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강을 바라보았다. 회한 같은 것들이 안개처럼 떠다니는. 고요를 가르는 새의 날갯짓. 얼어붙은 수면이 이따금 무너지고. 그때마다 건반처럼 마음이 눌린다. 건반이 눌렸다가 다시 돌아올 때. 제자리로. 제자리라는 것이 있다면 거기로. 돌아올 때 나는 소리. 음이 지나간 뒤 잔향처럼 따라붙는. 돌아오는 소리. 음이 존재했다는 증거.
오래 전에 음악은 오직 공연이었고 우리는 만남으로써 음악을 있게 했다. 당신이 연주하면 나는 들었다. 거기 함께 있어야 했다. 그래야 음악이 존재했다. 당신이 멈추면 음악이 끝났다. 잠깐이었지만 꿈을 꾸었다. 음악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웃었다.
사라진 자리에서 웃었다. 우리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지금은 눈앞에 가수가 없어도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시절. 모든 음악은 지나간 이야기. 영화 속에 남은 죽은 배우의 얼굴 같은 것. 그러나 여전히 그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한때 그가 존재했음을 증명하고. 홀로 남아 듣는 음악 속에서도 나는 당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여전히 확인한다.
당신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서로를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절망의 무게로 가녀린 손끝으로 서로를 누르고 밀어 음을 길어 올리지 않았더라면. 영원할 줄 믿었던 서툰 사랑이 그 해맑던 시절의 방만함이 실망이 환희가 없었더라면.
나는 당신을 잃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상실은 기어코 사랑을 선택했던 자들에게 남은 푸르른 음악.
당신은 저편 기슭으로 안녕히 건너가셨는가. 나는 이쪽에 남아 있고 건반에게 제자리는 없었다. 돌아올 때마다 다른 곳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흔적이 남아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