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밤도... 혹은 폭삭 놀았수다
손지연의 노래는 몇 년 전에 ‘나 멀리 가서 살거야’라고 말하고 떠난 사람에게서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 같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나는 잘 지내’라는 말에는 진한 고립감과 고독감이 묻어 있다. 그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럽지만 수려한 멜로디도 그 느낌을 감추지 못한다. ‘꿈도 밤도 모두 돌아가 버렸나’라고 신세한탄을 하면서 시들은 꽃길, 타오르는 단풍잎, 목마른 바람을 운운하는데 그가 잘 지낸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거트 기타(클래식 기타)로 만드는 두 박자의 컨트리풍 리듬 위에서 보틀넥을 문질러서 나오는 낑낑거리는 기타 소리, 마우쓰 하프(口琴)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어우러진 단촐하지만 섬세한 소리는 흥겨우면서도 서글프다. 피들(fiddle)이 대선율이라도 중간중간 넣는다면 눈물 몇 방울 흘릴 것 같다. 하긴 훌륭한 (미국의) 컨트리 노래들은 고립된 사람들의 고독한 감정을 표현해 오지 않았던가.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요즘의 시골(‘컨트리’)인 게 틀림 없다. 대낮부터 초저녁 사이에는 나름의 활기가 느껴지는지 ‘꿈도 밤도 나를 따라 여기 왔나’라는 안도감이 느껴지고 ‘실감 나는 꿈을 꿀게요’라는 희망도 노래한다. 언덕 아래에서 사람들의 들뜬 소리가 들려오고, 초원에서는 말들이 달리고, 바람은 햇살을 맞으며 노니고, 초저녁별도 형형하게 보인다. 이런데도 밤이 되면 꿈을 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시체다.
하지만 이내 변덕이 죽 끓듯 하면서 ‘꿈도 밤도 너를 따라 가버렸나’라고 마음이 울울해진다. 밤이 꿈을 집어 삼키면서 ‘폭삭 속았수다’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속아 넘어간 건 대도시라는 생지옥에서 꿈도 없이 밤에도 일하면서 이전투구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손지연은 그동안 살던 대로 ‘폭삭 놀았수다’를 표현한 곡을 계속 쓰면 된다. 아니면 현대에는 시골의 사람살이도 낭만적이기는커녕 도시의 삶처럼 똑같이 힘들다는 곡을 쓰거나. 그는 뭘 해도 잘 할 거다.
음악 평론가 신현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