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음악의 요정 강백수의, 할머니를 위한 트로트
강백수 single, ‘할머니 사진’
이사를 가기 위해 짐을 싸다가, 서랍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장 사진. 거기서부터 이 노래는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1988년 5월이라고 날짜가 찍혀 있는 사진 속에는 갓 돌이 지난 어렸던 나와 50대 정도의 나이였을 우리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 모습이야 사진으로 수도 없이 보았지만, 이렇게 젊었던 시절의 할머니의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90세가 넘으신 지금에 비하면 훨씬 생기 있고, 주름도 없는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조금 낯설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세월이 참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은 여태까지 그랬듯 쏜살같이 흘러 우리 할머니를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겠지요.
할머니가 계실 때, 지금처럼 또렷하게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 할머니를 위한 노래를 한 곡 지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잘 하는 방식의 음악은 아니지만 그래도 할머니를 위한 노래라면 트로트 만 한 음악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언젠가 포르투갈에서 만난 ‘파두(Fado)’라는 음악에서 힌트를 얻어 두 대의 기타만으로 자아내는 구슬픈 선율을 떠올렸고, ‘어쿠스틱 트로트’라는 음악을 구상해내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어버이날, 완성된 곡을 할머니께 들려드렸습니다. 할머니는 펑펑 우시며 노래가 너무 슬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만 오래오래 계셔 주신다면 이 노래는 슬플 이유가 전혀 없는데 말이죠. 시간이 많이 지나서도 할머니와 이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