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1]
곱고 미련한 이별 노래: 서림 ‘그대가 날 떠나는 날에는’
떠난 사람의 빈자리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들만이 공유하는 그리움의 정서가 있다. 다른 이들에 비해 유독 무겁고 끈적하게 내려앉기 일쑤인 그 그리움은 예민한 이들의 추억과 시간에 들러붙어 내내 주인 행세를 한다. 차라리 처음부터 없었더라면 생각하다가도 그들은 이내 다시 그 그리움을 끌어안는다. 예민하게 느끼는 만큼 마음을 주어버렸기 때문이다.
싱어송라이터 서림의 두 번째 싱글 ‘그대가 날 떠나는 날에는’은 바로 그 예민한 사람이 부르는 절절한 이별 노래다. 절절하다기엔 너무 무표정한 곡이 아닌가 싶을지도 모른다. 곡의 외양만 본다면 충분히 그런 오해를 부를 만하다. 싱어송라이터 사공의 사려 깊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맞춰, 서림은 마치 뜨겁게 아픈 시간이 지난 뒤 남은 잔불의 열기를 어루만지는 사람처럼 이야기와 멜로디를 하나하나 조심스레 짚어 나간다. 전작이었던 첫 싱글 ‘나는 너의 증거가 되고 싶어’에서도 홀로 방안에서 사랑을 부르던 서림은 이번에도 역시 방안에 홀로 남아 이별이 상처를 더듬는다. 아무리 봐도 가볍지 않은 상처에 손끝이 스칠 때마다 자동으로 ‘아 너무 아프다’는 앓는 소리가 난다. 그 신음이 이제는 내 것이 아니게 된 사람과 시간에 부딪혀 메아리처럼 돌아와 주길 기다리지만, 우리 인생에 그런 기적은 좀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우린 이미 너무나 잘 안다.
이제 막 자신의 이름을 건 두 곡의 노래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서림이 앞으로 어떤 사랑과 이별을 또 어떤 삶의 순간을 노래할지 쉽게 짐작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 그 음악이 가슴 먹먹할 정도로 덤덤할 거라는 예감만은 어렴풋이 든다. 온통 회한으로 가득 차서 남은 거라곤 내 것뿐인 곳에서 너무 아픈 빈자리를 여전히 미련하도록 쓰다듬고 또 쓰다듬는 누군가가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그 행위를 반복하는 예민한 사람의 곱고 미련한 이별이 담긴 노래, ‘그대가 떠나는 날에는’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서림]
스스로 사라져주는 물건이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집도 작은 엽서도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도
싸움의 원인이 된 영화도 같이 온종일 듣던 음악도
더운 날 먹던 과일도 추운 날 두른 목도리도
내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사라져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이 있었습니다.
01. 그대가 날 떠나는 날에는
여러분 방에서 혼자 들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