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대 위, 옅은 조명 속에서 피아노 혹은 기타 한 대와 함께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가사를 다소곳이 노래하는 뮤지션. 사람들은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을 본다. 그러나 진실은 무대 뒤를 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사운드 담당 프로듀서, 조명 담당 기사, 기획사 사장, 매니저, 메이크업 담당자, 피부 관리사와 성형외과 의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뮤지션의 ‘고독한 이미지’를 위해 움직인다. 오늘날의 음악 산업 시스템 속에서 고독한 예술가라는 것은 애초에 거의 실현 불가능한 소망인 바, 때문에 정말로 고독한 뮤지션들, 즉 진짜로 ‘기타 하나 동전 한 닢’밖에 없는 그들은 시스템 밖에서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그 고독한 작가주의 뮤지션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하지만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나비는 춤을 추듯 하늘하늘 날아 움직인다. '훨훨 하늘을 날아올라' 꽃들 사이를 헤맨다. '눈멀고 귀 먼' 영혼처럼 '그저 흐느껴' 날아다니는 나비. 거기에 속세의 때와 개체의 삶을 옥죄는 구속이 자리할 곳은 없다. 자유로운 작은 존재, 날개의 작은 떨림이 만들어내는 의지와 생명력. 마치 김두수의 음악과도 같다.김두수는 10여년을 강릉에서 은둔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병마에 시달린 동시에 서울 생활에서 못 볼 것들을 보아온 김두수는 물 흐르듯 돌 구르듯 그렇게 은둔 생활을 택했다. 어쩌면 자신의 노래처럼 '나비'나 '보헤미안'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김두수의 음악은 지금껏 보아온 그 어떤 것들보다도 독창적이다. 아니, 한국에서 이런 음반이 나왔다는 것이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리저리 떠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