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지구, 안녕 우리>
2023년 5월, ‘Goodbye Earth’ 싱글 앨범이 출시된다.
황상준 영화음악 감독이 작곡한 감정의 숲 사이로 Denny Koo의 바이올린 선율이 미풍처럼 지나가니 절로 눈이 감긴다.
Goodbye... 그리고 Earth.
시절이 하 수상하다.
보이지 않았던, 시대의 공기 속 ‘몹쓸 것’이 우리를 농락했다.
들리지 않았던, 지구의 신음이 점점 그 ‘몸’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다.
튼튼할 줄만 알았던 일상의 방벽은 허무하게 무너져내렸고
그 먼지 속으로 작별도 없이 소중한 것들이 떠나갔다.
불확실의 시대... 아포칼립스의 초입인가.
우린 항상 둘 중의 하나다.
시한부를 인정한 환자처럼 덤덤하거나, 비로소 알게 된 우리의 나약함에 호들갑이다.
하지만 여기, 한 아티스트의 성정은 무기력하지도 절망하지도 않는다.
상실을 애도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한다.
그래서인지 Goodbye Earth라는 타이틀은 Goodbye us로도 들린다.
종전의 히트를 기록한 OTT드라마 ‘마이네임’의 황상준 음악감독이 간만에 독립적인 작업을 하였다.
오랜만에, 기능과 장치로서의 음악 작업에서 잠시 물러나 사색하듯 머물며 오선지를 채워나갔다.
영상을 위한 음악이 아니었기에 영상이 ‘여운’처럼 떠오른다.
1차대전일지 2차대전일지 모를 초토화된 전장. 서로의 참호를 향해 날아들던 총성과 포성이 잦아든 즈음.
적인지 아군인지는 상관없다. 참호 속에서 진흙투성이의 군인 하나가 몸의 떨림을 애써 누르며 일어선다.
그의 손에, 총이 아닌 낡은 바이올린이 하나 들려있다.
잠시 정적... 곧, 그의 활이 G현의 D음을 긁는다.
바이올린의 선명하고 귀족적인 고음역대 장점을 모두 걷어내고 저음역대의 연주가 이어진다.
그래서 더 구슬프다.
병사들의 회한과 슬픔은 스트링 앙상블이다.
‘Goodbye Earth’는 그런 곡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