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와 북소리, 어쿠스틱 기타와 바이올린 그리고 백창우의 탁한 목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장마>, 도시의 한복판에 섬처럼 떠있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고독을 노래한 <나무의자>,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에 시를 읊듯 노래한 <그대 오늘은 어느 곳을 서성거리는가> 등 그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음반입니다.
한 마리 소처럼 우직하게 '한국적 포크'를 고집해온 그의 두 번째 '길찾기' 작업, 그는 과연 음악평론가 강헌이 평하듯 '이 첨단의 시대에 저주받은 음유시인인가, 아니면 새롭게 길을 열어가는 '예지의 노래꾼인가... .... ....
그대 오늘은 또 어느 곳을 서성거리는가 꾸부정한 모습으로 세상 어느 곳을 기웃거리는가 늘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는 그대 그대가 찾는 건 무엇인가 한낮에도 잠이 덜 깬듯 무겁게 걸어가는 그대 뒷모습을 보면 그대는 참 쓸쓸한 사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들고 다니는 그대의 낡은 가방속엔 뭐가 들었을까 소주 몇 잔 비운 새벽엔 무척이나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대 가끔은 그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대 눈 속에 펼쳐진 하늘 그대 가슴 속을 흐르는 강물 바람인가, 그대는 이 세상을 지나는 바람인가
자꾸만 땅이 죽어간다 자꾸만 땅이 죽어간다 이러다간 배추 심을 땅도 없고 고추심을 땅도 없겠네 자꾸만 땅이 죽어간다 자꾸만 땅이 죽어간다 이러다간 우리 어머니 콩 심을 땅도 없겠네 한 십년쯤 뒤엔 아니, 이십년쯤 뒤엔 배추고장 고추공장 콩공장이 생겨 라면처럼 비닐봉지에 담겨진 배추를 고추를 완두콩을 먹게 되진 않을까 자꾸만 땅이 죽어간다 자꾸만 땅이 죽어간다 이럳간 나무 심을 땅도 없고 꽃 심을 땅도 없겠네 자꾸만 땅이 죽어간다 자꾸만 땅이 죽어간다 이러다간 우리 아이들 뛰어놀 땅도 없겠네
오늘은 어느 누굴 찾아가볼까, 광화문 네거리를 서성이는데 이런 제기랄 비가 내리네 터덜터덜 걷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점심때가 지났구나 국수 한 그릇 먹었으면 사람들은 어딜 그렇게들 바삐 가는지 거리는 온통 비닐우산의 행렬인데 나는 갈곳이 없구나, 이렇게 외로운 날 호주머니엔 담배도 떨어지고 마음은 괜히 울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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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한 장 사들고 찻집에 들어가, 커다란 종이비행기를 접다가 문득 떠오른 너의 얼굴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존바에즈의 노래를 듣고 있을까 낡은 책더미에 기대 앉아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들 살아가는지 저마다 몇 개씩의 슬픔을 갖고 매일 되풀이되는 익숙한 몸짓 속에 나날이 작아지는 가슴으로 다들 어떤 꿈을 꾸는지 그래 큰 비나 내렸으면
1 어느 날 이 황량한 도시를 떠나 멀리있는 친구에게서 낯익은 표정을 담은 한 장의 엽서를 받을 때 우리들은 쓸쓸한 기쁨을 부어 몇 잔 소주에 취하고 싶구나 잊혀진 이름들은 없는지 잊혀진 얼굴들은 없는지 하늘의 높이를 알기도 전에 날개를 접어버린 우리들 사랑을 하고 싶은데 지친 몸을 기대고 싶은데 삐꺽이는 나무의자 하나도 없이, 가슴이 추운 우리들 바람 높은 거리에 서서 짤랑짤랑 주머니의 동전을 세며 포장마차의 작은 공간이 그리운 우리들
2 어느 날 스산한 저녁무렵 거대한 도시의 한켠에서 세상에 잔뜩 겁먹은 어린 거지를 만날 때 우리들은 건조한 슬픔을 부어 몇 잔 소주에 취하고 싶구나 버려진 이름들은 없는지 버려진 얼굴들은 없는지 '살아있음'의 참뜻을 알기도 전에 마음을 닫아버린 우리들 너의 손을 잡고 싶은데 나의 노래를 나누고 싶은데 삐꺽이는 나무의자 하나도 없어 가슴이 추운 우리들 어둠 깊은 거리에 서서 짤랑짤랑 주머니의 동전을 세며 포장마차의 작은 공간이 그리운 우리들
바람들 닿는 곳 어둠을 이르는 곳 거기 등 하나 켜 있는 거기서 널 다시 만날 때까지 맑은 눈물 하나 지키고 싶구나
사람들의 마을 한켠에 네가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 난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 그 어둑한 곳에서 네가 조그맣게 노래를 할 때 난 슬프게 웃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 지금 바람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지금 어둠들은 어디로들 가고 있을까 네가 그 젖은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볼 때 난 철길을 따라 터벅터벅 걷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 사람들의 마을 한켠에 네가 힘없이 서성거릴 때 난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 그 외로운 가슴으로 네가 나지막히 노래를 할 때 난 슬프게 웃고 있는 소년 하나를 본다.
1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새벽녘 어머니의 바튼기침처럼 그렇게 안타까울 때도 있는거겠지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장마철 물이 새는 한낮의 짧은 잠처럼 그렇게 어수선할 때도 있는거겠지 아무렴 삶의 큰 들에 고운 꽃만 피었을라구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2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해거름 늙은 농부의 등에 얹힌 햇살처럼 그렇게 쓸쓸할 때도 있는 거겠지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 게 뭐 그런거겠지 겨울밤 연탄불이 꺼진 구들방처럼 그렇게 등이 시려울 때도 있는 거겠지 아무렴 삶의 긴 길에 맑은 바람만 불어올라구 그래, 그런거겠지 산다는게 뭐 그런거겠지
일어나렴, 다들 일어나렴 밤 사이 함박눈이 내렸구나 겨울나라에 연 하나 띄우자 겨울나라에 연 하나 띄우자 슬픈 꿈을 꾸는 아이야, 이제 잠에서 깨렴 너의 맑은 눈 속에 아침을 담으렴 해가 오는 곳, 바람이 오는 곳 그 먼곳으로 연 하나 띄우자 ........................
깨렴 아이야 이젠 그만 일어나렴 긴 어둠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열리는구나 어서 일어나 흰 고무신 깨끗이 닦아신고 새날을 맞이하렴 궂은 꿈 다 떨쳐버리고 겨울이 지나는 들녘에 우뚝 서렴 이 땅, 응달진 어디에선가 해를 그리는 이들 그 이름 낮은 이들과 너의 노래를 나누렴 저기 아침이 달려오는구나 아이야, 닫힌 가슴을 열열고 저 하늘로 날아 오르렴 오랜 옛날, 장산곶의 큰 매처럼 ............................
봄을 그리는 아이야, 이제 잠에서 깨렴 너의 착한 마음 속에 노래를 담으렴 빛이 오는 곳, 어둠이 오는 곳 그 먼 곳으로 연 하나 띄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