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기획 카탈로그 중 가장 원초적인 앨범
대구 일렉트로닉 신의 심장 FFRD가 전하는
어디서 들은 듯하지만 어디서도 듣지 못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FFRD는 동찬(Dongchan)과 덥인베인(Dubinvain)으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닉 음악 듀오입니다. 멤버별 솔로 앨범에서는 듣기 힘든 사운드를 추구합니다. 본 앨범은 다소 과격합니다. 운전 중 감상은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반드시 끝까지 들어주세요. 마지막 트랙인 ‘Cookie #1’에 다음 앨범에 대한 힌트를 넣어두었습니다. 잘 찾아보세요.
FFRD는 동찬(Dongchan)과 덥인베인(Dubinvain)이 함께 만든 사운드 공간입니다. 저희가 만든 사운드는 멤버별 솔로 앨범에서 다른 모습으로 수록될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다양한 변주를 즐깁니다.
-FFRD
FFRD를 이야기할 때면 어느 광고 속 중년 남성의 심정이 된다. ‘정말 좋은데… 진짜 좋은데… 이걸 말로 할 수가 없네’. 당신이 일렉트로닉 음악을 즐겨 들어왔던 이라면 귀와 뇌가 IDM을 듣듯이 FFRD의 전형적이지 않은 사운드를 분석하고 유래를 찾고 싶을 것이다. 그와 함께 당신의 몸은 자신도 모르는 새 리듬을 타고 있다. 이는 FFRD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럴듯한 말 하나 해보자면 FFRD는 추구하되 추구하지 않는다. FFRD는 음악이라기보다 놀 거리가 주어진 공간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오직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든다. 하지만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는 그들 자신도 어떤 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WHAT YOU NEED]는 추구되기보다 자연 발생한 음반이다. 일렉트로닉 음악이 그 어느 과정 그 자체가 음악이 된 장르라는 걸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물이기도 하다.
FFRD는 주로 다운 템포의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보였던 동찬(Dongchan)과 댄스 음악의 다양한 갈래를 들려주고 있는 덥인베인(Dubinvain)이 만나 결성한 프로젝트다. Forty Five Records의 약자로 레이블을 빙자한 음악 프로젝트를 만든 이들은 각자의 음악적 스펙트럼에서 교집함을 찾은 후 이를 한껏 확장해 새로운 음악을 자연 발생시킨다. 그들의 작업은 작업이라기보다 놀이다. 애초에 둘이 만난 이유도 놀기 위해서다. 혼자 노는 것보단 둘이 노는 게 더 재밌으니까. 둘은 여러 대의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을 쌓아 놓고 즉흥적으로 만든 소스를 이용해 핑퐁을 하듯, 가끔은 둘이 팀이 되어 침묵이라는 적을 상대하듯 논다. 그들이 놀고 난 자리에는 어디서 들은 듯하지만 어디서도 듣지 못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남는다. 그리고 지금부터 나는 그걸 글로 설명해야 한다.
첫 곡 ‘What you need’는 잘게 조각난 비트와 다양한 소스 위로 들려오는 CABBI의 분절된 랩이 마치 당신이 원하는 걸 묻지만 그걸 들려주지는 않겠다는 태도로 들린다. ‘Drummer Wanted’는 많은 일렉트로닉 음악가들이 드러머가 필요하지 않지만 라이브를 위해 드러머를 들이는 현상을 꼬집…는 건 아니고 그들의 성향으로 볼 때 비트를 찍다가 그냥 떠오른 말을 제목으로 삼은 듯하다. 이들의 작명 실력은 음악가 이름에서 보시다시피 형편없기 그지없다. 제목처럼 다양한 비트가 실제 드러머가 연주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주되는 가운데 얹히는 기묘한 사운드가 좀 씨니컬하게 느껴진다. 역시 성의 없는 제목이 눈에 띄는 ‘Today session’은 기타 소리로 상쾌하게 시작하는 듯싶더니 곧 무거운 비트와 어두운 샘플이 찾아온다. 중반부 이후로는 영기획에서 발매된 카탈로그 중 가장 시끄럽고 파괴적인 사운드가 찾아온다. 플라잉 소서 어택(Flying Suacer Attack)부터 앤디 스톳(Andy Stott)까지 다양한 이의 이름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노이즈에 귀가 지쳤다면 이제 미니멀한 사운드에 맞춰 춤출 차례다. ‘Oyster Room’은 익숙한 듯싶으면서도 어딘가 뒤틀린 댄스 음악이다. ‘Oh’에 이르르니 이제 슬슬 설명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다 이런 음반을 제작하게 되서… 브레이크비트와 레이브를 믹서기에 넣고 섞은 후 별 모양 얼음 통에 넣고 얼린 뒤 다시 먹는 기분이랄까. 뼈대를 이루는 사운드는 비교적 익숙하니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성의 없는 제목의 트랙 ‘4-gil’은 지금까지 어지른 걸 정리하듯 비교적 멀쩡한 트랙이다. 하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의외의 디테일에 귀를 기울이면 지금까지의 FFRD와 크게 다른 트랙이 아니란 걸 알아챌 수 있을 테다. ‘Cookie 1’은 마블 영화에서 크레딧이 끝난 후 등장하는 쿠키 필름처럼 다음 앨범의 예고를 담은 트랙이다. 들어보니 이미 이들의 관심사는 다른 곳으로 옮겨간 듯하다. 다음 앨범 소개 글은 어떻게 써야 할지 벌써 골치 아프다.
[WHAT YOU NEED]는 시끄럽고 재밌는 음반이다. 무엇보다 동찬과 덥인베인이 음반을 만들며 얼마나 재미있어했을지 느껴져서 그렇다. 장르 음악이 스피릿인 시대가 있었다. 어느새 장르 음악은 클리셰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도구인 셈이다. 이들은 마치 레고 블록을 손에 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온갖 클리셰를 갖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조형물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형물은 조금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귀를 기울이며 번듯한 다른 음악에서 느끼지 못한 원초적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박국(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