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엄마를 위한 음악 놀이터 'Angella Kim' [Playing On And On And On]
엄마라는 말. 그 앞자리에선 숱한 단어들이 각축을 벌이지만 뒤편에서는 단어들이 늘 조심스럽다. 엄마는 언제나 아이들의 뒤에서 그들의 성장과 인생을 응원하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이는 까닭에 자신의 뒷이야기를 좀처럼 드러내고자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 엄마'는 있어도 '엄마는 누구'라는 말은 낯설다. 그건 이 음반을 만든 엄마 뮤지션 안젤라 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낯섦은 잠깐, 이 피아노 연주곡을 재생시키면 엄마 뮤지션 안젤라 킴은 금세 한 아이의 엄마로 되돌아간다. 그래서인지 이 음악은 처음 듣는 사람에게도 낯설지가 않고 충분히 다정하게 다가온다. 어느 아이라도 음악의 품으로 자연스레 안길 수 있는 따뜻함이 엄마의 손 사위를 통해 건반을 타고 아이들의 세상으로 흘러나온다.
그녀의 피아노 연주곡은 아이의 일상을 그렸지만 엄마 뮤지션이 창작하고 연주한 것에 걸맞게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의 마음이 파스텔 톤으로 배경 가득 은은하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대략 이런 풍경이다. 햇살 좋은 오후, 넓고 푸른 잔디밭이 배경이다. 엄마가 부르면 금방 쳐다볼 수 있는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아이가 뛰놀고 있다. 엄마는 아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화폭 한켠에 뒷모습이 실루엣처럼 드러난다. 그래서 음악을 듣다 보면 아이의 삶 한켠에 나란히 놓여진 엄마의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가게 된다. 아이를 지나 새롭게 닿은 그곳에는 엄마가 있고 아이시절의 엄마가 있고 아이시절 엄마의 엄마도 있다. 이렇게 안젤라 킴의 피아노 연주곡은 우리가 알고 있는 추억의 가장 따뜻한 순간으로 우리를 재차 인도한다.
아이를 위한 음악이자 아이를 위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음악에 걸맞게 이 음반에는 창작자로서의 자기를 드러내고 과시하는 순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건반 위를 눈보다 빠르게 치달리는 기교적 선율, 드라마틱한 갈등 해소를 의도적으로 구축하는 화성적 설계 대신 조심스럽고 섬세한 연주, 누르게 될 건반 하나하나를 응시하듯 한 연주가 시종일관이다. 아무래도 건반 위로 아이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던가 보다.
엄마 연주자는 재미있고 행복하면서 미끄러질 위험이 없는 음악 놀이터를 아이에게 선물한다. 엄마가 악보 위에 설계한 불협과 반전은 숨바꼭질에서의 즐거운 긴장, 놀이에 달뜬 아이의 이마 위로 불현 듯 찾아온 시원한 바람 딱 그만큼의 자극을 넘어서지 않는다. 엄마는 놀이터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또 하나의 놀이터를 이렇게 음악으로 마련해준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의 BGM처럼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이 음반은 바로 그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이 음악에는 사랑 속에 건강하게 자라나는 아이가 담겨 있으며 아이의 놀이터로 살아가는 엄마의 조금은 힘겹지만 행복한 일상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따금씩 세상의 위로가 선율을 타고 뜻밖의 선물로 내려앉기도 한다. 물론 엄마는 여전히 아이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글. 김병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