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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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3:14 | ||||
저녁 6시 이후는
고독한 자의 징역시간인가. 갑자기 밀려드는 자유가 나를 구속하고 도시는 감옥이 된다. 저녁 6시 이후는 애매한 시간, 나만 홀로 갈 곳이 없어 탈출하는 수형자의 자세로 서있다가 가슴을 파고드는 공허와 만난다. 공중전화 앞에서 잊혀진 이름들을 생각하다가 육교 위나 지하도에서 서성이며 헤매는 나를 본다. 나는 지쳐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인 채 어지러운 내가 우수의 날개를 타고 멀리 날아본다. 생활을 벗은 자인가. 생활을 벗지 못 한 자인가. 황폐한 표정들 위에 불빛이 흐르고 거리에는 추억을 먹고사는 내가 남는다. 나에게 도시는 커다란 수갑이 되어 조여들고 있다. 저녁 6시 이후는 모든 것이 화려하지만 징역시간과 같은 고독 속에서 누군가를 그리워해 본다. 끝내 혼자일 수 밖에 없는 나의 시야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도시의 이 목마름을 느끼면서 누군가를 부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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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 3:14 | ||||
3. |
| 2:51 | ||||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기장과 앨범을 가지러 오는 자원 봉사자들의 발자욱 소리가 무척 쓸쓸해 보이는 공원 올림픽 공원.
1988년 어느듯2월에 접어들고 나뭇가지마다 햇살이 내려와서 한겨울을 밀어내고 있다. 열세마리의 오리가 물에 떠있는 호수가를 돌아 나와서 조작품을 구경하고 있는 두명의 여자 아이와 만나고, 도시속에 고요를 만들어 놓은 누군가에게 목례를 올리는 순간,몽촌토성을 걷고있는 나를 본다 이세상이 한순간에 정지해 버린 듯한 적막감 속에서 함성 소리는 태고보다 더 멀리 있고, 죠스 모양을 한 수영장 앞에서 탁구 경기장 앞에서 또는 역도 경기장 앞에서 팔십년대는 역사속으로 흐르고 있다 어쩔수 없는 세월의 흐름을 따라 우리들의 이야가와 감정은 망각속으로 떠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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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 2:49 | ||||
전라남도 어느 들판을 달리는 목포행 버스에서 갑자기 외로워지는 나의 전신은 너의 것이었다.한낮이 퍼붓는 햇살의 무게 속에는 네가 숨어 있는 것일까.차창으로 밀려드는 더운 바람은 승객들을 지치게 하는데 추억속으로 맴도는 나의 방황으로 인해 전국토는 사랑의 땅이 된다.낯선 이곳이 동대문 근처나 종묘로 탈바꿈한 것은 아니지만 전라남도 어느 들판을 달리는 목포행 버스에서 나는 너의 눈망울을 본다.잊을수 있는 곳으로 도피한 내가 머리카락을 나부껴 오는 너를 본다.나의 전신은 역시 너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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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2:21 | ||||
빗소리를 듣는다.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있다.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현실도 꿈도 아닌 진공의 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귓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로리.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빗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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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 2:46 | ||||
1 너와함께 이 강변을 걸어보지 못하고 나의 청춘이 가버리나.
물결은 바람에 흔들리고 나는 추억에 흔들린다. 목놓아 울부짖는 소리 그냥 이대로 남겨두고 이세상을 하직하는 나그네인 양 말없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어느 하늘 아래 그대가 있어 또 하나의 노래를 부르나 한 사람의 행복은 한 사람의 불행이 되어 이 대지 위에 피어난 슬픈 꽃이라고 이야기하자. 2 너와 함께 이거리를 거닐어 보지 못하고 나의 인생이 끝나는가. 못다부른 노래의 소절은 빈하늘에 메아리 되어 흘러간다. 어둠이 와도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 하나 허공을 맴돌고 있다. 뒤에 오는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러 오지만 결국은 잊어버리고 간다. 언제라도 간다는 것은 쓸쓸하고 쓸쓸함의 뒷맛은 여기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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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 2:15 | ||||
8. |
| 1:59 | ||||
씻어내도 씻어내려 해도 끝내 씻어내지 못한 마음이 하나, 내 가슴에 덩어리로 들어 있더니
이 한밤 빗줄기로 풀려 줄기차게 쏟아지는 이야기가 된다. 그 가장 밑바닥으로 귀를 모으면 3련음이 되어 다가오는 너의 모습. 딱딱한 얼굴을 먼 들녁에 던져버리고 나는 파도가 된다. 수없이 감겨드는 순간이 영원히로 가고,으로 이미 너의 몸은 살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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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 2:43 | ||||
배부린 산이
배부른 산으로 변한것은 글자 한자 차이지만 그 뜻은 정반대인지도 모른다. 지선이의말에 의하면 옜날 이 산봉우리는 용궁가는 나루터라고 한다. 그 물결 출렁이고, 용궁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내 유년의 꿈속에 보이곤 했는데 바닷물이 마른다 천년쯤서 말라 들어와 입술을 다 태우고, 드디어 영혼까지 다 태우려는 그 소리 되살아나는 가뭄이 드는 때는 온 마을이 슬픔에 잠긴 채 하루를 꼬박 굶어 눈물이 되고, 사나흘 계속해서 더 굶어 그 속에 주저 앉는다. 옛날은 접어두고 마을 사람들은 다 잊었는가. 곳간 속에 쌀가마니 쌓아둔 산은 이제 효험이 끊겼는가. 날마다 허리띠 졸라매고 두 손을 모아 비는 사람들 곁에서 서낭 나무는 눈을 감는데, 온 마을을 움켜진 채 귀를 막는데, 바닷물이 마른다 천년쯤서 말라 들어와 항시 되살아나는 배부른 산 밑 내 고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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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 4:07 | ||||
내 유년에 녹음된 증조 할머니의 기침소리다.이 겨울따라 점점 볼륨을 높혀 내 목뻐근 근처로 틀어대고 있는 고향의 소리다.
말하자면,서낭나무를 찍어대던 옆집 머슴 귀동이의 낫이거나 그 시퍼런 날밑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귀신들이 얼어붙은 얼음길을 쓰러질 듯 쓰러질 듯 지나 증조 할머니 심장 안으로 비스듬히 누워 조금씩 조금씩 다 갉아 마시고,남은 것들이 그 몸을 끌고 가는 소리. 바람이 분다.겨울바람은 내 유년의 청기와 이끼를 벗기고 거기 묻어있든 하늘을 얼음속에다 꾸겨 넣는다.햇볕이 떨면서 달아난 증조 할머니 귀향길에 듣던소리 콜록, 콜록,콜록,콜록.....지금은 지구가 안보이실 만큼 가셔서 이승을 씻어내고 계실까. 세월이 흘러도 기침소리가 들린다.내 유년이 부축해드린 기침소리가,가래 끓는 소리가 아무도 눈치 안채게 털오바 한 벌쯤 얻어 입히려 한다.사람들이 모두 잠든 이 겨울. 늘 삼경으로만 있는 바람소리는 내 심장과 내 살을 마구 뜯어내고,증조 할머니를 부르는 목소리가 된다.증조 할머니의 목소리를 잘 흉내내어 이 겨울은 그 귓속으로 들여 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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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 2:56 | ||||
달빛에 차가운 태평양 상공 엔진소리만 요란한 미국행 비행기에서 양부모를 찾아가는 단군의 아기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그것은 마지막 모국어,알수 없는 분노와 슬픔으로 나의 가슴은 일렁이는데 무표정한 이방의 승객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안전부절 못하는 파란누의 아가씨야,아기를 달래려고 애쓰지말고 그냥 울게 내버려 두라. 네가 물려주는 미국산 우유로는 한 방울의 눈물도 씻어낼수 없느니,지금도 방황하고 있을 어느 미혼모와 비정한 사나이를 향하여 차라리 저주의 기도를 올려라.그리고 함께 울어라. 한반도의 아픔이 흩어지는 태평양 상공,날짜 변경선을 지날 무렵 우리의 사랑스런 단군의 아기가 울다지친 얼굴로 잠이든다. 그것은 체념의 시작,파란 눈의 아가씨는 비로소 안도의 숨결을 몰아쉬며 시계바늘을 돌리고,승객들은 다시 눈을 감는데, 나의 가슴은 갈갈이 찌겨진 채 밤바다를 향해 곤두박질 한다. 아무런 죄도없이 이름을 잊어버린 아이야,나는 너를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하느냐.조국이 멀리 사라져 가는 태평양 상공에서 너를 버린 엄마를 생각하며 배냇짓하는 아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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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 2:48 | ||||
13. |
| 3:46 | ||||
누가 웃으며 오고있다.저 눈부신 햇살을 데불고 하늘을 펄럭이며 웃음이 내 피부 안으로 한겹 두겹 수놓아 지려고 한다.조금만 더 나가 웃음 안으로 슬그머니 미끄러져 들어가 볼까. 그런데 누구는 또 퉁소를 분다.그 대나무 숲으로 가서 살점이 삭혀지도록 목타게 소리지르다.끝내 퉁소를 부는 내력을 불어대고 있다.
웃음이 이는 소리,짙은 향기가 물살이 꿈으로도 마구 퍼져 들어오면서 나를 끌어다니고,웃음은 누비이불 되어 영원의 길을 덮고 있지만,하늘 땅 다 버려두고 귀를 막아도 퉁소 소리가 들린다. 손마디 마디마다 뼈가 으스러진 퉁소 소리여. 오늘은 웃음을 좀 멀리에 두자 오늘은 잠시 눈을 감기로 하자.울다못한 소리가 무르녹아 이제는 웃어야만 하는 사람들을 오늘은 다 잊고 퉁소 소리가 들린다. 누가 웃으며 웃음에다 살을 씻으며 나에게 살을 씻으라 일러주며 속 깊이로 서서히 스며들어 오려한다.내 심장으로 퉁소 소리가 또 감기어 들어오고 바람이 맞잡고 돌아가며 그 안에 나를 가둔다. 웃음만 전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여기쯤 와서야 보이는 저들,엎드려 눈을 감으면 웃음은 두볼에 살짝 스쳐지나간다.저 눈부신 햇살을 데불고 하늘을 펄럭이며 지나간다. 퉁소 소리는 나의 발목을 묶어버리고 자꾸 지나가 버린다.어차피 오늘은 오늘은 몸부림이나 하다 말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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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 2:35 | ||||
38선 휴게소에서 사진을 찍고 한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긴다.
저쪽 편에는 한가로운 어촌의 풍경이 햇빛속에 살아있고 물결은 웅얼거리고 있는데, 나의 가슴에서 직각으로 떨어져 가는 사천만개의 모래알.지칫하면 밟지못할 여기 38선 이북의 땅도 별다를 것은 없다. 동과 서로 연결되는 이 아픔의 선이 지워지지 않은 채 바다위에 띄워보는 내 마음은 올해 여름도 또 한번 착찹하다. 나는 지금 동쪽 38선 휴게소에서 바다를 보며 서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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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 2:4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