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때였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테잎을 하나 사서 들고 왔다. 어두침침한 스탠드 불빛으로 슬쩍 보니 세상에 그룹 이름이 서태지와 아이들이랜다. 이건 뭐 현철과 벌떼들도 아니고, 내 참. 한심한 눈빛 테잎 위로 한번 날려 주고 다시 열공 모드로 돌입했지. 그러고 나서 몇 주가 채 지나지 않아 세상은 뒤집혔다. 난 지금도 서태지가 이 땅의 대중음악계에 남긴 흔적들에 그리 마뜩찮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그의 음악이.....
※ 가슴네트워크, 경향신문 공동기획 ‘가슴네트워크 선정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24위(가슴에서는 매주 월요일/목요일, 경향신문에서는 매주 목요일 1~100위 음반리뷰를 순차적으로 올립니다. 총50주 동안 연재할 예정이고, 32명의 필자가 참여합니다.*별점은 해당 필자의 의견이 아니라 가슴에서 일률적으로 매긴 평점입니다.) 세상의 어떤 앨범은, 그 앨범이 안고 있는 것들만으로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끝낼 수 없는 숙명에 놓인다. 한 편으로는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한 편으로는 억울할 일이다.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앨범을 내놓는 가장 큰 이유는 훈훈하도록 단순한 그저 ‘음악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던가. 아, 하지만 이 뮤지션에게는 이 일반적인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재능 있는 음악가이자 뛰어난...
입력: 2007년 11월 15일 09:44:34
세상의 어떤 앨범은, 그 앨범이 안고 있는 것들만으로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끝낼 수도 없는 숙명에 놓인다. 한편으로는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억울할 일이다.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앨범을 내놓는 가장 큰 이유는 훈훈하도록 단순한 그저 ‘음악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던가. 아, 하지만 이 뮤지션에게는 이 일반적인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재능 있는 음악가이자 뛰어난 수완가, 빈틈없는 사업가인 ‘서태지’에게는.
사실 서태지와아이들이 처음 대중들 앞에 섰을 때, 사람들이 보였던 반응은 느낌표(!)보다는 물음표(?)에 가까웠다. 멜로디도 없이 쏘아대는 이 노래는 뭐지? 제멋대로 꾸민 이 청년들은 뭐지?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빅스타 혹은 메가톤급 히트작은 우연한 기회에 원작과 달리 약간의 수정을 거치면서 이른바 '터지는' 경우가 많다. 서태지를 일약 '문화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얻게 해준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곡 '난 알아요'에도 애초 계획이나 모습과는 달랐던 몇가지 사연이 담겨 있다.
애초 서태지는 솔로가수로 데뷔할 생각이었다. 음악적 감각이 남달랐던 서태지는 당시로서는 국내 음악시장에서는 너무 앞섰던 랩을 도입했다. 록그룹 시나위에서 베이스 기타를 쳤던 과거를 생각하면 랩 댄스 음악은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명색이 댄스가수로 데뷔하려던 서태지는 음악은 이미 만들었지만 이와 어울리는 안무가 필요했다. 서태지는 국내 최고의 춤꾼으로부터 춤을 배우려는 계획을 세우고 수소문 끝에 양현석에 연락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