다. 이 작렬하는 소리는 25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이어진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