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drive Philosophy [OVerdrive Philosophy]
“불세출의 록 보컬 박근홍의 100% 라이브 앨범! OVerdrive Philosophy”
뻔뻔스러운 건 둘째치고 일단 ‘불세출’이라는 말 자체를 참 오랜만에 본다. 여하튼 불세출의 록 보컬 박근홍의 자기소개를 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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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앨범 커버에서 보다시피 외모로 어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달달한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뭐라도 내세우려다보니... 누구보다 더 낫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특이한 소리를 들려주는 보컬이라는 의미로 이해해주시면 되겠다. ‘취향만 맞으면 최고의 보컬이라고’하는 분도 한 명 정도는 있었다. 여하튼 2011년 KBS TOP밴드에 출연한 게이트플라워즈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현재는 ‘홍대 앞 어벤저스’ ABTB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100% 라이브 녹음 앨범’이라는 건 무슨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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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앨범 녹음은 포지션 별로 각자 녹음을 한 다음 나중에 하나로 합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OVerdrive Philosophy] 앨범은 라이브 클럽이나 공연장 라이브를 바로 녹음한 것이다. 그 어떤 보정이나 수정 과정 없는, 밴드가 연주하는 소리 그대로 앨범에 담았다. 록의 최전성기로 여겨지는 1960년대 록 밴드들은 대개 그런 식으로 녹음했다. 그들의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우리도 100% 라이브로 녹음을 진행했다.
그럼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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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블루스소사이어티 대표이자 최항석과 부기몬스터의 보컬-기타 최항석 형을 통해 만난 멤버들과 결성한 밴드이다. 풀네임은 OVerdrive Philosophy이지만 다들 어려워해서 OVerPhil로 줄여 부르려고 계획 중이다. 원래 록이 과잉의 음악 아니겠는가. 과하게 거칠고, 과하게 시끄럽고.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과잉 철학이라는 게 결국 록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멤버들과 함께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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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리치맨은 ‘리치맨과 그루브나이스’로도 활동 중이다. 격정적이면서도 번뜩이는 연주를 들려준다. 혹자는 ‘박근홍은 기타리스트 복이 있다’면서 ‘한국의 오지 오스본’이라는 얘기를 하던데, 리치맨 역시 2022년 한국 대표로 미국에서 열리는 인터내셜 블루스 챌린지에 출전할 정도로 뛰어난 기타리스트이다.
베이스 백진희는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그 어떤 장비를 가져다줘도 자기 소리를 내는, 그야말로 바위 같은 연주를 들려준다. 사실 나는 기타리스트 못지 않게 베이시스트 복도 많다.
드럼 강성실은 이름과 달리 굉장히 변칙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테크니컬 드러머이다. 그러면서도 록의 기본인 파워까지 겸비했다. 그리고 가장 어린 멤버다.
게이트플라워즈와 ABTB가 있는데 굳이 다른 밴드를 결성할 필요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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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밴드의 음악은 굳이 비교하자면 가공식품과 같다. 각 멤버가 원재료를 다듬고 다듬어서 먹기 좋게 만든 것이다. 근데 가공식품만 계속 먹다보면 좀 물리지 않나. 그래서 뭔가 덜 다듬어진, 육즙인지 핏물인지 알 수 없는 것이 팡팡 터지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좀 우울했었는데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 앨범 작업을 통해 생기를 찾을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이 프로젝트가 그야말로 재난지원이자 구호물품이었다.
도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다. 디테일을 설명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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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곡과 편곡을 거의 내 맘대로 했다. 물론 멤버들의 연주가 바탕이 되지만, 의사결정은 내가 했다.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솔로 앨범과는 다르다. 멤버들이 없었다면 절대 이런 소리를 낼 수 없었을 거다.
사운드에서도 날 것을 추구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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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즉흥연주를 통해 작곡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는 어느 정도 잼을 진행한 후에 그 걸 바탕으로 편곡 작업을 거친 후 곡을 완성하는데,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의 경우 합주 중에 드럼만 계속 연주하는 상태에서 계속 다른 방식의 후렴을 시도해보는, 그야말로 생 날것의 작곡을 했다.
녹음 역시 코리아 블루스 씨어터에서 원테이크 라이브로 진행했다. 오토튠이나 박자 보정을 하지 않고 100% 생 라이브만을 담았다. 보컬과 드럼 마이크, 심지어 기타 픽업으로도 전체 사운드가 들어와서 개별 악기의 소리를 잡는다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덕분에 믹싱 엔지니어가 고생을 했지만, 보컬을 비롯한 악기들의 자연스러운 울림이 따로 트래킹하는 일반적인 녹음 방식으로는 잘 살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이다.
날 것이면 뭔가 듣기 힘들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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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녹음해서 합치는 방식이면 나중에 스튜디오에서 소리를 보정해야 해서 뭔가 어색할 수 있다. 우리는 실제 라이브를 하는 것처럼 소리 밸런스 정도만 조절해서 동시에 녹음했다. 그렇게 하니까 훨씬 자연스럽고 듣기 편했다. 1960년대 밴드들이 이런 방식으로 녹음했는데,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려주지 않나? 그들의 방식을 따라했으니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소리들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마스터링은 1970년대부터 여러 앨범들을 작업했던 스털링 사운드의 테드 젠센에게 의뢰했다. 비용은 꽤 들었지만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제 앨범에 대해서 얘기해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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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의 첫 앨범 [OVerdrive Philosophy]에는 막썰어낸 펄펄 뛰는 활어를 맵싸한 와사비 간장에 찍어 소주 한잔에 털어 넘기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곡들을 담았다. 아, 우리의 경우에는 버터라고 해야 할 거 같은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 여하튼 뭔가 날것이면서도 숙성된 소리를 담으려 노력했다. 또 컨셉 앨범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지게 곡들을 배치했다.
미세먼지 | 답답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 이 상황에 대한 해답을 주기 바라는 노래다. 처음 잼을 시작할 때 드러머 강성실에게 미세먼지스러운 비트를 연주해보라고 했더니 브로큰 비트를 치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프로그레시브 록스러운 노래가 나왔다. 어떻게보면 앨범 유일의 록 넘버.
구호물품 pt.1 | 답답한 삶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자는 노래다. 뭔가 1960년대 리듬 앤 블루스나 소울 스타일로 노래를 불러보고 싶어서 나름 흉내를 내봤다. 대놓고 따라부르기를 강요하는 후렴구도 붙였다.
구호물품 pt.2 | 결국 그 희망이 헛된 것이었다는 깨닫는 상황에 대한 노래다. 당연히 우울하면서 또 처절하다. 보컬도 처절하고 리치맨의 기타도 처절하고. 진짜 우울할 때는 우울한 노래를 들으면 되려 위로가 된다는 얘기들을 하지 않나. 그런 위로가 되길 바란다.
홀로디스코 | 자포자기한 상황에 대한 노래다. 절망의 디스코랄까. 신나지만 신날 수 없는 그런. 이 곡을 통해 멤버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참 넓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게약 | 이 모든 것이 과연 누구의 탓일까 하고 반문하는 노래다. 블루스 뮤지션과 함께 하는데 블루스 한 곡 안 땡길 수 없지 않은가. 거기에 내 취향을 조합해서 나름 기묘한 곡을 만들어봤다. 꼭 끝까지 들어보시라.
get out | CD에만 수록될 보너스 트랙이다. 너바나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바치는 헌사 같은 노래라고 할 수 있겠다. 반은 장난으로 만든 건데 어째 주변 반응은 이 노래가 가장 좋은 거 같기도...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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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뮤지션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아마 현생에서 그 은혜를 갚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나마 좋은 앨범을 만드는 게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OVerdrive Philosophy] 앨범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많이, 자주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