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공개되는 국내 최초의 현직 교사 힙합 앨범 ‘올드스쿨티쳐[Old School Teacher]’ ? ‘훈장질’
학교 선생님이라고 하면 왠지 힙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래퍼들의 가사에서 디스[Diss]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교사가 직접 비트를 만들고 가사를 써서 힙합 앨범을 낸다고 하면 왠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마흔 살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 싱글도 EP도 아닌 15트랙짜리 정규앨범을 발매한다고 하니 정말 믿기 힘들다.
나이 먹은 학교 선생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올드스쿨 힙합에 대해 가르쳐주겠다는 의지까지 포함하고 있는 ‘올드스쿨티쳐’라는 이름으로 발매되는 이번 앨범에는 Boom Bap 이나 G-funk 같은 90년대 힙합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요즘 유행하는 트랩, 래칫, 멈블 등에 익숙해진 힙합팬들에게는 다소 촌스럽게 들릴 수 있겠지만, 본토의 90년대 힙합을 좋아했던 원조 힙합팬들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와 더불어 신선함마저 느낄 수 있는 앨범이 될 듯하다.
비트를 만들거나 디제잉을 할 때에는 ‘DJ Sam’이라는 이름으로, 랩을 할 때에는 ‘MC 고동’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온 그가 ‘올드스쿨티쳐 Old School Teacher’라는 완전체로 만들어낸 이번 앨범 ‘훈장질’에는 그 동안 그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여러 제자들과 더불어 힙합음반 커뮤니티에서 인연을 쌓아온 붐뱁 래퍼 운바머(UnBomber)도 참여하여 그 의미를 더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력파 프로듀서 Alivefunk가 믹싱과 마스터링에 참여하여 가내수공업 작업물이 지닌 태생적 부족함을 깊이 있게 채워준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는데 교사로서 느끼는 감정들과 마흔 살 어른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이 가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랩이 화려하진 않지만 가사를 듣다 보면 스토리에 빠져들어 깊은 몰입도를 선사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의미 있는 가사들이 많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아냐 최고의 래퍼가 되고픈 거, 아냐 최고의 디제이 되고픈 거. 그저 남기고 싶었어 삶의 증거. 세상엔 이런 선생도 있다는 거.”
서로가 다 자기가 최고라고 말하며 남을 욕하고 짓밟아서 부와 명예를 얻으려고 하는 요즘 힙합에 지친 리스너들에게 마흔 살 아저씨가 전하는 ‘훈장질’의 메시지는 과연 어떤 것일지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보기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