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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김세원 - 내가 만든 꽃다발 (2001)
선운사 전연옥
시간이 좀 늦었지만 우리 모두 선운사에나 가지요 삶이란 무엇인가 따위로 심사가 사나와 있는 중년의 애인을 데리고 마음은 한결같으나 의견은 한 다발로 묶여지지 않은 저녁 날 우리모두 선운사에 가 마음 고생에 헐벗은 영혼을 달래며 좀 늦은 저녁 공연이나마 청해 들지요 막차를 타고 선운사에 가보면 모두다 알게 되지요 남의 상처도 내 것처럼 아프고 별스러운 게 다 슬프고 서러워 밤새도록 불면의 베개에 이마를 파묻을 때 그것이 바로 삶의 방식이 아니겠냐고 아득히 물어오는 동백꽃이 있다는 것을 선운사 붙박이 식구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그 애절한 사연을 알고 있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