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꿈을 꾸었다.
맨 처음에 나는 어느 별이 가득한 언덕에 서있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기 시작했고, 옆에 너가 나타났다.
신이 난 나는 너와 함께 손을 잡고 언덕을 뛰어다니며 춤을 추었다.
바람에 날린 탓인가? 코 끝에 너로부터 나온 것 같은 향기가 전해졌다.
그 향기를 맡는 순간 우리는 도시를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고 정신없는 도시. 하지만, 상관없었다.
결국엔 우리 둘뿐이었으니까. 이 도시를 정복이라도 한 듯 위풍당당하게 다시 걸어 다녔다.
너 앞에만 서면 나는 실수투성이이지만, 항상 너를 생각한다는 것을 너도 아는 것 같았다.
도시를 걷다 건물 유리창에 비친 너의 머리 스타일이 바뀐 것을 보았다.
긴 생머리에 웨이브를 넣은 머리였다. 처음 보는 머리였다. 신기했다.
이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는 너가 걸음걸이를 보챌 때마다 흐느적흐느적 흩날렸다.
흐느적이라고 표현하였지만, 실로 아름다웠다.
멍하니 너를 바라보던 순간 어느 순간 너를 더욱 원하게 되었다.
아, 나는 깨달았다. 너를 원하고 있구나 간절하게...
우리는 제비다방이라는 카페에 들어갔다. 다방이라고 버젓이 쓰여있는데, 카페라는 단어를 쓰는 게 맞을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이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자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주변이 어두워지고 카페 안 조명은 밝아졌다. 저 멀리 한강에서 폭죽놀이를 하나보다 축제라나 뭐라나
사실 난 축제에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제비다방에 따듯한 음료와 달달한 토스트 같은 것이 나오자 그것도 잊었다.
카페 안 라이브 무대에서 두 명으로 이루어진 밴드가 노래를 시작했다. 한 명은 노래를, 한 명은 드럼을.
싸구려 장비들이었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녹이기엔 충분했다.
노래에 빠져든다. 노래에 빠져들고 있는 너를 슬쩍 보았다.
이 달콤한 꿈에서 깨지 않기를, 꿈에서 깨도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순간, 내 눈앞에 있던 모든 장면과 순간들이 멀어진다.
그리고 사라진 장면들 사이, 저 멀리서 주파수가 들려온다.
삐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