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살짝 불안한가? 1/4이 지나기도 전에 벌써 동물원이 등장하다니, 밑천이 슬슬 바닥나고 있단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이 리스트에 등장하는 순서는 음악적 완성도는 물론이거니와 내 개인적인 좋아함의 정도 역시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이 앨범의 곡이 맨 처음에 등장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는 맨 처음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이미 밝힌 바 있다. 또한 내가 이 앨범에 보내는 거의 무한정한 애정에 비추어 볼.....
데뷔작의 성공은 순박한 모범생 같은 청년들로 하여금 9개월 만에 두번째 앨범을 발표할 수 있게 했다. ‘보통사람들의 시대’와 같은 헛구호가 확성기를 타고, ‘88올림픽’이 요란스럽던 때에 보통 청년들이 우리를 대변하는 은은한 노래들을 불렀다. 전업 뮤지션을 지향하지 않은 그들은 나중에 ‘의사선생님’이나 ‘교수님’이 되었지만 음악이 서툴진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대중음악이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대표곡을 거의 손수 만든 김창기는 앞서 임지훈의 ‘사랑의 썰물’과 같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작곡가였고, 박기영과 유준열 역시 진지한 태도로 음악에 임했으며, 목소리로 참여한 김광석은 말할 나위 없이 타고난 노래꾼이었다.
지금도 배낭을 메고 운동화를 신는 김창기는 영민한 작사가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