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의 2집 ‘밑’은 ‘달팽이’ ‘왼손잡이’ 등 히트곡이 무성한 데뷔작 이후 1년 만에 발표된 작품으로 전작의 말랑말랑한 곡들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당혹스러움과 실망감을 동시에 안겨줬다. 하지만 이 음반은 일부 음악마니아와 음악평론가에게 새로운 음악을 듣는 기쁨을 충분히 전해줬다. 한국 대중음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키치적인 표현들과 괴기스러운 정서, 비판적이고 냉혹한 노랫말은 이들의 음악이 읊조림 안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외침으로 진화한 것임을 보여준다. 음반 커버 역시 이 음반에 담긴 노래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광대와 저승사자, 날름거리는 혀와 충혈된 눈, 그리고 피에 젖은 부랑자 등 노래에 등장하는 모든 소재들이 일러스트로 승화돼 음악의 정서가 예술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