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는 오고 나는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완전히 집순이의, 집순이에 의한, 집순이를 위한 노래이다.
평소에도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비가 온다는 핑계가 생겨서 사실은 신이 났다. 밖에 있을 때 오는 비는 축축하고 눅눅하지만 집 안에 있을 때 오는 비는 어쩐지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일부러 창문을 활짝 열고 빗소리를 들으며 내가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을 더 확실하게 느끼고 싶었고 밖은 쌀랑하지만 나는 이불 속에 있으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비는 오고 나는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왜냐면 비가 오니까.
2. 어떤 점, 아니면 선
소중하다고 여기던 존재에게 나는 단지 하나의 점, 혹은 하나의 선에 불과하다고 느꼈던 순간.
설레며 '우리'라는 글을 써 내려가다 '우리'가 아닌 '나'였다는 걸 깨달았을 때 써 내려가던 글은 사라지고 긴 공백만이 남았다.
'비'라는 것은 기분을 들뜨게 하기도 하지만 바라보다 보면 깊은 생각에 잠기게도 한다.
오늘 나는 이런 우울한 생각을 했어.
왜냐면 비가 오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