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운 [the trio S.E.A (song of water]]
그 여인에게는 용기(龍氣)가 있었다. 클래식을 공부하였지만 재즈를 위해 피아니스트 김광민을 만났고, 그러던 중 또 다른 재즈세상을 위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훌쩍 제주도로 돌아와 돌담과 고목이 있는 곳에 작업실을 짓고 제주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재즈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녀의 작업실은 이제 재즈카페 세바(Seba)가 되었고 카페의 여인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커피와 음악을 내놓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세바의 여인이라고 불렀고 세바의 여인은 이제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재즈를 들려주기 위해 지난 날의 모습을 내 놓았다.
10년 전 네덜란드 어딘가 작업실에서 녹음했던 손가락의 기억들을 용기 있게 세상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세바의 여인, 그녀가 바로 재즈피아니스트 김세운이다. 김세운의 음악은 노래들마다 모두 제각각 한 편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앨범 전체를 듣고 나면 이전에 떠올랐던 그림들이 모여 하나의 화보집이 되는 것 같은 아름다움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sea", "song of water", "my voyage"로 연결되는 그녀의 연주는 먹이를 찾아 경쟁하는 새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두에게 평안한 아름다움을 주려 하는, 높은 경지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는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과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모든 곡들이 과욕을 부리지 않고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려는 모습이 앨범 전체에서 느껴진다. 또한 이번 앨범 [the trio S.E.A]는 북유럽의 감성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김세운 앨범의 성향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아마도 네덜란드, 제주도로 이어지는 그녀의 인생여행과도 매우 관련이 깊을 것이다. 강한 코드보이싱이나 리듬에서 느껴지는 보다 미국적인 감성보다는, 북유럽 재즈의 서정성과 임프로바이제션이 앨범 곳곳에 묻어 있다. 때문에 그녀의 음악은 듣는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는 음악이 될 지도 모르겠다.
인간에게 음악이 주는 역할이 많이 있겠지만 그녀의 음악에서만큼은 지독한 경쟁의 시대, 긍정의 삶을 살도록 강요 받는 사람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순수하고 값진 무언가가 들어있고 그것이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음악이 북유럽이나 ECM 레이블의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기존 연주자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는다. 특히 두 번째 곡 "song of water"에서의 콘트라베이스와 피아노의 소통, 그리고 곡의 흐름은 재즈라는 장르를 넘어서는 자신만의 세상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음악적인 이야기를 뒤로 하더라도 세바의 여인 김세운의 음악을 들으면 왠지 제주도에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바람을 따라, 돌담길을 따라, 바다를 건너 날아온 음악을 이제 들어볼 때가 되었다. 좋은 음악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사람들에게 들려지고 불려진다. 물론 천 년의 음악은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해서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그렇게 마음으로 만들다 보면 어느 날 천 일이 되고 만 일이 되어 사람들에게 남게 될 것이다. 재즈피아니스트 김세운의 첫 앨범인 만큼 앞으로 좋은 음악을 통해서 천 년 음악가가 되기를 마음 속으로 기대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