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수많은 인파 속을 걷다가 문득 느끼게 되는 고립감 혹은 외로움, 연애의 종료 후 그 여파로 마음을 파고드는 상실감, 각종의 미디어를 통해 끝없이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언어들이 남겨놓은 허망함. 이러한 복잡하고도 다양한 감상들이 콰이엇톤의 새 앨범 ‘QuietTone’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정서다. 그리고 그 정서를 하나의 주제로 풀어내고자 한다.
“도시적 차가움이 낭만적 따스함과 공존할 수 있는가”
지적이고 세련된 보컬 곽진원, 날카로운 드러밍의 김강윤, 유연한 연주가 특기인 베이스 장석주, 재즈라는 토대 위에서 다양한 어휘력을 구사하는 베테랑 기타리스트 곽호일, 이렇게 네 사람이 모여 다소 차분하고 약간 낮은 톤으로 그러나 멀리 퍼져나가는 음악을 만들어 낸다.
첫 번째 트랙 ‘긴 하루’는, 속을 비워 울림이 커진 베이스드럼을 강조하여 도시의 초저녁 쓸쓸함을 표현했다. 그 위에 세련된 라인의 베이스를 깔고, 과한 감정을 경계하는 기타 반주와 솔로가 더해진다. 그리곤 미디엄 톤의 보컬이 자칫 차가워질 수도 있는 연주에 따스한 온기를 준다.
‘거짓말’은 범람하는 ‘말’들에 대한 노래다. 귓가를 맴돌기만 하다가 이내 사라져가는 말들이 아닌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와 어느 곳엔가 자리를 잡는 그런 것들에 대한 갈증을 그려내고 있다. 이 노래엔 만들어지고 레코딩되는 과정이 마치 노래 제목처럼 거짓말 같았다는 후문이 있다. 리프를 만들고 멜로디를 쓰고 가사를 맨 마지막에 쓰고는 편곡은 팀이 즉흥연주로 대체했고 레코딩 역시 원테이크로 진행했다는..
‘이별 시’...
이별에 대한 시가 아니라 이별 후 혼자 남은 ‘나’가 느끼는 상실감에 대한 시다.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하고 같이 나누던 시공간 속에서 그 사람만 쏙 빠져나간 후에 느껴지는 공허함에 대한 노래라는 의미다. 자칫 감정 과잉에 빠질 수도 있었던 노래이나 연주자 모두가 균형을 잘 잡아주었다. 특히나 담담한 보컬이 미니멀하고 심플한 감성을 탁월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곡 후반부로 가면서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리듬을 강조함으로써 무작정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고 세련된 차분함을 유지해 내는 데에 성공했다.
콰이엇톤의 첫 번째 앨범 [QuietTone]
첫 번째 앨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원숙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아마도 멤버 각자가 그동안 서로 다른 곳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해온 뮤지션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음악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보니 탄탄한 연주력을 기반으로 이토록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란 결코 흔하지 않다. 한곡 한 곡이 모두 연주자의 온기를 담아 연주하고 노래한 앨범이니만큼 많은 이들의 음악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리라 기대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