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CF로 귀에 익은 Lullaby가 수록된 음반. 세컨드 플러쉬라는 앨범 제목은 '두번째 우러낸 녹차향'을 의미한다. 밴드의 리더인 피아니스트 페터 쉰들러는 '녹차애호가'이기도 하다. 이 앨범의 7번곡 'Sir Joe'는 '바흐의 무반주첼로 모음곡 1번 전주곡'이 살타첼로의 영감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곡이다. 요한의 앞 이름을 재즈적으로 해석하고, 거기에 존칭을 붙인 제목에 위트가 돋보인다. 이 앨범의 다섯번째 곡 <Dawn chorus>와 마지막 곡 <East circle>은 <나그네설움>과 <진도 아리랑>을 모티브로 만든 곡이다.
김 진 묵(재즈평론가)
'살타첼로'는 95년에 출반된 첫 앨범 'On the way'에서 재즈, 현대음악, 에스닉 뮤직 등 양식이 다른 음악을 혼합하여 '새로운 음악적 이상'을 제시했다. 그 '음악적 이상'은 다양성의 추구에서 비롯된다. 바로크에서 현대에 이르는 여러 가지 시대적 스타일, 유럽에서 남미를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적 색깔 등 시간과 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미학을 창조했다. 이렇게 탱고, 볼레로, 라틴리듬 등 우리에게 친숙한 에스닉 컬러를 배경으로 현대음악과 재즈적 뉘앙스를 살린 음악이 탄생했다. 그 결과 살타첼로는 지성과 대중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실내악의 정형을 제시할 수 있었다.
본 앨범은 그들의 두 번째 앨범이다. 내용에서는 첫 번째 앨범에서 자신들이 제시했던 '이상적 정형'을 다시 한번 추구하고 있다. 녹차를 마실 때는 두 번째가 더욱 맛이 있다던가? 앨범의 타이틀인 '세컨드 플러쉬'는 '두번 째 끓인다'는 말을 뜻한다. 그들에게 성공을 가져다 준 첫앨범의 이상적 정형을 다시 숙성시킨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타이틀이 붙은 듯하다.
살타첼로의 중심은 피아니스트이며 작편곡자인 피터 신들러와 그의 아우인 첼리스트 볼프강 신들러에게 있다. 이 그룹의 색채는 이들로부터 비롯된다. 피터의 아이디어가 볼프강의 첼로를 통해 형상화되고 있다.
피터는 "나의 음악에는 햇살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 '햇살'을 그의 음악에 나타나는 수많은 긍적적인 요소를 통해 느낄 수 있다. 형식은 물론 내용까지 중시하는 그의 음악에서 잔잔한 햇살을 본다. 실내악, 재즈, 다양한 무곡 등이 고급스럽고 즐겁게 나타날 때 역시 한줄기 햇살을 본다.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이들의 음악에는 미소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피터 자신이 '햇살'이라고 풀이한 것이다. 자켓의 햇살이 내리쪼이는 건물은 '피터의 햇살'을 의미하고, 뒷면의 차를 따르는 모습은 녹차 잎을 두 번째로 우려낸 가장 감미롭고 은은한 맛을 상징한다.
이 음반을 듣는 사람들은 우리의 흘러간 노래와 정겨운 민요가 새롭게 편곡되어 나타나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5번 트랙인 'DAWN CHORUS'는 '오늘도♬ 걷는~다마는'으로 시작되는 '나그네 설움'이고 마지막 곡인 'EAST CIRCLE'은 '진도아리랑'이다. 이 음반에 이러한 곡이 수록되게 된 배경은 이렇다.
98 무주 재즈 페스티벌의 총감독을 맡았던 필자는 다양한 무대를 구상하고 내한 아티스트들 가운데 '살타첼로'를 초빙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들의 무대를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멋진 첼로의 선율, 투명한 색소폰 소리 그리고 우아한 탱고-, 꽤 흡족한 무대가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콘서트나 페스티벌은 무조건 팬들을 즐겁게 해야한다는 서비스 정신에 투철해야하는 것. 그래서 보다 재미있는 무대를 구상해 보았다.
ㆍㆍㆍ살타첼로가 무대에 올라 인사도 없이 연주를 시작한다. 잠시 후, 그 선율이 우리의 흘러간 노래라는 것을 알아챈 객석에서 박수가 나온다. 그렇게 되면 연주자와 청중 모두 기분이 좋을테고 이 기운을 상승곡선으로 이끌어 간다면 페스티벌은 성공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각 굿 인터내셔널의 이근화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살타첼로에게 우리의 음악을 부탁드려 봅시다."
"좋은 생각입니다. 이번 녹음의 레퍼토리로 활용해도 좋겠군요"
우리는 이미 그들의 내한기간 중 음반작업을 하기로 의견일치를 본 상태였다. 페스티벌보다 며칠 앞당겨 들어와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기로 했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음악을, 우리의 정서를 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채널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무주 페스티벌은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무산되는 슬픔을 남겼다.
"괜찮아요. 한국에는 언제든 갈 수 있으니... 한국민들에게 한마음으로 뭉쳐 재해를 이겨달라고 전해주세요."
한국의 팬들을 위해 정성껏 편곡을 마쳤다는 그가 페스티벌 취소 통보를 받고 보인 반응이다. 그리고 녹음은 독일에서 이루어져 이렇게 우리 손에 들어왔다. 그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햇살과 같은 마음씨가 고마울 뿐이다. 이러한 연유로 이 음반은 우리의 애호가들에게 더욱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 그룹의 이름인 살타첼로는 이태리어인 살타레(SALTARE : 뛰어넘다, 도약하다)와 첼로의 합성어이다. 전통적인 음악적 관례를 넘어 첼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음악세계의 창조를 의미한다. 살타첼로는 문화와 전통 그리고 세계 각 지역정서의 울타리를 넘어 21세기의 보편적 음악을 향해 도약한다.
세계인들이 밟고 건너야 할 다양한 문화의 징검다리, 그 가운데 하나인 우리의 정서를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애써준 살타첼로에게 큰 고마움을 전한다.
PETER SCHINDLER, piano
PETER LEHEL, tenor saxophone
WOLFGANG SCHINDLER, violoncello
MINI SCHULZ, bass
HERBERT WACHTER, drum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