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간 윤종신] 4월호 ‘사는 재미’
2023 [월간 윤종신] 4월호 ‘사는 재미’는 삶의 관성을 경험하고 있을 이 땅의 모든 50대에게 띄우는 윤종신의 연서(戀書) 같은 곡이다. 억지로 해야 하는 게 늘어가는 생활의 무게와 이제껏 쌓아온 것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여기서 딴짓을 하면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협 속에서 점점 ‘사는 재미’를 잃어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요즘을 그리고 있다. ‘나의 이십대’(20대), ‘서른 너머 집으로 가는 길’(30대)’, ’나이’(40대)가 그러했듯이 윤종신이 자신의 삶을 토대로 세대의 애환을 이야기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윤종신이 작사와 작곡을, 조정치가 편곡을 맡았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는 ‘정착’이라는 일관된 목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전후의 영향도 있었고 굶는 사람도 많았으니 불안정한 삶은 그야말로 공포였던 거죠. 그래서 자식들에게도 빠른 안정을 강조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그렇지는 않잖아요.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이전 세대보다는 풍족해졌고 삶의 목표도 다양해졌고요. 저는 우리 세대가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재미’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3, 4년 뒤의 내가 어떻게 살아야 더 재미있을지 고민하고, 앞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 때 발생하는 긴장을 기꺼이 껴안아 봤으면 좋겠는 거죠. 남은 인생이 그저 현재 상태 유지라면 너무 답답하고 아쉽잖아요.”
‘사는 재미’에는 윤종신이 이방인 프로젝트를 거치며 조금 더 구체화하게 된 삶의 철칙이 담겨 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 삶에 대해서만큼은 끝까지 궁금해하고 의심해보자는 것. 삶이 진짜로 끝날 때까지는 변화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 윤종신은 자신의 안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어떤 식으로든 일단 움직여 보는 일상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고민과 갈등, 긴장을 무조건 회피하기보다는 일단은 마주함으로써 삶에 약간의 운동성을 가미해보려고 한다.
“제가 하고 싶은 건 무모한 일탈이나 갑작스러운 역행이 아니에요. 거창하게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무리한 변화를 시도하자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그 자리를 무조건 지키려는 그 관성을 경계하자는 거죠. 그러니까 아주 미세하더라도 각도를 틀어보려는 거죠. 경험치를 믿고 주어진 선택지가 아닌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 무의미한 반복을 끊어냈을 때 발생하는 상황에 기대감을 가져보는 것. 그런 재미가 우리 세대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삶을 확신하기보다는 궁금해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는 재미’의 뮤직비디오에는 실제로 윤종신이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찐친’들이 출연했다. 동네 친구, 학교 친구, 그리고 방송 생활과 창작 활동을 하며 만난 친구까지. 하는 일은 모두 다르지만 일단 만나면 그게 얼마만의 조우이든 말이 통하고 숨이 트이는 친구들. 그들은 윤종신이 그러하듯이 모두 50대이자 아버지의 길을 걷고 있다.
[4월호 이야기]
“‘정착’이 아직도 미덕일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