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사단의 최전성기를 장식했던 꿈의 라인업
‘KING HIT ALBUMN 1'은 2장을 연속 발매했던 1971년 이후 4년이 지난 1975년에 다시 제작된 ‘킹 힛트 앨범’ 시리즈의 마지막 음반이다. 이 앨범이 발매된 1975년은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했던 신중현의 음악여정이 강제로 중단된 대중음악 역사상 최악의 해로 기억된다. ‘사회정화운동’이란 미명아래 유신정권이 자행한 긴급조치 9호를 통해 신중현사단의 중요 가수들 상당수는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어 대거 활동금지가 되었다. 절찬리에 판매되었던 ‘KING HIT ALBUMN' 시리즈의 중단은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킹레코드의 인기 컴필레이션 음반 ‘킹 힛트’ 시리즈의 끝을 장식했던 이 앨범은 신중현사단 가수들의 마지막을 알리는 조곡 같은 어두운 측면이 있다. 앨범에 수록된 신중현 본인을 비롯해 펄시스터즈, 김추자, 장현, 김정미, 박인수는 신중현사단의 최전성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꿈의 라인업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표지모델은 전작들에 이어 모두 김추자의 몫이었다. 이는 그녀가 1969년 데뷔부터 활동금지를 당한 1975년까지 신중현사단의 흥행보증수표였음을 말해준다. 이 앨범의 재킷에는 노래가 수록된 모든 가수들의 사진이 장식되었다. 이전 앨범에 등장했던 사진을 사용한 박인수와 펄시스터즈, 장현을 제외한 김추자, 김정미, 신중현의 사진은 이전 앨범에서 공개하지 않았던지라 시선을 잡아끈다. 특히 코스모스와 어우러진 김정미의 사진은 그녀의 ‘NOW' 앨범 커버에 사용하기 위해 신중현이 직접 촬영한 사진 중 누락되었던 이미지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앨범의 문은 신중현사단의 간판스타 김추자의 <미련>이 열어 제친다. 이 곡은 1970년 임아영이 처음 발표한 이래 장현의 빅 히트곡으로 널리 알려졌다. 김추자는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버전 <미련>을 처음 발표했고, 뒤를 이어 연속 발매된 ‘김추자와 검은나비’에도 수록했다. 김추자의 노래는 앨범 타이틀곡 <미련>과 더불어 1면 엔딩 트랙을 장식한 <달무리> 한 곡이 더 있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신중현 곡이 아닌 안치행 곡인 이 노래는 밴드 영사운드의 1972년 빅 히트곡을 김추자 특유의 질감으로 커버한 버전이다. <달무리>는 많은 남녀가수들이 커버한 명곡이지만 감칠맛 나는 김추자의 리메이크 버전은 이 음반에만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노래가 수록된 사실만으로 앨범의 가치를 높여주는 신중현사단의 대표적인 여성 사이키델릭 보컬리스트 김정미의 <간다고 하지마오>는 1972년 더 맨 시절에 발표된 버전이다. 아쉽게도 김정미의 노래는 한 곡만이 수록되어 있다. 신중현사단의 힘찬 출발에 팡파르가 되어주었던 펄시스터즈의 노래는 <싫어>와 <님아> 2곡이 수록되어 있다. <싫어>는 덩키스의 리드보컬 이정화가 1969년에 가장 먼저 발표했지만 뒤를 이어 1970년에 리메이크한 펄시스터즈가 히트시켰던 곡이다. <님아>는 데뷔 1년 만에 펄시스터즈를 가수왕에 등극시켰던 출세 곡으로 동명의 영화로까지 제작된 1970년의 최대 히트곡이다.
2면을 여는 곡은 한국 소울의 대부로 평가받는 박인수의 저 유명한 <봄비>이다. 이 곡 역시 1969년 덩키스의 리드보컬 이정화가 처음 발표했지만 히트시킨 가수는 1970년 신중현밴드 퀘션스의 유일 독집에 객원보컬로 참여했던 박인수였다. 지금까지도 박인수의 대표곡으로 평가받는 이 곡은 말이 필요 없는 신중현의 대표적인 창작곡 중 하나로 각인되어 있다. 박인수도 김정미와 마찬가지로 한 곡이 수록되어 있다. 뒤를 잇는 신중현사단 남자가수 중 대중적으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장현의 <기다려주오>, <잊어야 한다면>은 익숙한 멜로디로 인해 친숙함을 더한다. <기다려주오>는 1970년 발표된 장현의 데뷔곡이자 첫 히트곡이다. <잊어야 한다면>은 김정미와 김추자 버전이 유명하지만 1974년 리메이크한 장현 버전은 여가수들과 대조되는 묵직한 저음의 남성적 매력을 들려준다.
앨범의 대미는 신중현이 직접 노래한 <마부타령>과 <거짓말이야>가 장식한다. <마부타령>은 1971년 몇 장의 컴필레이션을 통해 발표된 이후 이 앨범에 다시 수록되었다. 이 곡은 록의 대부 신중현이 직접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한 포크송이란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신중현의 <거짓말이야>는 1973년 처음 발표되었을 때, 그때까지 발표된 대중가요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자랑했던 화제의 곡이었다. 1974년 발매된 컴필레이션 ‘HIT POPS 10’에 수록된 짧은 라디오 버전과 같은 곡이 이 앨범에 다시 실렸다. 불안전하게 끝났던 첫 버전의 엔딩 부분이 이 앨범에서는 손상 없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킹박’으로 불렸던 킹레코드의 박성배사장의 기획 작품인 ‘킹 힛트앨범’ 시리즈는 모두 3장이 제작되었다. 이미 재발매된 이 시리즈의 1, 2집은 재발매 시장에서 흥행여부가 불확실했던 컴필레이션 음반의 한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발매 이후 조기품절이 되며 현재 프리미엄까지 붙어 있고 새로운 컴필레이션 LP들의 발매가 뒤를 잇게 하는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를 일궈냈다. 그런 점에서 ‘KING HIT ALBUMN' 시리즈는 처음 발표 당시도 그랬지만 재발매된 현재까지도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수록곡 대부분이 신중현의 창작 히트곡들이고 신중현사단의 중요 남녀 가수들로 라인업을 꾸린 점은 히트의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무색하게도 ‘신중현’이란 이름 석 자는 여전히 대중가요 애호가들에게 매력적인 대상임을 증명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