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기술력으로 치장한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대세를 이루고 스톱모션(Stop-Motion)기법에 의한 애니메이션이 갈수록 희귀종 대접을 받는 가운데, 아드만 스튜디오의 간판 감독 닉 파크(Nick Park)는 컴퓨터그래픽에 의한 초고감도 만화만이 대수가 아님을 번번이 증명했다. 견고한 각본과 다량의 유머를 장착한 [윌래스와 그로밋](Wallace & Gromit)의 단편시리즈로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만화오락물로 공인 받은 것. 영화 [윌래스와 그로밋](Wallace & Gromit: Curse Of The Were-Rabbit)은 [치킨 런] 이후 대형스크린용으로 제작된 장편애니메이션이다. 별난 발명가 윌래스와 그의 충직하지만 가끔 골칫덩어리 짓을 해 당황스런 상황을 만드는 견공 그로밋, 정감 있고 유쾌한 두 주인공캐릭터들의 또 다른 환상적 가족 코믹극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거기엔 또한 영국 작곡가 줄리안 노트(Julian Nott)가 쓴 매우 강력하고 오락적인 스코어가 포함된다. 줄리안은 윌래스와 그로밋을 위해 굉장히 잘 들리고 쾌활한 테마음악을 만들었다. 하지만 애당초 그가 영화의 스코어를 맡게 될지 불확실했다. 드림웍스는 이 영화를 위해 할리우드적인 미국의 사운드를 주입할 미국작곡가를 원했지만 닉 파크는 결국 노트에게 중책을 맡겼다. 다만 [치킨 런]의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를 위시해 작곡가 루퍼트 그렉슨 윌리엄스(Rupert Gregson-Williams)와 제임스 마이클 둘리(James Michael Dooley)를 음악작곡 파트너로 대동한다는 조건 하에. 몇 차례 인터뷰에서 줄리안 노트는 음악장비, 보조자, 공동작곡가, 관현악 편곡자 등을 모두 갖추고 영국에 도착한 한스 짐머에 대해 유쾌한 에피소드를 말한 바 있다. 처음에 노트는 다소 회의적이었으나 마침내 그들과의 공동합작을 흔쾌히 승낙했고 짐머와 그의 동료들은 실제 작업을 하면서 그에게 영화 스코어링에 대해 한두 가지 요령을 터득했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그러나 두 개의 완전 무관한 음악적 스타일을 나란히 병치시키는 공동작업의 결과는 재앙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결과는 썩 좋았다. 음악의 일부가 다소 미디어 벤처(Media Venture)사운드를 갖고 있었을지라도 이는 실로 노트의 더 영국적인 금관악기 밴드 사운드의 공헌과 함께 잘 융합되었다. 전적으로 [윌래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는 재미있는 오락성과 청취를 위한 매력을 겸비한 스코어다. 어마어마하게 웅대한 테마, 풍자조의 순간들, 금관악기가 주도하는 흥미진진한 모험, 서스펜스 그리고 액션음악까지, 여러 다른 음악 스타일을 하나의 일관된 꾸러미에 성공적으로 결합해낸 결과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