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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 와전되어 잘못된 부분도 부르는 대로 채록하고, 주석에서 바로잡았다.
* 말(아니리)로 가다가 창조로 가는 부분이나, 창으로 가다가 말로 가는 부분은 필기체로 적었다. 아니리: 옛날에 운봉 함양 두 얼품에 사는, 흥부 놀부 두 형제가 사난디, 놀보는 형이요, 흥보는 아우였다. 사람마다 오장이 다 육본디, 놀보만은 오장이 칠보더랍니다. 어찌하여 그러는고는, 왼쪽 갈비 밑에 가서 심술보가 생겼되, 장기 궁짝처럼 똥도드롬허니 생겨가지고, 밥 곧 먹으면 일이 없이 꼭 심술만 부리고 있는디, 이렇게 허더랍니다. 자진모리: 대장군방 벌목하고, 삼살방으다 이사 권코, 오구방에다 집을 짓고, 길 가는 과객 양반 재일 듯기 붙들었다 해가 지면은 내어쫓고, 거사 보면은 소고 도적, 양반 보면은 관을 찢고, 의연 보면은 침 도적질. 초상난 데 춤을 추고, 불난 데 부채질 솰솰. 꼬추밭에 말 달리기, 비단전에다 물총 놓기, 옹기전에다 팽매쐬고, 물 이고 가는 여자 귀 잡고 입 맞추고, 다 큰 큰애기 겁탈하고, 수절 과부 무함잡고, 봉사 입에다 똥 칠하고, 우는 애기는 더 때리고, 배 앓는 놈 살구 주고, 길 가에 허방놓고, 소리헌데 잔소리, 풍류허는 데 나팔 불고. 이놈이 이리 심술이 많을진대, 삼상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이 난장을 맞일 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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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아니리: 이렇게 심술이 많을진대, 형제 윤기를 알 리가 있겠는가. 하로는 놀보가 화가 나서 제 동생 흥보를 불러놓고 말씀을 허시는디, <네 이놈, 흥보야. 너도 나이가 사십이 다 된 뇜이 자식만 이뭇되야지새끼 나놓고 있뎄기 그러지 말고, 오날부텀 네 자식들 데리고 나가거라.> <형님, 별안간에 그게 무슨 말씀이오니까?> <무슨 말씀이고 무엇이고, 잔소리 말고 나가!>
중모리: 흥보 듣고 하릴없이 안으로 들어가며, <여보 마누라, 들으시오. 형님이 나가라 허니, 어느 영이라 어기오며, 어느 말씀이라고 안 가리까. 자식들을 불러 보오. 큰자식아, 어디 갔나? 둘째놈아, 이리 오너라. 형님, 갑니다. 부디 안녕히 계옵시오.> <잘 가그라.>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내 신세를 어쩌잔 말이냐. 서산으 해는 떨어지고, 월출동령으 달이 솟네. 부모님이 살었을 적에, 네 것 내 것이 다툼 없이 평생에 호의호식, 먹고 입고 쓰고 남어 세상 분별을 몰랐더니, 흥보놈의 신세가 일조에 이 지경이 될 줄을 귀신인들 알겠느냐? 어느 곳으로 갈꼬? 갈 곳이 막연허구나. 아서라, 산중으로 가자. 산중으 가 사자헌들 백물이 귀허여 살 수 없고, 아서라, 도방으로 가자. 일 원산, 이 갱갱이, 삼 포주, 사 법성이, 도방에 가 사자헌들 비린내 찌우어 살 수가 없으니,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 말이오?> 아니리: 그렁저렁 성현동 복덕촌이란 곳을 당도하야, 빈 집 한 칸 의지하고 근근히 살아나갈 적에, 철 모르는 자식들은 부모를 조르는디, 한 놈이 나앉으며, <어머니, 나는 아무 것도 싫고, 육개장국에 쌀밥 좀 먹었으면.> <어머니, 나는 아무 것도 싫고, 호박떡 한 시리만 해주오. 호박떡은 더워도 달고, 식어도 달고, 참 맛이 좋지.> <이놈들 입맛은 변치 안하였구나.> 흥보 큰아들이 나앉이며, <어머니! 나는,> 중모리: <밥도 싫고, 옷도 싫고, 밤이나 낮이나 잠 못 자는 설음 있소.> <어서 말을 헤라.> <어머니 아버지 공론허고 나 장가 좀 보내주.> <무엇이라고?> 진양조: <어따, 이놈아! 야 이놈아, 말 듣거라. 내가 성세가 있고 보면, 네 장개가 여태 있으며, 중헌 가장을 굶기고, 어린 너희를 벴기겠느냐? 하느님이 주시는 복이니, 굶으라면 굶을 것이요, 죽이시면 죽을 터이다. 철모르는 자식들아, 못 멕이고 못 입히는 어미 간장이 다 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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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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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중모리: 아침밥을 지어 먹고 병영길을 떠나는디, 허유허유 올라갈 제, 신세자탄 울음을 운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고대광실의 높은 집이 호가사로 잘 사는디, 이 내 팔자는 박복허여 매품 팔어 먹고 사니.> 그렁저렁 당도하니, 병영 골이 무서웁다. 쳐다보느냐 대장이요, 내려 굽어보니 숙정패로구나. 심산 맹호 용 자 붙인 군로사령이 이리 가고, 저리 갈 제, 그 때여 박흥보는 숱헌 사람이라, 벌벌벌 떨면서 들어간다.
아니리: 삼문 궁기를 들여다보니, 매 맞니라고 장관이었다. 흥보가 생각허기를, <저 사람들은 내 앞에 와서 돈 수십 냥 버는가 보다. 나도 볼기를 까고 엎뎌 볼까.> 시커먼 볼기를 삼문간에다 까고 엎뎠을 때, 한 군로 나오며, <아니, 박생원 아니시오?> <알아맞췌ㅆ구만.> <어찌 오셨소?> <나도 곤장 맞고 돈 벌어갈라고 왔제.> <어허, 아까 박생원 대신이라고, 곤장 맞고 돈 서른 냥 벌어가지고 벌써 갔소.> <아니,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든가?> <키는 구 척이나 되고, 뼈대가 굵직굵직허니 아조 매를 잘 맞십디다.> <아이구, 이게 웬 말이여. 집안에 계집이 내가 떠나올 적에, 가시오 마시오 울음을 울더니, 뒷집 꾀셉이란 뇜이 발등거리를 허였구나.> 중모리: <번수네들, 그리 헌가? 수번이나 평안히 허게. 나는 가네. 매 맞으러 가는 데도 손재가 붙었으니, 이 지경이 웬 일이여? 내 집 떠나올 적에 자식들이 늘어앉어, 밥 달라고 우는 자식은 떡 사주마고 달래놓고, 떡 사달라고 우는 자식을 엿을 사주마고 달랬는디, 돈이 있어야 말을 허제.> 그렁저렁 저의 집 문전을 당도허니, 그 때여 흥보 마누라는 자기 영감 병영 가신 후에 후원을 정히 쓸고, 정화수를 받쳐놓더니,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 전 비나이다. 병영 가신 우리 영감 매 한 개도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 주야축수로 비나니다.> 빌기를 다 헌 후에 한 곳을 바라보니, 기운 없이 오는 모냥 자기 영감이 분명하야, 우루루루루 나가더니, <아이고, 여보 영감, 어찌 그리 더디 오시오? 매 맞은 장처나 어데 봐요.> 아니리: 흥보가 화를 내며, <시끄럽네, 이 사람아! 고연시레 새복 고양이처럼 앙앙 울고, 가시오 마시오 울음을 울고 야단이 나더니, 뒷집 꾀세애비란 놈이 발등거리를 허였데.> <아이고 여보 영감, 발등거리가 다 무엇이다우?> <내 앞에 가서 매 맞고 돈 벌어다, 쌀 팔고 괴기 사서, 지 자식덜과 잘 먹었다 그 말일쎄.> <그러면은 영감께서 매를 아니 맞으셨단 말씀이오?> <언제 내가 임자더러 거짓말을 허던가?> <아이구, 좋아라.>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영감이 엊그저께 병영 길을 떠난 후에, 후원으다가 단을 못고 주야축수로 빌었더니, 매 아니 맞고 돌아오시니, 이런 기쁨이 어디가 있나, 얼씨구나 절씨고. 옷을 벗어도 내사 좋고, 배가 고파도 내사 좋네. 얼씨구나 절씨고. 얼씨고 절씨고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어 좋네. 얼씨구 절씨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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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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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자진모리: 놀보놈 거동 봐라. 수양산 몽둥이를 눈 우에 번뜻 추켜들고, <어따, 이놈, 강도놈아! 내의 말을 들어봐라. 잘 살기 내 복이요, 못 살기는 네 팔자라. 나락 섬이나 주자헌들, 마당에 큰 노적이 다물다물이 쌓였으니 네놈 주자고 노적 허랴? 전관이나 주자헌들, 용봉장 금궤 안에 가득가득 쾌를 지어 궤 속 안에 들었으니, 네놈 주자고 궤돈 허랴?> 몽둥이를 드러메더니 다르막에 구렝이 치듯, 좁은 골에다 베락 치듯, 후닥딱! <아이고, 형님, 박 터졌소!> 후닥딱! <아이고 형님, 허리 부러졌소! 사람 좀 살려 주오.> 몽둥이를 피하라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허건마는, 대문을 걸어노니 날도 뛰도 못 허고, 그저 퍽퍽 맞으며 안으로 쫓겨 들어가는디, 매 맞은 다리를 질질 끌고 들어가며, <아이고, 형수씨! 사람 좀 살려주오.>
아니리: 놀보 계집은 놀보보동 훨씬 더 독허든가 보더라. 밥 푸던 주벅을 들고 달라들며, <아지뱀이고 동애뱀이고, 나한테 전곡 매ㅌ겼소?> 주벅으로 딱 때려노니, 흥보가 매 맞인 건 생각지 않고 두 손에 밥풀을 뜯어먹으면서, <아이고, 형수씨! 그 주벅에 밥풀 많이 묻혀 이 뺌 마저 때려 주오.> <무엇이라고?> 딱 때려노니, 흥보가 형님한테 맞인 건 소분이요, 형수씨한테 매를 맞고 보니, 진양조: 흥보가 곰곰 생각을 허니, 하날이 빙빙 돌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아이구, 세상 사람들! 이런 법이 어디가 있소! 형수씨 되는 분이 시아재 때린 법 고금천지 첨 보았소. 아이고 하나님! 흥보놈을 베락을 때려주면, 염라국 들어가서 우리 부모를 뵈옵게 되면, 세세원정을 다 헐라네. 지리산 호랑아, 흥보놈 물어가그라! 세상 만사가 귀찮허구나.> 부러진 작대기 찾어 짚더니, 고초가루 먹은 사람처럼 후후 불면서 저의 집으로 건너간다. 아니리: 그렁저렁 집으로 당도하니, 흥보 마누래 나오며, <아이고, 여보 영감. 무얼 주십디까? 밥이면은 자식덜을 멕이고, 쌀이면은 밥을 지어서, 저 저 자식들을 멕입시다. 무얼 가지고 오셨소?> <마누라, 거기 앉게. 그 동안에 형님 마음이나 형수씨 마음이 아조 말을 헐 수 없이 후해지셨습디다. 내가 갔더니, 오래간만에 왔다 하고 더운 밥 짓고, 술을 받고 해서 잘 멕여준 다음에, 형수씨가 쌀도 주고, 형님이 돈도 주고, 많이 주시는디, 그걸 짊어지고 오다가 저, 그 무서운 고개 있지 않소? 거그를 오니까 시커먼 놈들이 칼을 들고 달라들며, ‘네 이놈 흥보야! 목심이 중허냐, 돈이 중허냐’ 허더니 실큰 때려주고 다 뺏아가고 말았소.> 흥보 마누라 이 말을 듣더니, <그만 두오.> 중모리: <그런대도 내가 알고, 저런대도 내가 아요. 형님 속도 내가 알고, 시숙님 속도 내가 아요. 돈 닷 냥, 쌀 서 말이 무엇이오? 내게다가 그런 말 허지도 마오. 야속허지, 우리 시숙. 전곡만 생각허고 형제 윤기를 몰라보고 이리 몹시 쳤단 말이냐? 아이고 분하여라. 원통허여라. 분하여서 못 살겄네. 내가 얼마나 으젓허면, 중한 가장을 고생시기리. 아이고, 어쩔거나.> 아니리: <여보 마누라, 울지 마오. 남이 들어, 남 보기로 내 집에 흉만 나지 않소? 마누라, 울지 마오. 내가 마을에 가서 품팔이헐 데나 있는가 내 알아보고 오제.> 흥보는 마을로 나간 뒤에, 흥보 마누라 곰곰 생각허니 설음이 복받치어, 혼자 자탄을 허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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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진양조: <감계룡 간좌곤향 탐랑득 거문파며 문필봉 창고산이 좌우로 높았으니, 저 터으다 집을 짓고 안빈허게 살으시면, 가세가 속발허고, 재물이 점점 용지불갈 취지무궁 기룬 일이 없오리다.> 전간입주 자리으다가 막대기 넷을 꽂아놓더니마는 인홀불견 간 곳이 없네. 그 때여 흥보가 도승인 줄을 짐작허고, 있든 집을 헐어다가 그 자리으다 의지를 허고, 동지 섣달 치운 날에 못 먹고, 텡텡 빈 배에 아니 죽고 살어날 제, 정월 이월 삼월이 돌아오니 산수 경개 장히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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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중중모리: 삼월 동풍 방초시, 삼월 동풍 방초 시절 비금주수가 길길 제, 강남서 나온 제비 흥보 문전을 당도허니, 흥보가 보고 좋아라고, <어, 떴다, 내 제비야! 어디 갔다가 이제 온가? 소박한 세상 인심 부귀를 추세하야 찾어올 리가 만무터니, 네가 나를 찾아오니 어찌 이리 아니 반가운가.> 저 제비 거동을 봐라. 남남제성에 가 좋은 진흙을 물어다가 처마 끝에다가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까, 밥 물어다 기를 제,
아니리: 하루는 무지한 대맹이가 제비를 다 잡어먹고 한 마리 남은 것이, 날기 공부 힘을 쓰다 뚝 떨어져 다리가 지끈 부러져노니, 어지신 흥보 씨가 달라들어 당사실로 부러진 다리를 감아주었던지라, 차차 나아 구월구일이 돌아오니, 강남으로 들어가랴고 한 번 날아보는디, 진양조: 떴다, 보아라. 저 제비가 둥그렇게 둥그렇게 구만 장천 높이 떠, 지중으로 둥둥 펄펄 날거날, 흥보가 보고서 좋아라고, <반갑구나, 내 제비야. 부러진 다리를 원망을 말어라. 오작의 손빈이도 양족이 없었어도 진나라 가서 대장이 되고, 초한 적 한신이도 일지수가 없었어도, 대장단 높은 집이 일군기경을 허였으니, 멀고먼 만 리 강남을 부디 평안히 잘 가거라.> 제비 저도 섭섭허여라고, 빨랫줄에 가 늘어앉더니마는, 무엇이라고 답변을 허더니, 구만 장공 높이 떠서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만리 강남을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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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아니리: 흥보씨 제비가 보은표 박씨를 입에다 물고 만 리 조선을 나오넌디, 경치가 장히 좋든가 보더라.
중중모리: 흑운 박차고, 백운 무릅쓰고, 거중으 둥둥 높이 떠 두루 사면 살펴보니, 서촉 지척이요, 동해 창망허구나 죽림봉을 올라가니 주작이 넘놀고, 하겨토 가겨토 오작교 바라보니, 오초동남 가는 배는 북을 둥둥 울리면서 ‘어기야 어기야’ 저어가니 원포귀범이 이 아니냐? 수벽사명양안태요, 불승청원각비래라. 날아가는 저 기러기 갈대를 입에다 물고, 일점 이점에 떨어지니, 평사낙안이 이 아니냐. 백구 백로 짝을 지어 청파상에 왕래, 석양촌이 거의노라. 호안봉을 넘어 황릉묘 들어가니, 이십오녀탄야월에 반죽 가지 수여 앉어 뒤견성을 화답허고, 봉황대 올라가니 봉거대봉강자류라. 황학루 올라가니 황학일버불부배요, 백운청양공유유라. 금릉을 지내여 주사촌 들어가니 공수창외도리개라. 낙매화를 툭 차 무연에 펄렁 떨어지고, 이수를 지내여 계명산을 올라 장자방 간 곳 없고, 남병산 올라가니 칠성단이 빈 터라. 연조지간을 지내여, 장성을 지내여, 갈석산을 넘어 연경을 들어서서, 황극전에 올라 앉어 만호 장안을 구경하고, 경양문 내달라, 장달문 지내여, 동간을 들어가니 산 미륵이 백이로구나. 요동 칠백 리를 순숙히 지내여, 압록강을 건너 의주를 다달라, 영고탑 통군전을 올라 앉어, 앞남산 밧남산 석병강 용천강 좌우령을 얼른 넘어, 부산 파마 환마고개 강동다리를 건너, 평양의 연광정 부벽루를 구경하고, 대동강 장림을 지내, 송도를 들어가 망월대 관덕정 박연폭포를 귀경하고, 임진강 시각에 건너, 삼각산에 올라앉어 지세를 살펴보니, 철양의 대원맥이 중령으로 흘리쳐, 금화 금성이 분개허고, 춘당 영초 회돌아 도봉 망월대 솟아 있고, 삼각산이 생겼구나. 문물이 빈빈하고, 풍속은 희희허여 만만세지금탕이라, 경상도는 함양이요, 전라도는 운봉이라. 운봉 함양 두 얼품에 흥보가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을 봐라. 박씨를 입에다 가로 물고, 남대문 밖 썩 내달라 칠패 팔패 배다리 지나, 아야고개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승방을 지내였구나. 남타령 고개를 넘어, 두 쭉지 옆에 끼고 수루루루 펄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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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중중모리: 흥보 문전을 당도하야, 당상 당하 비거비래 편편히 나는 것은 무얼 같다가 이르랴.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으로 넘논 듯, 단산 봉황이 죽신을 물고 오동 속으로 넘논 듯, 집으로 펄펄 날아들어, 들보 우에 올라 앉어 제비 말로 지지 운다. ‘지지주지 거지연지 낙지각지 함지배오 빼드드드드.’ 흥보가 보고 반겨라고, <어, 떴다, 내 제비야.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나?> 찬찬히 살펴보니, 오색 당사로 감은 흔적 아리롱 아리롱허니, 어찌 아니가 반가운가. <얼씨구나 내 제비야.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는가, 얼씨구나 내 제비야.>
아니리: 무엇을 흥보 앞에다 뚝 떨어트려 놓는디, 흥보가 받아들고 살펴보니 분명한 박씨로고나. 흥보 내외 의논하고 동편 단장 밑에 숭겄드니, 저 박씨 성실하야 일취월장하였는디, 박 세 통이 열렸겄다. 이 때는 어느 땐고, 팔월 추석이 돌아왔는디, 다른 집에는 떡도 허고, 술도 허고, 밥도 허고 생 야단이 났는디, 흥보네 집은 냉냉하야 곤신풍이 들었든가 보드라. 그 때여 마을 처녀들과 부인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허고 한 번 놀아보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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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중중모리: <팔월이라 보름날은 가배절인데, 각씨들의 놀음놀이 추석날이 좋을씨고. 신라 때 가배절은 부작 변장 날 통하고, 뉘에 키고 길쌈하는 각씨들의 놀음놀이 추석날이 좋을씨고. 팔월이라 보름날은 가배절인데, 각씨들의 놀음놀이 추석날이 좋을씨고.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노든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구나. 금도끼로 찍어내고, 옥도끼로 다듬아서, 초가 삼칸 집을 지어, 양친 부모를 모셔 보세. 팔월이라 보름날은 가배절인데, 각씨들의 놀음놀이 추석날이 좋을씨고.>
아니리: 이리 한참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놀 적에, 흥보 막내아들이 배가 고파 ‘앙앙’ 허고 울고 있으니, 흥보 마누라 기가 맥혀 아이를 한 번 달래 보는디, 중중모리: <자장 자장, 우리 애기 잘도 자네. 천태산 노고할미 졸듯이 우리 애기 잘도 자네. 상산사호 네 노인이 바돌 뒤다가 잠을 자고, 우리 애기 이쁜이는 울음을 울다 잠을 자네. 자장이야 자장이야, 우리 애기 잘도 자네.> 아니리: 그 때여 흥보 둘째놈 셋째놈이 밖에 나가서 보니, 아이들이 곶감이나 떡이나 모도 가지고 댕기니, <얘들아, 나 그 떡 좀 다고.> <얘, 말똥아. 떡이 그렇게 먹고 싶으먼, 내 가랭이 밑으로 너 물팍 꿇고 정 기어들어 갈라니? 그러먼 떡을 많이 주지.> 흥보 자식들이 떡을 얻어 먹을 작정으로 아이들 가래 밑으로 지내가는디, 중모리: 한 놈이 떨어져 뒤에 가 붙고, 또 한 놈 떨어져 뒤에 가 붙으니, 이놈 저놈이 다 떨어져 뒤에 붙으니, 흥보 아들이 기가 막혀,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다리야!> 울고불고 들어가서, <아이구, 어머니. 나도 떡 좀 해 주. 다른 동네 아이들은 찰떡허고 멧떡을 가져 아이들을 조롱을 허는디, 우리는 무슨녀러 팔자인고! 아이고, 다리야.> 아니리: 흥보 마누라가 이 모냥을 보더니, 설음이 복바치어 울음을 우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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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진양조: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 설은 가난이야. 잘 살고 못 살기는 삼신 제왕이 마련을 했나. 북두칠성이 짚자리에 떨어칠 제 명과 수복을 마련을 했나. 나는 세상에 삼겨나서 불의행사 헌 일 없이 밤낮 주야로 벌었어도, 삼순구식을 헐 수가 없네. 가장은 부황이 나고, 자식들은 아사지경이 되니, 내가 차라리 자결허여 이런 꼴을 안 볼라네.> 초마끈으로 목을 매어 죽기로만 작정을 허니, 흥보가 보고 우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 달려들어, <아이고 마누라! 마누라 이게 웬 일이오? 부인의 백 년 팔자는 가장으게 매였난디, 박복헌 나를 만나 이 고생을 허네그려. 내가 차라리 먼점 죽어 이런 꼴을 안 볼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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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휘모리: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돌아섰다 열고 보면 쌀과 돈이 하나 가뜩, 톡톡 떨고 돌아섰따 열고 보면, 돈과 쌀이 하나 가뜩, 톡톡 떨고 돌아다보면 쌀과 돈이 하나 가뜩. <오냐, 어서 많이 나오너라! 일년 삼백육십 일을 그저 꾸역꾸역 나오너라. 나라에 상납하야 국고 저축을 허여 가자.>
아니리: 어찌 떨어 부어 놨든지, 태산 덩어리 같든가 보드라. <여보게 마누라. 이제는 우리가 다, 옛날에 잘 못 살았던 것 아무 한을 마시오. 이제는 쌀과 돈을 많이 쟁여놨으니, 우리 춤이나 한 번 추고 놀아볼까?> <아이고 여보 영감. 내가 춤을 출 줄 알아야제.> <그저 두 말 말고 따라대임서 보릿대춤이라도 한 번 추어 보소.>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고나 절씨고. 우리 집이 가난키로 삼남에 유명터니, 오늘날 부자가 되니, 석순이를 부러허며, 도주공을 내가 부러허랴. 여보아라, 큰자식아!> <예.> <건넌말 건너가서, 너그 큰아버지 모셔오느라. 경사를 보아도 형제가 볼란다. 얼씨고나 절씨고.> 흥보 마누라도 좋아라고, 춤을 추면서 나온다. <얼씨고나, 나도 좋네. 얼씨구 절씨구야. 어화, 세상 여러분네들, 이 내 말씀을 들어보소. 언충신 행독경, 마음씨만 잘 먹으면 이런 경사를 보시리다. 부자라고 자세를 말고, 가난헌 사람 괄세 마소. 나도 오늘날 제비 덕에 쌀과 돈이 많이 생겼으니, 기민 구제를 헐라네. 불쌍허고 가련헌 사람들아, 우리 집을 찾어오소. 오음 육률 국악 소래 태평성대를 자랑허고, 고구려 신라가 언제든가. 장정들 어깨를 골라 보세. 가야금 지중당, 거문고 시리둥, 젓대 소리난 떼띠리디, 얼씨구나 좋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어 좋네. 얼씨구 절씨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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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아니리: <여보 마누라. 그 돈과 쌀이 나오고 보니, 그, 그 박 한 통 마자 가져 오시오. 그 박 속에서는 무엇이 나온지 한 번 켜 봅시다.> 흥보 내외간에 박 한 통을 또 따다 놓고 한번 켜 보는디,
중중모리: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시리렁 실건, 당거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 은금 보화만 나오느라. 은금 보화 나오면은 우리 형님 전에 바칠란다.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당거주소.> 흥보 마누라가 이 말 듣고, 중모리: <나는 나는 나는 안 탈라요. 형제간이라 잊으셨소? 엄동설한 치운 날에 수다헌 어린 것들 과 구박허던 일을 생각허면, 곽 속의 들어도 못 잊겄소. 나는 나는 안 탈라요.> 흥보 듣고 화를 내며, <타지 말어라. 타지 말어! 안 탈라면 말려무나. 갑갑헌 사람아, 내 말 듣소. 여자라 하는 것은 상하 의복이로다. 의복은 떨어지면, 다시 지으면 또 의복이요, 형제는 일신수족이로다. 수족 한 번 끊어지면 둘 다 병신이 되느니라. 우리 형님은 한 번 아차 돌아가시면, 조선 팔도 너룬 곳에 얼굴인들 어디서 보겼느냐?> 흥보 마누라 이 말 듣더니, <아이고 여보 영감, 나 잘못 했소. 다시는 그런 말 한 허리다.> <아먼 그래야제.> 중중모리: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시리렁 실근 당거주소. 강상의 내 박 한 통을 당할손가.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당거주소. 실근 실근 어여루 당거 주소.> 휘모리: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식싹 콕 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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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아니리: 박이 쩍 벌어지니, 그 박 속에서는 왼갖 비단이 나왔겄다. 흥보 마누라가 좋아라고, <아이고 여보 영감. 이 박 속에서 비단이 나왔으니, 무슨 색깔이고, 무엇무엇인지 내가 한 번 세나 볼까요?> <그건 마누라 맘대로 하오그려.> 흥보 마누라가 비단을 들고, 색을 무슨 색이라고 한 번 일러 내 보는디
중중모리: 붉은단 푸른단 일광단 월광단 서왕모 요지연의 진상허던 천도문 적설이 만공산허니 절개 있는 송죽단 등태산소천하에 공부자의 대단 남양 초당 경 좋은 데 만고지사의 와룡단 오랑캐를 내몰아서 태평건곤의 대원단 쓰기 좋은 양태문 인정 있는 은조사며, 부귀다복 복수단 삼순구식의 궁초로다. 길주 명천 가는 베, 강진 해남 극상세목 한산 모수 임천 모수 생수 삼판 외사 갑사까지 그저 꾸역 나와, 흥보 집이 거부가 되네. 아니리: <아이고 여보 마누라. 그 비단이 그렇게 많이 나왔으니, 그 전에 못 입어봤을 테니, 게 무슨 색깔이고 골라서 마느래 옷 좀 해 입어 보소.> <하이고 여보 영감. 나는 평생 송화색 삼호장 저고리가 좋습디다.> <아, 그러먼 그대로 해 입소.> <그러먼 영감께서는 무슨 색깔이 좋읍디까.> <아 나는 거 껌지 않는 먹공단 좋데.> <아이 그러면 어떻게 입으실랑가. 말씸허먼 내 그대로 꼭 꾸메 디리오리다.> 흥보가 먹공단으로 꾸메 보는디, 중중모리: 먹공단 갓끈, 먹공단 망근, 먹공단 두루마기, 먹공단 죄깨, 먹공단 저구리, 먹공단 바지, 먹공단 보선, 먹공단 허리띠, 먹공단으로 손수건을 들고, <어떤가, 날 보소.> 아니리: <그러고 보니 영감께서는 하릴없는 까마구 같소그려.>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도 꾸미는디, 송화색 댕기, 송화색 저구리, 송화색 초마, 송화색 단의, 송화색 속곳, 송화색 속속곳, 송화색 버선, 송화색 허리띠, 송화색으로 수건을 들고, <어떻소, 날 보시오.> 아니리: <그러고 보니 마누라는 하릴없는 꾀꼬리 같소. 허허허.> 흥보가 거부가 되어 고루거각으로 집을 짓고 사는디, 하루는 흥보가 하는 말이, <여보 마누라. 건넌말 형님도 모셔오고, 동네 여러분들도 모셔다가 약주나 한 잔 대접해야 허지 않겠소?> 의논이 분분할 적에, 놀보가 흥보 부자 되야ㅆ다는 말을 듣고, 흥보 집을 찾아오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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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자진모리: 놀보가 건너온다. 놀보가 건너온다. 놀보가 건너온다. 놀보 심술 볼작시면 욕심 많고, 악독하고, 심술 많은 저 놀보가 흥보 집을 찾아온다. 대문 안을 들여다보니 듣던 말과 같던지라 <너 이놈 흥보놈아!>
아니리: 흥보가 깜짝 놀래 나오면서, <아이고 형님. 건너오셨습니까?> <오, 그 동안 잘 있디야? 그 듣던 말허고 꼭 같구나. 네가 요새 다니면서 그 밤이실을 맞는담서?> <아이고 형님. 밤이실이라니오?> <그런 게 아니라, 아 관가에서 너를 잡으로 왔더구나. 밤이실을 맞는 것이 다른 게 아니라, 거 도적질을 했담서? 그래서 그렇게 부자가 되야ㅆ다고 너를 잡으로 왔길래, 형제간에 그저 있을 수 있드냐? 그래서 밥과 술을 대접하고 내가 건너왔으니, 어서 이 집 비어놓고 비워놓고. 어서 도망을 가거라.> 중모리: <형님. 그게 웬 말씀이오? 형님 슬하 떠나온 후로 근근부지로 지내옵넌디, 하루난 제비 한 쌍 날아와 처마 끝에다 집을 짓고, 날기 공부 심 씨다 뚝 떨어져 죽게 되야서, 당사실로 감아주었더니, 그 은공을 갚으랴고 보은표 박씨를 물어온 걸.> 아니리: <뒤안에 동편 밑에다가 숨어놨더니, 그것이 차차 자라 일취월장하야, 박이 두 덩어리가 열렸기에, 하도 배는 고프고 자식들 멕일 것이 없어서 박을 켰더니, 그 박 속에서 은금보화가 나왔제, 무슨 도적질이란 말이 당치않은 말이올시다.> <오, 그랬냐? 그럼 공연시리 그놈들이 그러고 댕겼구나. 그러나 저러나 내가 시장허다. 그, 저, 걸게 좀 채려오너라.> 흥보 마누라는 주안상을 채려 하인에게 들려 보내고, 흥보 마누라가 나오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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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중모리: 흥보 마누라가 나오넌디, 전에는 못 먹고, 못 입고, 굶주리든 일을 생각허니, 지끔이야 쌀이 없나, 돈이 없나, 인삼 녹용이 없나, 며느리들을 곱게 입히고, 흥보 마누라도 한산 세모시여다 당청애물을 포로소롬이 놓아, 말은 널리 달고, 주름은 잘게 잡어. 왼 초마를 반만 걷고 아장거리고 나오더니, 시숙님 전에 문안헌다.
아니리: <졸지에 차리느라고 안주가 변변치 못 하오니 그리 알고 잡수십시오.> 이렇게 권허거등 좋은 맘으로 받아먹는 것이 아니라, <너 이놈, 흥보야!> <예.> <너도 형제간이라 내 속 잘 알제. 내가 초상 마당에 가도 권주가 없이 술 못 먹는 줄은 네가 잘 모를 것이다. 그러니, 네 여편네 곱게 입힌 짐에 내 앞에 권주가 한 마디 시겨라.> 흥보 마누라가 이 말을 듣더니, 진양조: 들었든 술잔을 방바닥으 부듯치며, <여보시오, 아주버니! 여보, 여보, 시숙님! 제수더러 권주가 허라는 말은 고금천지 첨 들었소. 어서 가시오, 보기 싫소! 나도 오늘은 쌀도 있고, 돈도 있고, 비단 옷도 많이 있소. 속을 채리면 뭣흘라고 내 집에 왔소? 전곡좌세를 너머 마시오! 엄동설한 치운 날에 구박을 허든 일 생각허면, 곽 속에 들어도 나는 못 잊겄소. 어서 가시오. 보기 싫소! 어서 건너가지 않으면, 내가 먼저 들어갈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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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아니리: <아니, 내가 이 밥 안 묵으먼 되잖애?> 흥보 마누라 밥상을 들고, <아니, 밥, 밥이라는 거는 얼마나 소중허다고 이러시오? 나라에 오르면 수라요, 양반이 잡수먼 진지요, 제새에 오르먼 진매온디, 얼마나 소중한 것이라고 발로 차시오? 관가에서 알면은 손도가 싸고, 동네에서 알면 볼기가 싸겠소. 어서 가시오, 보기 싫소.> 놀보가 화가 나서, <네 이놈, 흥보야, 네 계집 당장에 버려라. 내가 얻어 주마. 저 웃묵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예, 그게 화초쟁이올시다.> <화초장? 그 속에 뭣이 들었느냐?> <그 은금보화가 들었지요.> <그놈 화초장 그것 나 다고.> <형님 건너가시면 하인으게 짊어 보내지오.> <그놈 꾀많은 체히라고. 나 간 뒤에 은금보화 다 내버리고 보낼라고 그러느냐? 아서라, 아서. 쇠뿔은 단짐에 빼랬다고 내가 짊어지고 가야겄다.> <아이고 형님, 그러시오.> 화초장을 뗏방을 해서 짊어져 노니, 놀보가 화초장을 짊어지고, 화초장 이름을 잃어버릴까봐 제 손세 부르고 가는디, <야, 흥보야. 이게 무엇이여?> <예, 화초쟁이올시다.> <오냐, 어서 들어가거라, 들어가.>
중중모리: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하나를 얻었네. 얻었네, 얻었네. 화초장 하나를 얻었네. 대장부 한 걸음에 화초장 하나가 생겼구나.> 또랑 하나를 건너뛰다 화초장 이름을 잃어버리고, 꺼꾸로 붙임서 모르는구나. 고초장, 된장, 간장, 뗏장, 아이고 아니로구나. 초장화, 초장화, 초장화, 장화초, 장화초, 초장화. 아니고. 이것도 아니로구나. 이것이 무엇일까? 방장, 천장, 송장, 접장. 아이고 이것도 아니로구나. 이것이 무엇일까? 갑갑하여 못 살겄네! 우리집으로 들어가서, 우리 마누라더러 물어보자.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를 갔다가 집안이라고서 들어오면, 우루루루루루 쫓아나와 영접하는 게 도리 옳제, 좌이부동이 웬 일인거나? 에라, 이년아, 몹쓸 년아.> 놀보 계집이 나온다. 놀보 계집이 나오면서. <아이고 여보, 영감.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소. 내 잘못 되야ㅆ소. 이리 오시오. 이리 오라면 이리 와요.> 아니리: 놀보가 궤짝을 내려놓고, <여보게 마누라. 이 궤짝 이름이 대관절 무엇인가?> <하이고 여보, 영감. 우리 친정에서 그런디 그게 화초쟁이라고 헙디다.> <그런 방정맞은 년이 있는가! 내가 막 화초쟁이라고 할라고 더니, 지가 화초쟁이라고 허네 그랴. 내가 흥보 집을 갔더니, 정말 부자가 되야ㅆ데, 달리 부자가 된 게 아니라, 제비다리헤가 부지러졌는디, 그 당사실로 감아주었대. 그런디 그 은공을 갚는다고 강남서 보은표 박씨를 물고 왔다나. 그레 그걸 숭겄더니 박이 여러 덩거리가 열렸드래. 그 박을 타고 보니, 그 박 속에서 은금보화가 나와서 부자가 되었다 하니, 우리도 제비 다리 열댓 개만 부질렀으면 흥보보담 더 큰 부자가 되지 않겠소? 그러니 우리도 오늘부텀 제비 딱지를 붙여놓고, 제비 오기를 좀 기달려 봅시다.> 놀보 이놈이 부자가 되고 싶어서 제비 딱지를 한 천 개찜 붙여놓고, 날이날마동 기달리지마는 제비가 날아들 리가 없제. 이놈이 하루는 그물을 짊어지고 제비를 후리러 한 번 나가 보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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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중중모리: 제비 후리러 나간다. 제비 후리러 나간다. 복희씨 맺인 그물을 에후리쳐 드러메고 방랑산으로 나간다. 이 편은 우두봉이요, 저 편은 좌두봉. 방랑산을 뒷둘러 덤풀을 툭 쳐, <후여! 저 저 저 제비야. 네가 어드로 행하느냐?> 연비여척에 소루기 보아도 제빈가 의심하고, 남비오작에 까치만 보아도 제빈가 의심하고, 춘일황앵 꾀꼬리만 보아도 제빈가 의심, 층암절벽 비들키 보아도 제빈가 의심. <저기 가는 저 제비야! 그 집으로 들어가지를 말어라. 천화일 지은 집이로다. 화근이 동량이라 기둥과 들보에 불기운이 끼었다. 내 집으로 들어오느라! 어 어 으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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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아니리: 저 제비는 집에 들어가 앉었는디, 놀보가 얼른 부자가 되고 싶어서, 제비 다리를 억지로 부질러 놓고, 실로 다리를 묶어 놓았는디, 미물 짐생일망정 어찌 원수를 아니 갚으리오? 구월구일에 들어갔다가, 그 이듬해 삼월삼질날 나오면서 박씨를 물고 오되, 원수 수 자 바람 풍 자 씌어 있는 박 씨를 물어왔겄다. 놀보가 얼른 부자가 되고 싶어서, 심어 두고 돌아다 보니, 금방 싹이 터서 꽃이 피었거늘, 놀보가 좋아라고, <마당쇠야, 박 좀 보고 오너라.> <예. 박을 가 보니, 두 뎅이가 큰 산뎅이처럼 열렸습디다.> <그럼 익었으면 따 오너라. 우리도 얼른 부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예. 박을 바늘로 찔러 봤더니 뚝뚝 소리가 납니다.> <그럼 따 오너라.> 놀보 내외가 마당쇠를 다리고 박을 한 번 타 보넌디,
중모리: <실건 실건 톱질이야. 에여루 당거주소.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톱질이야. 이 박을 타거들랑은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 은금보화만 나오너라.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당거주소. 마당쇠야, 마당쇠야. 너도 한 마디 메겨 보아라.> <예. 이 박을 타거들랑은, 은금보화도 나는 싫고, 색시 하나만 나오너라! 에여루 당거주소.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실근 실근 당거주소.> 아니리: <아니, 이 미친 놈의 자식아. 박 타가지고 부자가 될라는디, 재수 없이 색시가 나오라고? 네 이 급살맞을 놈의 자식같으이. 저리 썩 나가!> 놀보가 맘이 어쩨 급해 놨던지 한 번 박을 타 보는디, 휘모리: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박 속이 펄펄허더니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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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아니리: 그 박통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고는 풍물 소리가 진동허겄다. <아니, 너 이것들, 느그가 명색이 무엇이냐?> <예, 저희들은 초라니패 올시다.> <아니 초라니패가 왜 나왔느냐?> <강남서 나온 초라니팬디, 샌님 박 타신다는 말씀 듣고 위로차로 나왔소.> <그럼 너희들 한 번 놀아 봐라.> <아니오, 노는디 그저 노는 것이 아니라, 돈 천 냥 실려줘야 놉니다.> <거 장히 비싸구나.> 마당쇠 하는 말이, <샌님. 이왕 돈 씰 바에야 천 냥 실려주고, 노는 거 귀경이나 한 번 허고 우리 놀아봅시다.> <그래라.>
진양조: <산이로고나, 헤. 우연히 수양버들을 꺼꾸로 잡어, 주루루루 어, 앞내 강변 시모래 밭에 시르르르 던졌더니만, 그것이 모도 다 수양버들이로고나, 헤. 앞동산은 봄 춘 자요, 뒷동산은 푸를 청 자, 가지가지 꽃 화 자요, 구비구비 내 천 자라. 동자야 아이야. 술부터 부어라, 마실 음 자 권주로고나, 헤.> 중중모리: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 바라보니, 수지니, 날지니, 해동창, 보라매, 떴다 봐라, 종달새. 석양은 느러져 갈마기 울고, 능수버들 가지 휘느러진 데, 꾀꼬리는 짝을 지어, 이 산으로 가며 꾀꼬리 수리루, 으음 에야 에야 뒤여 둥가 허허 둥가 둥가 내 사랑이로다.> 잦은 중중모리: <까토리 한 마리 푸르등허니 매방울이 떨렁. 후여 후여 허허 까토리 사냥을 나간다. 전라도 지리산으로 꿩사냥을 나간다. 지리산을 넘어, 무등산을 올라, 나주 금강산을 당도허니, 까토리 한 마리 푸르등허니 매방울이 떨렁. 후여 후여 허허 까토리 사냥을 나간다. 충청도를 건너서 꿩사냥을 나간다. 충청도를 내려, 계룡산을 넘어, 경상도 가야산 당도하니, 까토리 한 마리 푸르등허니 매방울이 떨렁. 후여 후여 허허 까토리 사냥을 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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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흥부가/2Cd (2000)
아니리: 저 제비는 집에 들어가 앉었는디, 놀보가 얼른 부자가 되고 싶어서, 제비 다리를 억지로 부질러 놓고, 실로 다리를 묶어 놓았는디, 미물 짐생일망정 어찌 원수를 아니 갚으리오? 구월구일에 들어갔다가, 그 이듬해 삼월삼질날 나오면서 박씨를 물고 오되, 원수 수 자 바람 풍 자 씌어 있는 박 씨를 물어왔겄다. 놀보가 얼른 부자가 되고 싶어서, 심어 두고 돌아다 보니, 금방 싹이 터서 꽃이 피었거늘, 놀보가 좋아라고, <마당쇠야, 박 좀 보고 오너라.> <예. 박을 가 보니, 두 뎅이가 큰 산뎅이처럼 열렸습디다.> <그럼 익었으면 따 오너라. 우리도 얼른 부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예. 박을 바늘로 찔러 봤더니 뚝뚝 소리가 납니다.> <그럼 따 오너라.> 놀보 내외가 마당쇠를 다리고 박을 한 번 타 보넌디,
중모리: <실건 실건 톱질이야. 에여루 당거주소.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톱질이야. 이 박을 타거들랑은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 은금보화만 나오너라.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당거주소. 마당쇠야, 마당쇠야. 너도 한 마디 메겨 보아라.> <예. 이 박을 타거들랑은, 은금보화도 나는 싫고, 색시 하나만 나오너라! 에여루 당거주소.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실근 실근 당거주소.> 아니리: <아니, 이 미친 놈의 자식아. 박 타가지고 부자가 될라는디, 재수 없이 색시가 나오라고? 네 이 급살맞을 놈의 자식같으이. 저리 썩 나가!> 놀보가 맘이 어쩨 급해 놨던지 한 번 박을 타 보는디, 휘모리: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박 속이 펄펄허더니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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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박초월 수궁가 1 (20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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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Philippe Herreweghe, La Chapelle Royale - Motets/ Herreweghe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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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Philippe Herreweghe, La Chapelle Royale - Motets/ Herreweghe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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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Philippe Herreweghe, La Chapelle Royale - Motets/ Herreweghe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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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Philippe Herreweghe, La Chapelle Royale - Motets/ Herreweghe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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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Philippe Herreweghe, La Chapelle Royale - Motets/ Herreweghe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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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Philippe Herreweghe, La Chapelle Royale - Motets/ Herreweghe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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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Philippe Herreweghe, La Chapelle Royale - Motets/ Herreweghe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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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Philippe Herreweghe, La Chapelle Royale - Motets/ Herreweghe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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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남도민요 Vol.2 (199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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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남도민요 Vol.2 (199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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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 | ||||
from 남도민요 Vol.2 (199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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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 ||||
from 남도민요 Vol.2 (199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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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 | ||||
from 남도민요 Vol.2 (199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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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단가 (199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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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 ||||
from 박초월 - 故 인간문화재 박초월 창 흥보가 (0000)
* 와전되어 잘못된 부분도 부르는 대로 채록하고, 주석에서 바로잡았다.
* 말(아니리)로 가다가 창조로 가는 부분이나, 창으로 가다가 말로 가는 부분은 필기체로 적었다. 아니리: 옛날에 운봉 함양 두 얼품에 사는, 흥부 놀부 두 형제가 사난디, 놀보는 형이요, 흥보는 아우였다. 사람마다 오장이 다 육본디, 놀보만은 오장이 칠보더랍니다. 어찌하여 그러는고는, 왼쪽 갈비 밑에 가서 심술보가 생겼되, 장기 궁짝처럼 똥도드롬허니 생겨가지고, 밥 곧 먹으면 일이 없이 꼭 심술만 부리고 있는디, 이렇게 허더랍니다. 자진모리: 대장군방 벌목하고, 삼살방으다 이사 권코, 오구방에다 집을 짓고, 길 가는 과객 양반 재일 듯기 붙들었다 해가 지면은 내어쫓고, 거사 보면은 소고 도적, 양반 보면은 관을 찢고, 의연 보면은 침 도적질. 초상난 데 춤을 추고, 불난 데 부채질 솰솰. 꼬추밭에 말 달리기, 비단전에다 물총 놓기, 옹기전에다 팽매쐬고, 물 이고 가는 여자 귀 잡고 입 맞추고, 다 큰 큰애기 겁탈하고, 수절 과부 무함잡고, 봉사 입에다 똥 칠하고, 우는 애기는 더 때리고, 배 앓는 놈 살구 주고, 길 가에 허방놓고, 소리헌데 잔소리, 풍류허는 데 나팔 불고. 이놈이 이리 심술이 많을진대, 삼상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이 난장을 맞일 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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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이렇게 심술이 많을진대, 형제 윤기를 알 리가 있겠는가. 하로는 놀보가 화가 나서 제 동생 흥보를 불러놓고 말씀을 허시는디, <네 이놈, 흥보야. 너도 나이가 사십이 다 된 뇜이 자식만 이뭇되야지새끼 나놓고 있뎄기 그러지 말고, 오날부텀 네 자식들 데리고 나가거라.> <형님, 별안간에 그게 무슨 말씀이오니까?> <무슨 말씀이고 무엇이고, 잔소리 말고 나가!>
중모리: 흥보 듣고 하릴없이 안으로 들어가며, <여보 마누라, 들으시오. 형님이 나가라 허니, 어느 영이라 어기오며, 어느 말씀이라고 안 가리까. 자식들을 불러 보오. 큰자식아, 어디 갔나? 둘째놈아, 이리 오너라. 형님, 갑니다. 부디 안녕히 계옵시오.> <잘 가그라.>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내 신세를 어쩌잔 말이냐. 서산으 해는 떨어지고, 월출동령으 달이 솟네. 부모님이 살었을 적에, 네 것 내 것이 다툼 없이 평생에 호의호식, 먹고 입고 쓰고 남어 세상 분별을 몰랐더니, 흥보놈의 신세가 일조에 이 지경이 될 줄을 귀신인들 알겠느냐? 어느 곳으로 갈꼬? 갈 곳이 막연허구나. 아서라, 산중으로 가자. 산중으 가 사자헌들 백물이 귀허여 살 수 없고, 아서라, 도방으로 가자. 일 원산, 이 갱갱이, 삼 포주, 사 법성이, 도방에 가 사자헌들 비린내 찌우어 살 수가 없으니,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 말이오?> 아니리: 그렁저렁 성현동 복덕촌이란 곳을 당도하야, 빈 집 한 칸 의지하고 근근히 살아나갈 적에, 철 모르는 자식들은 부모를 조르는디, 한 놈이 나앉으며, <어머니, 나는 아무 것도 싫고, 육개장국에 쌀밥 좀 먹었으면.> <어머니, 나는 아무 것도 싫고, 호박떡 한 시리만 해주오. 호박떡은 더워도 달고, 식어도 달고, 참 맛이 좋지.> <이놈들 입맛은 변치 안하였구나.> 흥보 큰아들이 나앉이며, <어머니! 나는,> 중모리: <밥도 싫고, 옷도 싫고, 밤이나 낮이나 잠 못 자는 설음 있소.> <어서 말을 헤라.> <어머니 아버지 공론허고 나 장가 좀 보내주.> <무엇이라고?> 진양조: <어따, 이놈아! 야 이놈아, 말 듣거라. 내가 성세가 있고 보면, 네 장개가 여태 있으며, 중헌 가장을 굶기고, 어린 너희를 벴기겠느냐? 하느님이 주시는 복이니, 굶으라면 굶을 것이요, 죽이시면 죽을 터이다. 철모르는 자식들아, 못 멕이고 못 입히는 어미 간장이 다 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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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모리: 아침밥을 지어 먹고 병영길을 떠나는디, 허유허유 올라갈 제, 신세자탄 울음을 운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고대광실의 높은 집이 호가사로 잘 사는디, 이 내 팔자는 박복허여 매품 팔어 먹고 사니.> 그렁저렁 당도하니, 병영 골이 무서웁다. 쳐다보느냐 대장이요, 내려 굽어보니 숙정패로구나. 심산 맹호 용 자 붙인 군로사령이 이리 가고, 저리 갈 제, 그 때여 박흥보는 숱헌 사람이라, 벌벌벌 떨면서 들어간다.
아니리: 삼문 궁기를 들여다보니, 매 맞니라고 장관이었다. 흥보가 생각허기를, <저 사람들은 내 앞에 와서 돈 수십 냥 버는가 보다. 나도 볼기를 까고 엎뎌 볼까.> 시커먼 볼기를 삼문간에다 까고 엎뎠을 때, 한 군로 나오며, <아니, 박생원 아니시오?> <알아맞췌ㅆ구만.> <어찌 오셨소?> <나도 곤장 맞고 돈 벌어갈라고 왔제.> <어허, 아까 박생원 대신이라고, 곤장 맞고 돈 서른 냥 벌어가지고 벌써 갔소.> <아니,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든가?> <키는 구 척이나 되고, 뼈대가 굵직굵직허니 아조 매를 잘 맞십디다.> <아이구, 이게 웬 말이여. 집안에 계집이 내가 떠나올 적에, 가시오 마시오 울음을 울더니, 뒷집 꾀셉이란 뇜이 발등거리를 허였구나.> 중모리: <번수네들, 그리 헌가? 수번이나 평안히 허게. 나는 가네. 매 맞으러 가는 데도 손재가 붙었으니, 이 지경이 웬 일이여? 내 집 떠나올 적에 자식들이 늘어앉어, 밥 달라고 우는 자식은 떡 사주마고 달래놓고, 떡 사달라고 우는 자식을 엿을 사주마고 달랬는디, 돈이 있어야 말을 허제.> 그렁저렁 저의 집 문전을 당도허니, 그 때여 흥보 마누라는 자기 영감 병영 가신 후에 후원을 정히 쓸고, 정화수를 받쳐놓더니,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 전 비나이다. 병영 가신 우리 영감 매 한 개도 맞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시라 주야축수로 비나니다.> 빌기를 다 헌 후에 한 곳을 바라보니, 기운 없이 오는 모냥 자기 영감이 분명하야, 우루루루루 나가더니, <아이고, 여보 영감, 어찌 그리 더디 오시오? 매 맞은 장처나 어데 봐요.> 아니리: 흥보가 화를 내며, <시끄럽네, 이 사람아! 고연시레 새복 고양이처럼 앙앙 울고, 가시오 마시오 울음을 울고 야단이 나더니, 뒷집 꾀세애비란 놈이 발등거리를 허였데.> <아이고 여보 영감, 발등거리가 다 무엇이다우?> <내 앞에 가서 매 맞고 돈 벌어다, 쌀 팔고 괴기 사서, 지 자식덜과 잘 먹었다 그 말일쎄.> <그러면은 영감께서 매를 아니 맞으셨단 말씀이오?> <언제 내가 임자더러 거짓말을 허던가?> <아이구, 좋아라.>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영감이 엊그저께 병영 길을 떠난 후에, 후원으다가 단을 못고 주야축수로 빌었더니, 매 아니 맞고 돌아오시니, 이런 기쁨이 어디가 있나, 얼씨구나 절씨고. 옷을 벗어도 내사 좋고, 배가 고파도 내사 좋네. 얼씨구나 절씨고. 얼씨고 절씨고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어 좋네. 얼씨구 절씨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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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여보 영감, 그러나 저러나 형제간밖에 없으니, 그 동안에 시숙님 처분이 어떠하신지, 시숙댁에나 좀 건너갔다 오시오. 가서 전곡간에 얻어오먼 되지 않소?> <대처 마누라 말이 옳소.>
자진모리: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가 건너간다. 흥보 치레 볼작시면 다 떨어진 헌 도포, 밥풀 관자, 종우 당줄 뒤통나게 졸라매고, 서리 아침 치운 날에 팔짱 끼고 옆걸음쳐, 이리저리 건너간다. <형님 동생 흥보 문안이오.> 아니리: 놀보가 흥보라는 말을 듣더니, <나는 구 대차 독신으로 내려온 줄을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디, 무슨 동생이란 말이오? 아마 다른 디 찾아갈 걸 잘못 알고 왔는가 보오. 어서 가보시오,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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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모리: 놀보놈 거동 봐라. 수양산 몽둥이를 눈 우에 번뜻 추켜들고, <어따, 이놈, 강도놈아! 내의 말을 들어봐라. 잘 살기 내 복이요, 못 살기는 네 팔자라. 나락 섬이나 주자헌들, 마당에 큰 노적이 다물다물이 쌓였으니 네놈 주자고 노적 허랴? 전관이나 주자헌들, 용봉장 금궤 안에 가득가득 쾌를 지어 궤 속 안에 들었으니, 네놈 주자고 궤돈 허랴?> 몽둥이를 드러메더니 다르막에 구렝이 치듯, 좁은 골에다 베락 치듯, 후닥딱! <아이고, 형님, 박 터졌소!> 후닥딱! <아이고 형님, 허리 부러졌소! 사람 좀 살려 주오.> 몽둥이를 피하라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허건마는, 대문을 걸어노니 날도 뛰도 못 허고, 그저 퍽퍽 맞으며 안으로 쫓겨 들어가는디, 매 맞은 다리를 질질 끌고 들어가며, <아이고, 형수씨! 사람 좀 살려주오.>
아니리: 놀보 계집은 놀보보동 훨씬 더 독허든가 보더라. 밥 푸던 주벅을 들고 달라들며, <아지뱀이고 동애뱀이고, 나한테 전곡 매ㅌ겼소?> 주벅으로 딱 때려노니, 흥보가 매 맞인 건 생각지 않고 두 손에 밥풀을 뜯어먹으면서, <아이고, 형수씨! 그 주벅에 밥풀 많이 묻혀 이 뺌 마저 때려 주오.> <무엇이라고?> 딱 때려노니, 흥보가 형님한테 맞인 건 소분이요, 형수씨한테 매를 맞고 보니, 진양조: 흥보가 곰곰 생각을 허니, 하날이 빙빙 돌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아이구, 세상 사람들! 이런 법이 어디가 있소! 형수씨 되는 분이 시아재 때린 법 고금천지 첨 보았소. 아이고 하나님! 흥보놈을 베락을 때려주면, 염라국 들어가서 우리 부모를 뵈옵게 되면, 세세원정을 다 헐라네. 지리산 호랑아, 흥보놈 물어가그라! 세상 만사가 귀찮허구나.> 부러진 작대기 찾어 짚더니, 고초가루 먹은 사람처럼 후후 불면서 저의 집으로 건너간다. 아니리: 그렁저렁 집으로 당도하니, 흥보 마누래 나오며, <아이고, 여보 영감. 무얼 주십디까? 밥이면은 자식덜을 멕이고, 쌀이면은 밥을 지어서, 저 저 자식들을 멕입시다. 무얼 가지고 오셨소?> <마누라, 거기 앉게. 그 동안에 형님 마음이나 형수씨 마음이 아조 말을 헐 수 없이 후해지셨습디다. 내가 갔더니, 오래간만에 왔다 하고 더운 밥 짓고, 술을 받고 해서 잘 멕여준 다음에, 형수씨가 쌀도 주고, 형님이 돈도 주고, 많이 주시는디, 그걸 짊어지고 오다가 저, 그 무서운 고개 있지 않소? 거그를 오니까 시커먼 놈들이 칼을 들고 달라들며, ‘네 이놈 흥보야! 목심이 중허냐, 돈이 중허냐’ 허더니 실큰 때려주고 다 뺏아가고 말았소.> 흥보 마누라 이 말을 듣더니, <그만 두오.> 중모리: <그런대도 내가 알고, 저런대도 내가 아요. 형님 속도 내가 알고, 시숙님 속도 내가 아요. 돈 닷 냥, 쌀 서 말이 무엇이오? 내게다가 그런 말 허지도 마오. 야속허지, 우리 시숙. 전곡만 생각허고 형제 윤기를 몰라보고 이리 몹시 쳤단 말이냐? 아이고 분하여라. 원통허여라. 분하여서 못 살겄네. 내가 얼마나 으젓허면, 중한 가장을 고생시기리. 아이고, 어쩔거나.> 아니리: <여보 마누라, 울지 마오. 남이 들어, 남 보기로 내 집에 흉만 나지 않소? 마누라, 울지 마오. 내가 마을에 가서 품팔이헐 데나 있는가 내 알아보고 오제.> 흥보는 마을로 나간 뒤에, 흥보 마누라 곰곰 생각허니 설음이 복받치어, 혼자 자탄을 허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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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故 인간문화재 박초월 창 흥보가 (0000)
진양조: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설은 가난이야. 삼신제왕님이 복 마련을 허셨는가. 나는 세상에 삼겨나서 불의 행사 헌 일 없는디, 이 고생이 웬 일일까? 이 때는 어느 땐고? 팔월 가절이 돌아왔는디, 다른 동네 사람들은 올기 잡어서 햅쌀밥을 짓고, 동산에 가 알밤을 줏어, 풋콩을 까고, 송편을 허여, 어린 것들을 곱게곱게 입히어 선산 셍묘를 가랴는디, 우리네 팔자는 박복허제. 한가위 명절에도 조상 차례를 못 올리니, 이런 팔자가 어디가 있느냐?> 흥보 내외 붙들고 울고, 울고 만류고 울음을 우는디, 사람의 인륜으로 볼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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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이리 한참 붙들고 울음을 울 적에, 중이 하나 내려오겄다.
엇모리: 중 하나 내려온다. 저 중의 거동 보소. 연년 묵은 중, 허디헌 중, 양이수견미부면 중이 종이부침무불선 다 떨어진 홀치 송난 이리 총총, 저리도 총총, 헝겊으로 구멍 막어 노닥노닥 지은 장삼, 율미 염주 목에 걸고, 단주 팔에 걸고, 소상반죽 열두 마디 용두 새긴 육환장 쇠고리 길게 달고, 처절철 철철 철철철 내려와서, 사람이 말 물으면 허 허리 굽히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중이라 허는 것은 속가에 가도 염불, 절에 들어도 염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 집 저 집 다 지내고 흥보 문전을 당도하야, 구부구부 절을 허며, <동냥 조끔 주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니리: <이 댁에 동냥 왔소!> 흥보가 깜짝 놀래 나오더니, <이거 보십시오. 제 집을 둘러보시오마는, 서 발 장대로 거쳐도 거칠 것이 없사오니, 다른 댁을 찾아갔다 후일에 다시 오시오면, 후히 대접하오리다.> <주시고 안 주시기는 주인의 처분이오나, 소승이 밖에서 잠꽈ㄴ 듣자오니, 안에서 생사가 미판이오니 무슨 곡절이시오니까?> <예. 먹을 것도 없고, 하도 기가 맥혀 양주에 죽기로 다투었나이다.> <가긍헌 일이올시다. 소승이 비록 아지는 못 하나마, 집터를 하나 잡아 드릴 테니, 소승의 뒤를 따르시옵소서.> 흥보가 도승의 뒤를 따라가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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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조: <감계룡 간좌곤향 탐랑득 거문파며 문필봉 창고산이 좌우로 높았으니, 저 터으다 집을 짓고 안빈허게 살으시면, 가세가 속발허고, 재물이 점점 용지불갈 취지무궁 기룬 일이 없오리다.> 전간입주 자리으다가 막대기 넷을 꽂아놓더니마는 인홀불견 간 곳이 없네. 그 때여 흥보가 도승인 줄을 짐작허고, 있든 집을 헐어다가 그 자리으다 의지를 허고, 동지 섣달 치운 날에 못 먹고, 텡텡 빈 배에 아니 죽고 살어날 제, 정월 이월 삼월이 돌아오니 산수 경개 장히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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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모리: 삼월 동풍 방초시, 삼월 동풍 방초 시절 비금주수가 길길 제, 강남서 나온 제비 흥보 문전을 당도허니, 흥보가 보고 좋아라고, <어, 떴다, 내 제비야! 어디 갔다가 이제 온가? 소박한 세상 인심 부귀를 추세하야 찾어올 리가 만무터니, 네가 나를 찾아오니 어찌 이리 아니 반가운가.> 저 제비 거동을 봐라. 남남제성에 가 좋은 진흙을 물어다가 처마 끝에다가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까, 밥 물어다 기를 제,
아니리: 하루는 무지한 대맹이가 제비를 다 잡어먹고 한 마리 남은 것이, 날기 공부 힘을 쓰다 뚝 떨어져 다리가 지끈 부러져노니, 어지신 흥보 씨가 달라들어 당사실로 부러진 다리를 감아주었던지라, 차차 나아 구월구일이 돌아오니, 강남으로 들어가랴고 한 번 날아보는디, 진양조: 떴다, 보아라. 저 제비가 둥그렇게 둥그렇게 구만 장천 높이 떠, 지중으로 둥둥 펄펄 날거날, 흥보가 보고서 좋아라고, <반갑구나, 내 제비야. 부러진 다리를 원망을 말어라. 오작의 손빈이도 양족이 없었어도 진나라 가서 대장이 되고, 초한 적 한신이도 일지수가 없었어도, 대장단 높은 집이 일군기경을 허였으니, 멀고먼 만 리 강남을 부디 평안히 잘 가거라.> 제비 저도 섭섭허여라고, 빨랫줄에 가 늘어앉더니마는, 무엇이라고 답변을 허더니, 구만 장공 높이 떠서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만리 강남을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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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흥보씨 제비가 보은표 박씨를 입에다 물고 만 리 조선을 나오넌디, 경치가 장히 좋든가 보더라.
중중모리: 흑운 박차고, 백운 무릅쓰고, 거중으 둥둥 높이 떠 두루 사면 살펴보니, 서촉 지척이요, 동해 창망허구나 죽림봉을 올라가니 주작이 넘놀고, 하겨토 가겨토 오작교 바라보니, 오초동남 가는 배는 북을 둥둥 울리면서 ‘어기야 어기야’ 저어가니 원포귀범이 이 아니냐? 수벽사명양안태요, 불승청원각비래라. 날아가는 저 기러기 갈대를 입에다 물고, 일점 이점에 떨어지니, 평사낙안이 이 아니냐. 백구 백로 짝을 지어 청파상에 왕래, 석양촌이 거의노라. 호안봉을 넘어 황릉묘 들어가니, 이십오녀탄야월에 반죽 가지 수여 앉어 뒤견성을 화답허고, 봉황대 올라가니 봉거대봉강자류라. 황학루 올라가니 황학일버불부배요, 백운청양공유유라. 금릉을 지내여 주사촌 들어가니 공수창외도리개라. 낙매화를 툭 차 무연에 펄렁 떨어지고, 이수를 지내여 계명산을 올라 장자방 간 곳 없고, 남병산 올라가니 칠성단이 빈 터라. 연조지간을 지내여, 장성을 지내여, 갈석산을 넘어 연경을 들어서서, 황극전에 올라 앉어 만호 장안을 구경하고, 경양문 내달라, 장달문 지내여, 동간을 들어가니 산 미륵이 백이로구나. 요동 칠백 리를 순숙히 지내여, 압록강을 건너 의주를 다달라, 영고탑 통군전을 올라 앉어, 앞남산 밧남산 석병강 용천강 좌우령을 얼른 넘어, 부산 파마 환마고개 강동다리를 건너, 평양의 연광정 부벽루를 구경하고, 대동강 장림을 지내, 송도를 들어가 망월대 관덕정 박연폭포를 귀경하고, 임진강 시각에 건너, 삼각산에 올라앉어 지세를 살펴보니, 철양의 대원맥이 중령으로 흘리쳐, 금화 금성이 분개허고, 춘당 영초 회돌아 도봉 망월대 솟아 있고, 삼각산이 생겼구나. 문물이 빈빈하고, 풍속은 희희허여 만만세지금탕이라, 경상도는 함양이요, 전라도는 운봉이라. 운봉 함양 두 얼품에 흥보가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을 봐라. 박씨를 입에다 가로 물고, 남대문 밖 썩 내달라 칠패 팔패 배다리 지나, 아야고개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승방을 지내였구나. 남타령 고개를 넘어, 두 쭉지 옆에 끼고 수루루루 펄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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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모리: 흥보 문전을 당도하야, 당상 당하 비거비래 편편히 나는 것은 무얼 같다가 이르랴.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으로 넘논 듯, 단산 봉황이 죽신을 물고 오동 속으로 넘논 듯, 집으로 펄펄 날아들어, 들보 우에 올라 앉어 제비 말로 지지 운다. ‘지지주지 거지연지 낙지각지 함지배오 빼드드드드.’ 흥보가 보고 반겨라고, <어, 떴다, 내 제비야.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나?> 찬찬히 살펴보니, 오색 당사로 감은 흔적 아리롱 아리롱허니, 어찌 아니가 반가운가. <얼씨구나 내 제비야.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는가, 얼씨구나 내 제비야.>
아니리: 무엇을 흥보 앞에다 뚝 떨어트려 놓는디, 흥보가 받아들고 살펴보니 분명한 박씨로고나. 흥보 내외 의논하고 동편 단장 밑에 숭겄드니, 저 박씨 성실하야 일취월장하였는디, 박 세 통이 열렸겄다. 이 때는 어느 땐고, 팔월 추석이 돌아왔는디, 다른 집에는 떡도 허고, 술도 허고, 밥도 허고 생 야단이 났는디, 흥보네 집은 냉냉하야 곤신풍이 들었든가 보드라. 그 때여 마을 처녀들과 부인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허고 한 번 놀아보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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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모리: <팔월이라 보름날은 가배절인데, 각씨들의 놀음놀이 추석날이 좋을씨고. 신라 때 가배절은 부작 변장 날 통하고, 뉘에 키고 길쌈하는 각씨들의 놀음놀이 추석날이 좋을씨고. 팔월이라 보름날은 가배절인데, 각씨들의 놀음놀이 추석날이 좋을씨고.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노든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구나. 금도끼로 찍어내고, 옥도끼로 다듬아서, 초가 삼칸 집을 지어, 양친 부모를 모셔 보세. 팔월이라 보름날은 가배절인데, 각씨들의 놀음놀이 추석날이 좋을씨고.>
아니리: 이리 한참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놀 적에, 흥보 막내아들이 배가 고파 ‘앙앙’ 허고 울고 있으니, 흥보 마누라 기가 맥혀 아이를 한 번 달래 보는디, 중중모리: <자장 자장, 우리 애기 잘도 자네. 천태산 노고할미 졸듯이 우리 애기 잘도 자네. 상산사호 네 노인이 바돌 뒤다가 잠을 자고, 우리 애기 이쁜이는 울음을 울다 잠을 자네. 자장이야 자장이야, 우리 애기 잘도 자네.> 아니리: 그 때여 흥보 둘째놈 셋째놈이 밖에 나가서 보니, 아이들이 곶감이나 떡이나 모도 가지고 댕기니, <얘들아, 나 그 떡 좀 다고.> <얘, 말똥아. 떡이 그렇게 먹고 싶으먼, 내 가랭이 밑으로 너 물팍 꿇고 정 기어들어 갈라니? 그러먼 떡을 많이 주지.> 흥보 자식들이 떡을 얻어 먹을 작정으로 아이들 가래 밑으로 지내가는디, 중모리: 한 놈이 떨어져 뒤에 가 붙고, 또 한 놈 떨어져 뒤에 가 붙으니, 이놈 저놈이 다 떨어져 뒤에 붙으니, 흥보 아들이 기가 막혀,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다리야!> 울고불고 들어가서, <아이구, 어머니. 나도 떡 좀 해 주. 다른 동네 아이들은 찰떡허고 멧떡을 가져 아이들을 조롱을 허는디, 우리는 무슨녀러 팔자인고! 아이고, 다리야.> 아니리: 흥보 마누라가 이 모냥을 보더니, 설음이 복바치어 울음을 우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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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故 인간문화재 박초월 창 흥보가 (0000)
진양조: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설은 가난이야. 삼신제왕님이 복 마련을 허셨는가. 나는 세상에 삼겨나서 불의 행사 헌 일 없는디, 이 고생이 웬 일일까? 이 때는 어느 땐고? 팔월 가절이 돌아왔는디, 다른 동네 사람들은 올기 잡어서 햅쌀밥을 짓고, 동산에 가 알밤을 줏어, 풋콩을 까고, 송편을 허여, 어린 것들을 곱게곱게 입히어 선산 셍묘를 가랴는디, 우리네 팔자는 박복허제. 한가위 명절에도 조상 차례를 못 올리니, 이런 팔자가 어디가 있느냐?> 흥보 내외 붙들고 울고, 울고 만류고 울음을 우는디, 사람의 인륜으로 볼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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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故 인간문화재 박초월 창 흥보가 (0000)
아니리: <여보 마누라. 그 돈과 쌀이 나오고 보니, 그, 그 박 한 통 마자 가져 오시오. 그 박 속에서는 무엇이 나온지 한 번 켜 봅시다.> 흥보 내외간에 박 한 통을 또 따다 놓고 한번 켜 보는디,
중중모리: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시리렁 실건, 당거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 은금 보화만 나오느라. 은금 보화 나오면은 우리 형님 전에 바칠란다.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당거주소.> 흥보 마누라가 이 말 듣고, 중모리: <나는 나는 나는 안 탈라요. 형제간이라 잊으셨소? 엄동설한 치운 날에 수다헌 어린 것들 과 구박허던 일을 생각허면, 곽 속의 들어도 못 잊겄소. 나는 나는 안 탈라요.> 흥보 듣고 화를 내며, <타지 말어라. 타지 말어! 안 탈라면 말려무나. 갑갑헌 사람아, 내 말 듣소. 여자라 하는 것은 상하 의복이로다. 의복은 떨어지면, 다시 지으면 또 의복이요, 형제는 일신수족이로다. 수족 한 번 끊어지면 둘 다 병신이 되느니라. 우리 형님은 한 번 아차 돌아가시면, 조선 팔도 너룬 곳에 얼굴인들 어디서 보겼느냐?> 흥보 마누라 이 말 듣더니, <아이고 여보 영감, 나 잘못 했소. 다시는 그런 말 한 허리다.> <아먼 그래야제.> 중중모리: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시리렁 실근 당거주소. 강상의 내 박 한 통을 당할손가.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당거주소. 실근 실근 어여루 당거 주소.> 휘모리: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식싹 콕 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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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故 인간문화재 박초월 창 흥보가 (0000)
휘모리: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부어내고, 돌아섰다 열고 보면 쌀과 돈이 하나 가뜩, 톡톡 떨고 돌아섰따 열고 보면, 돈과 쌀이 하나 가뜩, 톡톡 떨고 돌아다보면 쌀과 돈이 하나 가뜩. <오냐, 어서 많이 나오너라! 일년 삼백육십 일을 그저 꾸역꾸역 나오너라. 나라에 상납하야 국고 저축을 허여 가자.>
아니리: 어찌 떨어 부어 놨든지, 태산 덩어리 같든가 보드라. <여보게 마누라. 이제는 우리가 다, 옛날에 잘 못 살았던 것 아무 한을 마시오. 이제는 쌀과 돈을 많이 쟁여놨으니, 우리 춤이나 한 번 추고 놀아볼까?> <아이고 여보 영감. 내가 춤을 출 줄 알아야제.> <그저 두 말 말고 따라대임서 보릿대춤이라도 한 번 추어 보소.>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고나 절씨고. 우리 집이 가난키로 삼남에 유명터니, 오늘날 부자가 되니, 석순이를 부러허며, 도주공을 내가 부러허랴. 여보아라, 큰자식아!> <예.> <건넌말 건너가서, 너그 큰아버지 모셔오느라. 경사를 보아도 형제가 볼란다. 얼씨고나 절씨고.> 흥보 마누라도 좋아라고, 춤을 추면서 나온다. <얼씨고나, 나도 좋네. 얼씨구 절씨구야. 어화, 세상 여러분네들, 이 내 말씀을 들어보소. 언충신 행독경, 마음씨만 잘 먹으면 이런 경사를 보시리다. 부자라고 자세를 말고, 가난헌 사람 괄세 마소. 나도 오늘날 제비 덕에 쌀과 돈이 많이 생겼으니, 기민 구제를 헐라네. 불쌍허고 가련헌 사람들아, 우리 집을 찾어오소. 오음 육률 국악 소래 태평성대를 자랑허고, 고구려 신라가 언제든가. 장정들 어깨를 골라 보세. 가야금 지중당, 거문고 시리둥, 젓대 소리난 떼띠리디, 얼씨구나 좋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어 좋네. 얼씨구 절씨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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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故 인간문화재 박초월 창 흥보가 (0000)
아니리: <여보 마누라. 그 돈과 쌀이 나오고 보니, 그, 그 박 한 통 마자 가져 오시오. 그 박 속에서는 무엇이 나온지 한 번 켜 봅시다.> 흥보 내외간에 박 한 통을 또 따다 놓고 한번 켜 보는디,
중중모리: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시리렁 실건, 당거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 은금 보화만 나오느라. 은금 보화 나오면은 우리 형님 전에 바칠란다.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당거주소.> 흥보 마누라가 이 말 듣고, 중모리: <나는 나는 나는 안 탈라요. 형제간이라 잊으셨소? 엄동설한 치운 날에 수다헌 어린 것들 과 구박허던 일을 생각허면, 곽 속의 들어도 못 잊겄소. 나는 나는 안 탈라요.> 흥보 듣고 화를 내며, <타지 말어라. 타지 말어! 안 탈라면 말려무나. 갑갑헌 사람아, 내 말 듣소. 여자라 하는 것은 상하 의복이로다. 의복은 떨어지면, 다시 지으면 또 의복이요, 형제는 일신수족이로다. 수족 한 번 끊어지면 둘 다 병신이 되느니라. 우리 형님은 한 번 아차 돌아가시면, 조선 팔도 너룬 곳에 얼굴인들 어디서 보겼느냐?> 흥보 마누라 이 말 듣더니, <아이고 여보 영감, 나 잘못 했소. 다시는 그런 말 한 허리다.> <아먼 그래야제.> 중중모리: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시리렁 실근 당거주소. 강상의 내 박 한 통을 당할손가.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당거주소. 실근 실근 어여루 당거 주소.> 휘모리: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근 실근 실근 실근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식싹 콕 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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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故 인간문화재 박초월 창 흥보가 (0000)
아니리: 박이 쩍 벌어지니, 그 박 속에서는 왼갖 비단이 나왔겄다. 흥보 마누라가 좋아라고, <아이고 여보 영감. 이 박 속에서 비단이 나왔으니, 무슨 색깔이고, 무엇무엇인지 내가 한 번 세나 볼까요?> <그건 마누라 맘대로 하오그려.> 흥보 마누라가 비단을 들고, 색을 무슨 색이라고 한 번 일러 내 보는디
중중모리: 붉은단 푸른단 일광단 월광단 서왕모 요지연의 진상허던 천도문 적설이 만공산허니 절개 있는 송죽단 등태산소천하에 공부자의 대단 남양 초당 경 좋은 데 만고지사의 와룡단 오랑캐를 내몰아서 태평건곤의 대원단 쓰기 좋은 양태문 인정 있는 은조사며, 부귀다복 복수단 삼순구식의 궁초로다. 길주 명천 가는 베, 강진 해남 극상세목 한산 모수 임천 모수 생수 삼판 외사 갑사까지 그저 꾸역 나와, 흥보 집이 거부가 되네. 아니리: <아이고 여보 마누라. 그 비단이 그렇게 많이 나왔으니, 그 전에 못 입어봤을 테니, 게 무슨 색깔이고 골라서 마느래 옷 좀 해 입어 보소.> <하이고 여보 영감. 나는 평생 송화색 삼호장 저고리가 좋습디다.> <아, 그러먼 그대로 해 입소.> <그러먼 영감께서는 무슨 색깔이 좋읍디까.> <아 나는 거 껌지 않는 먹공단 좋데.> <아이 그러면 어떻게 입으실랑가. 말씸허먼 내 그대로 꼭 꾸메 디리오리다.> 흥보가 먹공단으로 꾸메 보는디, 중중모리: 먹공단 갓끈, 먹공단 망근, 먹공단 두루마기, 먹공단 죄깨, 먹공단 저구리, 먹공단 바지, 먹공단 보선, 먹공단 허리띠, 먹공단으로 손수건을 들고, <어떤가, 날 보소.> 아니리: <그러고 보니 영감께서는 하릴없는 까마구 같소그려.>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도 꾸미는디, 송화색 댕기, 송화색 저구리, 송화색 초마, 송화색 단의, 송화색 속곳, 송화색 속속곳, 송화색 버선, 송화색 허리띠, 송화색으로 수건을 들고, <어떻소, 날 보시오.> 아니리: <그러고 보니 마누라는 하릴없는 꾀꼬리 같소. 허허허.> 흥보가 거부가 되어 고루거각으로 집을 짓고 사는디, 하루는 흥보가 하는 말이, <여보 마누라. 건넌말 형님도 모셔오고, 동네 여러분들도 모셔다가 약주나 한 잔 대접해야 허지 않겠소?> 의논이 분분할 적에, 놀보가 흥보 부자 되야ㅆ다는 말을 듣고, 흥보 집을 찾아오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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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모리: 놀보가 건너온다. 놀보가 건너온다. 놀보가 건너온다. 놀보 심술 볼작시면 욕심 많고, 악독하고, 심술 많은 저 놀보가 흥보 집을 찾아온다. 대문 안을 들여다보니 듣던 말과 같던지라 <너 이놈 흥보놈아!>
아니리: 흥보가 깜짝 놀래 나오면서, <아이고 형님. 건너오셨습니까?> <오, 그 동안 잘 있디야? 그 듣던 말허고 꼭 같구나. 네가 요새 다니면서 그 밤이실을 맞는담서?> <아이고 형님. 밤이실이라니오?> <그런 게 아니라, 아 관가에서 너를 잡으로 왔더구나. 밤이실을 맞는 것이 다른 게 아니라, 거 도적질을 했담서? 그래서 그렇게 부자가 되야ㅆ다고 너를 잡으로 왔길래, 형제간에 그저 있을 수 있드냐? 그래서 밥과 술을 대접하고 내가 건너왔으니, 어서 이 집 비어놓고 비워놓고. 어서 도망을 가거라.> 중모리: <형님. 그게 웬 말씀이오? 형님 슬하 떠나온 후로 근근부지로 지내옵넌디, 하루난 제비 한 쌍 날아와 처마 끝에다 집을 짓고, 날기 공부 심 씨다 뚝 떨어져 죽게 되야서, 당사실로 감아주었더니, 그 은공을 갚으랴고 보은표 박씨를 물어온 걸.> 아니리: <뒤안에 동편 밑에다가 숨어놨더니, 그것이 차차 자라 일취월장하야, 박이 두 덩어리가 열렸기에, 하도 배는 고프고 자식들 멕일 것이 없어서 박을 켰더니, 그 박 속에서 은금보화가 나왔제, 무슨 도적질이란 말이 당치않은 말이올시다.> <오, 그랬냐? 그럼 공연시리 그놈들이 그러고 댕겼구나. 그러나 저러나 내가 시장허다. 그, 저, 걸게 좀 채려오너라.> 흥보 마누라는 주안상을 채려 하인에게 들려 보내고, 흥보 마누라가 나오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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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아니, 내가 이 밥 안 묵으먼 되잖애?> 흥보 마누라 밥상을 들고, <아니, 밥, 밥이라는 거는 얼마나 소중허다고 이러시오? 나라에 오르면 수라요, 양반이 잡수먼 진지요, 제새에 오르먼 진매온디, 얼마나 소중한 것이라고 발로 차시오? 관가에서 알면은 손도가 싸고, 동네에서 알면 볼기가 싸겠소. 어서 가시오, 보기 싫소.> 놀보가 화가 나서, <네 이놈, 흥보야, 네 계집 당장에 버려라. 내가 얻어 주마. 저 웃묵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예, 그게 화초쟁이올시다.> <화초장? 그 속에 뭣이 들었느냐?> <그 은금보화가 들었지요.> <그놈 화초장 그것 나 다고.> <형님 건너가시면 하인으게 짊어 보내지오.> <그놈 꾀많은 체히라고. 나 간 뒤에 은금보화 다 내버리고 보낼라고 그러느냐? 아서라, 아서. 쇠뿔은 단짐에 빼랬다고 내가 짊어지고 가야겄다.> <아이고 형님, 그러시오.> 화초장을 뗏방을 해서 짊어져 노니, 놀보가 화초장을 짊어지고, 화초장 이름을 잃어버릴까봐 제 손세 부르고 가는디, <야, 흥보야. 이게 무엇이여?> <예, 화초쟁이올시다.> <오냐, 어서 들어가거라, 들어가.>
중중모리: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하나를 얻었네. 얻었네, 얻었네. 화초장 하나를 얻었네. 대장부 한 걸음에 화초장 하나가 생겼구나.> 또랑 하나를 건너뛰다 화초장 이름을 잃어버리고, 꺼꾸로 붙임서 모르는구나. 고초장, 된장, 간장, 뗏장, 아이고 아니로구나. 초장화, 초장화, 초장화, 장화초, 장화초, 초장화. 아니고. 이것도 아니로구나. 이것이 무엇일까? 방장, 천장, 송장, 접장. 아이고 이것도 아니로구나. 이것이 무엇일까? 갑갑하여 못 살겄네! 우리집으로 들어가서, 우리 마누라더러 물어보자.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를 갔다가 집안이라고서 들어오면, 우루루루루루 쫓아나와 영접하는 게 도리 옳제, 좌이부동이 웬 일인거나? 에라, 이년아, 몹쓸 년아.> 놀보 계집이 나온다. 놀보 계집이 나오면서. <아이고 여보, 영감.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소. 내 잘못 되야ㅆ소. 이리 오시오. 이리 오라면 이리 와요.> 아니리: 놀보가 궤짝을 내려놓고, <여보게 마누라. 이 궤짝 이름이 대관절 무엇인가?> <하이고 여보, 영감. 우리 친정에서 그런디 그게 화초쟁이라고 헙디다.> <그런 방정맞은 년이 있는가! 내가 막 화초쟁이라고 할라고 더니, 지가 화초쟁이라고 허네 그랴. 내가 흥보 집을 갔더니, 정말 부자가 되야ㅆ데, 달리 부자가 된 게 아니라, 제비다리헤가 부지러졌는디, 그 당사실로 감아주었대. 그런디 그 은공을 갚는다고 강남서 보은표 박씨를 물고 왔다나. 그레 그걸 숭겄더니 박이 여러 덩거리가 열렸드래. 그 박을 타고 보니, 그 박 속에서 은금보화가 나와서 부자가 되었다 하니, 우리도 제비 다리 열댓 개만 부질렀으면 흥보보담 더 큰 부자가 되지 않겠소? 그러니 우리도 오늘부텀 제비 딱지를 붙여놓고, 제비 오기를 좀 기달려 봅시다.> 놀보 이놈이 부자가 되고 싶어서 제비 딱지를 한 천 개찜 붙여놓고, 날이날마동 기달리지마는 제비가 날아들 리가 없제. 이놈이 하루는 그물을 짊어지고 제비를 후리러 한 번 나가 보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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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모리: 제비 후리러 나간다. 제비 후리러 나간다. 복희씨 맺인 그물을 에후리쳐 드러메고 방랑산으로 나간다. 이 편은 우두봉이요, 저 편은 좌두봉. 방랑산을 뒷둘러 덤풀을 툭 쳐, <후여! 저 저 저 제비야. 네가 어드로 행하느냐?> 연비여척에 소루기 보아도 제빈가 의심하고, 남비오작에 까치만 보아도 제빈가 의심하고, 춘일황앵 꾀꼬리만 보아도 제빈가 의심, 층암절벽 비들키 보아도 제빈가 의심. <저기 가는 저 제비야! 그 집으로 들어가지를 말어라. 천화일 지은 집이로다. 화근이 동량이라 기둥과 들보에 불기운이 끼었다. 내 집으로 들어오느라! 어 어 으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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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저 제비는 집에 들어가 앉었는디, 놀보가 얼른 부자가 되고 싶어서, 제비 다리를 억지로 부질러 놓고, 실로 다리를 묶어 놓았는디, 미물 짐생일망정 어찌 원수를 아니 갚으리오? 구월구일에 들어갔다가, 그 이듬해 삼월삼질날 나오면서 박씨를 물고 오되, 원수 수 자 바람 풍 자 씌어 있는 박 씨를 물어왔겄다. 놀보가 얼른 부자가 되고 싶어서, 심어 두고 돌아다 보니, 금방 싹이 터서 꽃이 피었거늘, 놀보가 좋아라고, <마당쇠야, 박 좀 보고 오너라.> <예. 박을 가 보니, 두 뎅이가 큰 산뎅이처럼 열렸습디다.> <그럼 익었으면 따 오너라. 우리도 얼른 부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예. 박을 바늘로 찔러 봤더니 뚝뚝 소리가 납니다.> <그럼 따 오너라.> 놀보 내외가 마당쇠를 다리고 박을 한 번 타 보넌디,
중모리: <실건 실건 톱질이야. 에여루 당거주소.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톱질이야. 이 박을 타거들랑은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 은금보화만 나오너라.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당거주소. 마당쇠야, 마당쇠야. 너도 한 마디 메겨 보아라.> <예. 이 박을 타거들랑은, 은금보화도 나는 싫고, 색시 하나만 나오너라! 에여루 당거주소.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실근 실근 당거주소.> 아니리: <아니, 이 미친 놈의 자식아. 박 타가지고 부자가 될라는디, 재수 없이 색시가 나오라고? 네 이 급살맞을 놈의 자식같으이. 저리 썩 나가!> 놀보가 맘이 어쩨 급해 놨던지 한 번 박을 타 보는디, 휘모리: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박 속이 펄펄허더니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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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저 제비는 집에 들어가 앉었는디, 놀보가 얼른 부자가 되고 싶어서, 제비 다리를 억지로 부질러 놓고, 실로 다리를 묶어 놓았는디, 미물 짐생일망정 어찌 원수를 아니 갚으리오? 구월구일에 들어갔다가, 그 이듬해 삼월삼질날 나오면서 박씨를 물고 오되, 원수 수 자 바람 풍 자 씌어 있는 박 씨를 물어왔겄다. 놀보가 얼른 부자가 되고 싶어서, 심어 두고 돌아다 보니, 금방 싹이 터서 꽃이 피었거늘, 놀보가 좋아라고, <마당쇠야, 박 좀 보고 오너라.> <예. 박을 가 보니, 두 뎅이가 큰 산뎅이처럼 열렸습디다.> <그럼 익었으면 따 오너라. 우리도 얼른 부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예. 박을 바늘로 찔러 봤더니 뚝뚝 소리가 납니다.> <그럼 따 오너라.> 놀보 내외가 마당쇠를 다리고 박을 한 번 타 보넌디,
중모리: <실건 실건 톱질이야. 에여루 당거주소.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톱질이야. 이 박을 타거들랑은 아무 것도 나오지를 말고, 은금보화만 나오너라.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당거주소. 마당쇠야, 마당쇠야. 너도 한 마디 메겨 보아라.> <예. 이 박을 타거들랑은, 은금보화도 나는 싫고, 색시 하나만 나오너라! 에여루 당거주소. 시리렁 실건 시리렁 실근 실근 실근 당거주소.> 아니리: <아니, 이 미친 놈의 자식아. 박 타가지고 부자가 될라는디, 재수 없이 색시가 나오라고? 네 이 급살맞을 놈의 자식같으이. 저리 썩 나가!> 놀보가 맘이 어쩨 급해 놨던지 한 번 박을 타 보는디, 휘모리: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시리렁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실건. 박 속이 펄펄허더니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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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수궁가 Vol.1 (199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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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수궁가 Vol.2 (199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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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박초월 - 수궁가 Vol.2 (19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