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옥순 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내 초등학교–사실은 1976년이니 국민학교가 맞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쓰란다-1학년 짝 이름이 구슬이었다. 성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옥순이는 구슬이와 다를 바 없으니 예쁜 이름이다.
조진영이 새로운 곡을 작업했다고 음원을 보냈다. 나는 원채 3박자 곡을 좋아하는 터라 음원을 들었을 때 반가웠지만 가사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롱아롱’, ‘함박웃음’, 갈래머리‘... 조진영에게서 나올 법도 하지만 그녀 또한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았던가... 이런 단어의 사용은 사실 어색하다.
작사, 구옥순... 구옥순은 조진영 친구의 어머니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어머니는 뒤늦게 글도 배우고 그림도 배웠다. 시도 쓰고 아마 소녀 시절로 돌아가 멋진 누군가와의 풋사랑도 상상했을 터다. 글과 그림... 그녀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 것이다.
대구에는 ‘오늘 하루’라는 듀오가 있다. 그저 노래하는 듀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저 일상과 생각을 노래하는 그래서 곁에 있는 듀오다. 그 ‘오늘 하루’의 멤버 최태식은 구옥순의 시에 멜로디를 입힌다. 사실 최태식은 꽤 괜찮은 가사를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지만 이 시를 앞에 두고 당황했을 것이다. 너무나 정형화된 시지만 누구도 이 시를 두고 구조와 형식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면, 어디에도 반짝이는 시어가 없고 어디에도 놓칠 수 없는 일상의 언어가 있다. 어쩌면 프로 음악인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작업을 최태식은 만들었고 조진영은 불렀다. 꽤 좋은 일이다.
나는 이 노래가 좋다. 조진영의 목소리에 담긴 게 더 좋다. 선곡 까다로운 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기꺼이 내 보낼 것이다. 어쩌면 내 어머니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니까...
음악평론가 권오성 (baymusic@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