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정규앨범 [Alone..Not Alone]
얼굴보다는 연주들이 익숙한 ‘기타리스트 이근형’의 음악 인생 최초 솔로 작품집
1987년에 공개된 강력한 헤비메탈 밴드 ‘작은하늘’의 데뷔 앨범에서 머리를 강타하듯 예리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에 그 힘 있는 리프들이 매력적이었던 곡 <떠나가야지>는, 남다른 시원한 창법을 과시하는 국악 전공 보컬리스트 김성헌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어 여러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왔고 요즘에도 종종 라디오에서 선곡되는 <은빛호수>에서의 서정적인 아르페지오 연주는 밴드 작은하늘을 더 많은 팬들에게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미 록 뮤지션들이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고수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이근형은 당시 가장 공격적이고 헤비메탈스러운 연주로 주목과 찬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여타 경쟁 밴드들에 비해 방송 기회도 적었고 얼굴도 덜 알려지기도 했었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유례가 없던 예로 작은하늘의 두 번째 앨범은 이근형의 친동생으로 역시 훌륭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이기도 한 이근상이 이끌며 완전히 다른 밴드의 형태로 앨범을 내놓게 된다. 그러다가 이근형의 연주와 헤비메탈 밴드 활동을 다시 접하게 된 것은 시나위에서 나오게 된 김종서, 그리고 드러머 김민기, 베이시스트 박현준 같은 록계의 스타급과 함께 결성한, 이젠 나름대로 귀한 앨범이자 이름이 된 ‘카리스마(Charisma)’였지만 이 밴드 역시 오래 안정된 활동을 할 순 없었다.
대한민국 대중음악 헤비메탈 계보에서는 빠질 수 없는 몇 개의 중요 헤비메탈 밴드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작곡가 등의 역할을 했던 기타리스트 이근형은 1990년대 이후로는 프로듀서. 작곡가, 전문적인 세션 기타리스트로써, 동생인 이근상도 같은 방향과 역할로 함께 새로운 음악가의 길로 전환해 활동하게 된다. 그러다가 다시 그의 음악적 능력과 연주들이 알려지게 된 건 신성우의 솔로 1~3집이었다. 대중들이야 신성우의 외모와 노래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그 앨범의 록적인 매력과 작곡 방향, 편곡 그리고 “역시!~”하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는 이근형 특유의 필살기였다. 그렇게 우리는 신성우의 대표곡 <내일을 향해>, <노을에 기댄 이유>, <서시> 등의 대표곡을 이근형의 영향권 하에서 기억하게 된다.
음악 좀 찾아 듣는다는 분들에겐 2013년에 신현권, 김민기와 함께했던 ‘S.L.K.’도 귀한 자료겠지만 많이는 알려지지 않았고, 지난 2016년부터는 프로젝트 밴드 형식으로 ‘작은하늘’ 이름을 찾아 장태웅(베이스), 장혁(드러머)같이 업계에서 인정하는 연주 고수들과 음악을 했다.
오랫동안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기타 연주로는 탑클래스로 인정받아온 이근형이었던지라 이런 밴드 활동보다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의 작곡 작품들과 연주들로 꾸준히 그의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히트곡들만 추려 열거해보자면 임재범의 <고해>, <너를 위해> 이승철의 <긴 하루>, <만리꽃>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김범수의 <보고싶다>, <끝사랑>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윤도현의 <사랑했나봐>, <오! 필승 코리아> 김건모의 <서울의 달>,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MC The Max의 <잠시만 안녕>, <사랑의 시> 럼블피쉬의 <으라차차>,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외에도 조성모, 신승훈, 변진섭, 이문세 등 발라드 스타일 가수들을 비롯해서 터보, 젝스키스, 신화, SES, 핑클, 쿨, 소찬휘, 자자 등 댄스/아이돌 그룹들의 수많은 히트곡들에서 이근형의 손맛을 즐길 수 있었다. 이근형은 이런 음악가이자 천상 기타리스트로 살아온 인물이다.
좀처럼 기회도 없었고 때로는 여러 이유로 용기도 나지 않았겠지만, 근 40년에 가까운 음악 인생을 반영하고 돌아보며 오롯이 “기타리스트 이근형”을 내세울 수 있는 솔로 연주 앨범이 이제야 나오게 됐다. 이근형이 그간 걸어온 음악계를 반영하는 듯하며 현재 대중음악계에서의 그의 소회 내지는 극히 대중적이거나 상업적일 수 없는 연주 앨범을 기획하며 달게 된 타이틀은 여러 의미가 내포된 듯한 [Alone... Not Alone]이다. 여러 역할과 참여로 한국 대중음악계를 지켜봐 왔고 함께 한 이근형도 이젠 50대를 보내고 있는 나이와 연륜을 지니게 됐다. “이근형”의 이름을 내세운 첫 솔로작이자 연주곡들이 수록된 특별한 앨범에는 모두 10곡이 실려 있다.
대한민국 록계에서는 연주곡들만 담긴 솔로 앨범으로는 바로크/스피드 메탈 밴드 디오니서스 출신의 속주 전문 기타리스트 배재범이 변신을 하며 퓨전 재즈곡들을 담았던 것과 다운타운/넥스트/노바소닉 출신의 김세황은 클래식 곡들을 해석하고 수용했었으며, 역시 여러 가수의 세션으로 알려진 록 기타리스트 박창곤의 솔로 앨범들이 대표적으로 기억난다.
강한 하드 록 성향 연주나 헤비메탈 리프들은 사용 안 한 이근형의 첫 솔로 곡들은 스탠다드 하며 클린톤의 기타 성향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간 오랫동안 좋아한 Jeff Beck의 느낌이나 일부에서는 Eric Johnson 같은 기타 성향도 느껴지는 편이다. 부담 없고 어렵지 않은 진행 속에서 일부 곡에서는 살짝 현대적인 접목과 실험성이 더해져 있는 편이다.
참고삼아 이근형 본인이 이야기하고 설명하는 솔로 앨범의 내용과 방향을 일부 공개한다.
“내가 지향하는 장르는 바로 ‘나’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영향받은 모든 것들이 음악으로
표현되는 창의적이며, 장르를 넘나들며 구분이 없는 자유로운 표현 방식의 음악이 곧 내 색깔이라 생각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짧은 인연조차 소홀히 하지 않고 좋은 경험들을 토대로 연주자로서의 표현력을 크게 갖고자 지금도 노력을 많이 한다. 폭발적인 에너지의 록 밴드 시절도 수십 년간의 스튜디오 레코딩 뮤지션의 세월도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매일 매일이 새롭고 또 배우게 되는... 물론 최근도 다르지 않다.
내게 크게 영향을 준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뉘앙스를 앨범에 담고도 싶었고 그들을 흉내 내고도 싶었다. 물론 색채는 다르지만...”
인상적이고 박력 있게 신시사이저 연주로 시작하며 스포츠를 표현한 <The Final>은 부담을 뺀 록 스타일이고, 이어 제목 그대로 노련한 손맛까지 볼 수 있는 <My Blues>는 이근형식의 덜 고리타분한 블루스 연주이다.
역시 깔끔한 록 스타일의 <Fireman>은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이근형/장태웅/장혁 트리오의 합이 매력적으로, 소방관 여러분들에게 존경심을 전하며 만들어진 곡이라고 한다.
제목부터 어떤 표현일까 기대했던 <Lighthouse>는 바다를 비추는 외로운 등대와 파도를 표현한 사운드 표현이 독특해서 듣는 내내 팻 메시니가 떠오르긴 했었는데, 역시 그에 대한 오마주가 담긴 것이라 한다.
재밌고 익살맞은 표현도 특징인 <Salesman’s Day>는 영업사원 출근과 퇴근 등 하루와 일상, 가족 등까지 상상하며 연주로 묘사된 곡이다.
기타와 키보드까지 이근형이 직접 연주한 몽환적이며 단촐한 느낌의 <Alone>은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 혹은 다른 객체들의 두려움과 적막함, 외로움까지 담으려 했다고 한다.
래퍼 김종현이 참여했고 이근형은 만돌린까지 동원한 <Panic Disorder (Feat.김종현)>는 비교적 강한 록 사운드를 내려 했고 Led Zeppelin에 영향 받아 시작한 로커로써의 삶을 담아보려 한 이색적인 크로스오버 성향 사운드이다.
클래식 기타나 일부 투명한 사운드 지향의 퓨전 재즈 기타리스트들이 즐겨 쓰는 나일론 줄의 어쿠스틱 기타를 사용한 <Balade (산책)>는 듣다 보면 길이 없는 숲속을 걸어 들어가고 있는 듯한 기운을 전해 받는다면 아주 제대로 된 감상이다.
제목 그대로, 벌어지지 않아야 할 전쟁을 연상하며 나온 <After War>는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 둔 것이라 하는데 민금용의 보이스 참여가 특별한 맛을 더해준다.
마무리를 하는 마지막 곡 <Going Home>은 푸근한 감성이 특징이며 조종성의 퍼커션 연주에 어울리는 이근형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각박한 도시를 떠나 마음으로나마 고향 집으로 향하며 설레고 행복한 감정을 전해주는 편한 분위기의 연주다.
온갖 필살기와 속도감, 그리고 아방가르드하기까지 한 기타리스트들이 속속 등장하며 연주와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고 기인에 가까운 연주자들이 계속 등장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복고적이고 스탠다드 한 감성에다가 연주자들의 오랜 합으로 맞춰온 실제 악기 연주 소리들과 여러 음악가들에게서 받은 감성과 존경, 영향력이 두루 전해지는 이런 연주 앨범은 특별한 배려와 기회, 연주자의 결단이 없으면 나오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있는 게 또 냉정한 현실이다. 록 음악계의 큰형 중 한 명이고, 세션계의 주요 기타 연주자 등으로 살아온 ‘이근형’과 제작사의 결단과 앨범 공개에 박수를 보내며 그의 음악 연륜이 다채롭게 담긴 연주들을 환영한다.
글/성우진(음악평론가/경인방송 ‘한밤의 음악여행’ PDJ)
- ALBUM CREDIT
ALBUM CREDIT
PRODUCED BY 이근형
EXCUTIVE PRODUCER 권기욱
CO-EXECUTIVE PRODUCER 김태균
RECORDING & EDITING 홍용철, 권동규, 김형준 @Evermore Studios
MIXING 김정승 @Evermore Studios
MASTERING Dave Donnelly @ DNA Mastering
PROJECT MANAGEMENT 박선희
CONTENTS&MARKETING 문수미, 윤수정, 원미연
PROMOTION 함지효
ARTIST MANAGEMENT 이재남, 박보찬, 오승권
PHOTOGRAPH 이훈구
ALBUM ATRWORK 박관희 @KANI
STYLIST OWAS (오와스)
PUBLIC RELATIONS HNS HQ
ADMINISTRATION 강지훈, 양혜인, 김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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