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빨갛게 적힌 노는 날은 너무 반갑다.
노는 날이란 말보다 쉬는 날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요즘.
오월 주중에 빨갛게 자리 잡은 어린이날을 보며 어린이날을 만드신 방정환 선생님께 감사하고 주말과 겹치지 않은 것에 안도한다.
하지만 쉬는 날이 반가워 설레는 들숨을 쉬자마자 돌아오는 '어버이날엔 뭘 준비하지'라는 고민에 날숨을 뱉는다.
어릴 적 오월은 반가운 달 중 하나였다. 무더운 여름을 앞두고 다 같이 마음의 준비라도 하듯 가정의 달이라는 타이틀로 노는 날과 단축 수업이 많았고 특히 어린이날은 생일이 하루 더 생긴 것 같아 들뜨고 기다려지는 달이었다.
그런 오월이 이젠 그다지 반갑지 않고 생일은 더더욱 반갑지 않게 된 나는 그럼 이제 어른이 된 건가?!
할 수 있는 게 줄어들고, 꿈은 현실적으로 변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며 오월은 부가가치세 신고의 달이 떠오르는 게 어른이라면 그래! 어른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모습이 어른이라면 어른이란 건 참 재미도 멋도 없다.
오월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그 싱그러움에 눈을 뜨던 아이는 이제 백 명은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눈꺼풀을 겨우 뜨고 샤워 호스에 지난밤 마신 술기운을 씻어낸다.
오월은 꿈꿀 수 있었고 기대할 수 있었고 노래할 수 있었다. 변한 건 옷 사이즈와 발 사이즈 정도인 거 같은데 왜 입에선 오월의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
다시 오월을 노래하려 한다.
분리수거 밴드 싱글 오월의 아이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자신에게 내뱉는 자조적인 가사와 절제된 악기 연주로 그 혼잣말에 대답해 주는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로 시작하는 도입 부분은 쓸쓸한 휘파람 소리와 함께 퇴근하는 어른을 상상하게 한다.
벌스에 그 어른은 허름한 동네 술집에서 하소연하듯이 떠들고 있고 그 혼잣말에 기타는 맞장구를 치고 드럼은 동조하며 베이스는 힘을 싣는다.
나름 감정을 추스르며 이야기하던 어른은 북받친 감정에 후렴구 밴드 사운드와 함께 터져 나오고 스스로에게 다시 그때로 돌아가자고 힘을 내자고 노래한다.
그 노랫소리 혼자만의 소리가 아닌 어른이 된 모두 외침으로 끝나며 집으로 돌아가는 이에 뒤편에서 잦아든다.
매해 자신들의 이야기나 사회적 이슈를 노래하는 분리수거 밴드는 2023년 첫 싱글 오월의 아이로 더 이상의 오월이 즐겁지만은 않은 어른들을 위로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