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힘든 싸움이지만 이겨냈다. 내 젊은 날의 초상이 그려진 첫 번째 앨범을 들고 당당히 나의 길을 가련다!”
인기 R&B 밴드 바이브(Vibe) 출신인 유성규(25)의 비장한 각오는 그가 데뷔 앨범을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다지 순탄하지만은 않았음을 암시한다. ‘독고다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닌 듯, 그의 첫 번째 앨범 [Backswing]은 그의 손에서 100% 완성됐다. 프로듀서에서부터 수록곡 전체를 작사, 작곡, 편곡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본인이 살아온 25년의 세월이라고 그는 말한다. 유년기와 사춘기를 보낸 뒤 성년이 된 지금에서 느끼는 삶과 사랑, 기쁨과 환희의 순간들을 오선지 위에 옮겼고, 첫 번째 진심이 담긴 데뷔 앨범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고 조심스레 말하는 그에게서, 정말 음악 하나만 있으면 아무것도 없이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은 열정이 느껴진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에 밝고 희망적인 가사,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편곡이 돋보이는 타이틀곡 ‘Bravo’는 그가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만든 노래로 “사랑은 떠나도 내 친구는 남았네/ 나 소주 한잔 생각 날 때면 네게 전화를 걸어”라는 후렴구 가사처럼, 술 한잔 생각날 때 전화하고 싶은 친구들과 함께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브라보!’를 외치게 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희망가’이다. 뮤직비디오는 일본 동경에서 촬영되었으며, 내용 또한 삶에 지친 그가 일본에서 공부중인 친구를 갑자기 찾아가 술 한잔에 모든걸 잊고 함께 ‘브라보!’를 외치는 모습이 다이내믹한 그의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랩 음악을 즐겨 부르지만, 진정 하고 싶은 음악은 록 음악이고, 즐겨 듣는 음악은 뉴에이지 음악이라고 하는 그의 앨범엔, 감성적인 어쿠스틱 사운드에서부터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까지 곳곳에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기분 좋은 음악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시적이면서 철학적인, 하지만 어렵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2004년 ‘브라보!’를 외치며 대중 앞에 선 ‘독고다이’ 유성규의 이유 있는 외출을 지켜보는 것도 하반기 가요계에 색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래퍼가 가질 수 있는 모든 편견을 버려라!
‘래퍼(Rapper)는 노래하면 안 된다’, ‘래퍼는 샘플링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의존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래퍼는 객원 보컬, 또는 자신의 크루와 함께 무대를 채운다’, ‘힙합을 외치는 래퍼는 정통 래퍼이고, 사랑타령을 하는 래퍼는 댄스가수다’… 이외에도 우리가 래퍼에게 가질 수 있는 수많은 편견과 선입견들…. 데뷔 앨범 [Backswing]을 발표한 유성규는 랩 음악을 들려주는 신예 뮤지션이지만, 여타의 래퍼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본인만의 스타일로 중무장한 첫 번째 앨범을 들고 대중 앞에 심판을 받기 위해 나섰다. 래퍼의 앨범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객원 보컬의 참여는 단 한 곡도 없으며, 수록곡 전부를 본인의 순수 창작곡으로 완성했다. 랩의 비중보다는 멜로디의 비중이 더 많지만, 래퍼만이 가지는, 소위 하고싶은 말을 다 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듯 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의 노랫말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자조적이지만, 너무도 쉽게 우리의 귓가에 맴돈다.
앨범을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록 사운드가 중심을 이루는데, 이는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는 장르에 또 다른 장르의 음악을 섞은 하이브리드(Hybrid)적인 성향이 상당히 짙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소위 정서가 맞지 않는 시끄러운 록 사운드라기보단 평소 유키 구라모토(Yuhki Kuramoto)와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의 음악을 즐겨 듣는 그의 감성이 더해져, 시원하고 임팩트가 강한 느낌의 록 사운드는 차용하되 뉴에이지 음악의 부드러운 감성이 적절히섞여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들어도 거부감 없는 록 사운드가 기본 바탕이 되고 있다. 그 위에 일반적으로 들을 수 있는 힙합 스타일의 랩이 아닌, 시적이고 감정의 선을 따라가는 그만의 랩 스타일이 더해져 완성된 그의 앨범은 래퍼가 가지는 모든 편견과 선입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멈추지 않는 자유의 숨소리 - 데뷔 앨범 [Backswing]
2004년 가을, 소리 없이 다가온 ‘독고다이’ 유성규의 첫 번째 앨범.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타이틀곡 ‘Bravo’는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청량제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시원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힙합 리듬이 가미된 ‘Bravo’는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한국형 랩 음악에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자살률이 사상 최대라고 하는 끝없는 경제불황 속에 “인생 뭐 있어? 한잔 해! Bravo~!”를 외치는 그는 그간 남몰래 숨겨왔던 힘겨웠던 지난날들이 ‘Bravo’를 만들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수록곡 전곡을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했고 프로듀싱까지 담당한 철저한 원맨(One Man) 밴드 형태의 앨범이지만 대중들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나름의 사실적이고 솔직한 독설이 돋보이는 ‘2U’, ‘Superstar’와 같은 힙합 음악에서부터 영국풍의 세련된 편곡이 돋보이는 브리티쉬팝 넘버 ‘비수’, ‘멈춰버린 시계’, 그리고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언플르그드(Unplugged) 힙합 스타일의 ‘비가 내려’, ‘사랑’ 등 하고싶은 음악은 맘껏 하되 대중들에게 설득력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매니아적인 요소와 대중적인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독고다이’ 유성규의 첫 번째 앨범 [Backswing]은 소리소문 없이 2004년 가을의 문턱에서 우리들의 가슴속에 자유의 숨소리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