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사]
곡은 시작부터 문새한별의 해금과 오윤희의 피아노, 그리고 김혜현이 편곡한 스트링을 들어 단단했던 적막을 깬다. 여기서 음악을 주도한 것은 '동양의 바이올린'이라 불리며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려내는 해금. 단 두 줄로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악기가 이끈 이 세련된 동서양의 협연은 이내 철저한 대구법으로 읊어나가는 182구짜리 조선시대 가사(歌辭)와 만나 더 깊고 넓은 예술적 크로스오버를 펼친다.
가사의 제목은 '단장사(斷腸詞)'. 그러니까 '장'이 끊어질 듯한 원망과 그리움으로 임을 향한 '정'을 표현한 것인데, 이 먹먹하고 애달픈 글을 노래로 불러낸 이는 바로 이유정이라는 사람이다. 이유정은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싱어로, 그러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그가 정말 약관 언저리의 청년이 맞는지 목소리는 거짓말처럼 성숙하고 또 절제되어 있다. 심지어 그는 평소 트렌디 솔/알앤비를 즐겨 부른다고 하니 과연 이 노래의 장르적 출처는 이 가사의 지은이 출처만큼이나 모호하다.
그나마 그 모호함은 프로듀서(김주환)의 말에서 실마리가 보이긴 한다. 즉 애초 이유정의 보컬이 가진 넓은 스펙트럼이 이 기적에 가까운 소리의 생채기를 가능케 한 것인데, 이는 "너무 슬퍼 무덤덤해진 슬픔"을 위해 해금, 스트링 편곡과 더불어 김주환이 디렉팅에서 가장 정성을 쏟은 부분이기도 했다. 좋은 영화가 감각적인 편집에 의존하듯, 좋은 음악 역시 균형 잡힌 편곡과 독창적인 해석에서만 태어날 수 있다는 걸 이 노래는 '담담한 강렬함'으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글 / 김성대(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