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IN (기린) [Bye Bye]
어느 광역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하교 중이던 초등학교 삼학년 ‘어떤 이’ 군은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기 전 무슨 생각이 난 듯 멈춰 섰습니다. 갑작스레 멈춘 ‘어떤 이‘ 군은 한 번도 생각 못 했던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나’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지 못하고 초점을 잃은 채 다리가 굳어 그 자리에 선 채 고뇌에 빠졌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초등학생의 호기심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또래 친구들의 반 이상은 이미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본인이 누구를 더 닮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나는 누구지? … 나는 왜 ‘어떤 이’라고 불리는 이 몸뚱이에 들어와 있지…? 왜 하필 이 시선으로만 보게 되고 이 몸으로만 느끼게 되는 거지..? ……..
정신병이나 정체성 혼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이 군은 자신이 사실 어떤 이 군이 아니며, 엄청나게! 아주 대단하게! 중요한!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사실 같은 것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단지 그것이 무엇인지, 왜 지금 떠올랐는지 찾을 길이 없기에 머리가 지끈거릴 뿐이었습니다.
매미소리만 연신 울리는 가운데 멍하니 혼자 서있는 어떤 이 군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 군의 어머니였습니다. 복잡한 생각에서 갑자기 벗어나게 된 어떤 이 군은 얼떨떨한 기운을 빨리 없애려 평소와 최대한 가깝게 행동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탔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탄 어떤 이 군은 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는 전생인지 뭔지 모를 수많은 기억과 경험들이 떠올랐고 무너지는 댐의 물을 한 번에 혼자 다 맞는 듯이 뇌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기억의 파편들이 아니라 자신이 태어나서부터 어떤 이 군으로 눈을 뜨기까지의 모은 기억과 감정들 이였습니다.
어떤 이 군은 소리를 지르는 건지 아닌지도 모를 만큼 세상이 뒤집히는 어지러움과 고통을 수반한 갑작스러운 두통을 못 견디고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맙니다.
눈을 떴을 땐 어떤 이 군의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그가 깨는 소리에 어머니는 차분한 분위기로 방에 들어왔습니다.
이전의 기억들로 이미 어떤 이 군이 아닌 어떤 이 군.
달라진 아들의 표정을 보고는 “어디서 오신 누구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때의 어머니 표정은 어떤 이군도 처음 보는 표정이었습니다.
다음 편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