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우리 음악에서도 고정된 사고를 깨어 줄만한 여러 뮤지션들이 나타났으며, 또한 점차적으로 이들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실험들중에는 단지 실험이라는 껍데기만이 남아 내용과의 합일이 없이 겉돌아 버리는 경우가 있었으며, 예술은 진지하며 고상해야만 한다는 일반의 생각에 역행하는 태도가 단순히 치기어린 장난으로 비쳐지던 경우 또한 있어왔다. 여기 또 하나의 움직임 어어부뺀드가 있다. '94년부터 대학가등의 여러 실험적 문화공간을 통해 발표되오던 어어부뺀드의 음악은 인위적으로 짜여지지 않은 성격과 특이한 형태로 인해 주목을 받아왔다. 물론 퍼포먼스의 형태에 가깝게 이루어지던 이들의 음악이 딱딱한 디스크에 갇혀진다는 점은 분명 어색함이 있지만, 하나의 문화적 지표로서의 가치를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또한 더 많은 청자들과 나눌 기회를 얻게 위해 음반화하게 되었다. 이들의 음악에는 어느 한 곡도 기존의 장르적 기준에 끼어 맞힐 수 없는 크로스 오버적인 시도가 전반적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원일이 들려주는 역동적인 타악기 소리와 다양하게 동원된 일상속 사물의 소리들이 Rock이라는 흐름과 만나 유례가 없는 독특한 소리의 장을 펼쳐보인다. 한편 어어부의 목소리와 그것이 전해주는 가사들은 그 어느 것에도 얽매임이 없이 자유롭게 뱉어내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산물로서 원일과 장영규가 만드는 탄탄한 리듬에 의해 그 구조적 토대를 얻음으로써 한껏 나래를 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어어부 개인이 갖고 있는 광기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순수한 어린 아이의 돌발성마저 지니고 있어, 예측할 수 없는 앞으로의 행로 또한 기대되는 바이다. 우리는 이들의 음악을 세상의 말로 해석하고 재단하려 들 필요가 없다. 그저 몸으로 느낄 수만 있다면 충분할 것이다. 그것이 이 상상력 하나로 뿜어져 나오는 세계와 하나가 되는 길이다.
작가의 말
당위적 몽롱함이 아닌 부엌 옆 골방의 작은 몽롱함. 지난 3년간 골방에서 ,지하 창고에서 혹은 거리에서 떠돌던 어어부뺀드의 작업을 기록한 것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3명의 개인적 놀이라서 Recording 하여 상품으로 진열하기에는 어찌 보면 미안한 앨범이다.
이 앨범에는 자유나 탈출구가 없고, 기막힌 열정이나 굳세고 단단하며 순수한 약속이 없을 뿐더러, 이 지랄맞고 거대한 매머드 구조를 거꾸로 세울만한 의지가 녹아 있질 않다. 얼핏 Rock적 이기는 하나 Rock 이라는 Sprit 혹은 Cord를 어지간히 염두에 두는 분에겐 필요 없는 앨범이다. 분출하는 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의지 불능자를 위한 감상용 음악이었으면 한다. 끝으로 기초 질서라는 것에 어느 부분 편입하고 있는 밴드라는 것을 감안 하시길...
1996년 어느날............어어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