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잘 밴드가 쏘아 올린 희망노래.
모던록과 전자악기 사운드가 범람하는 시대에 유행을 쫓는 말뿐인 복고가 아니라 진짜 한 시절쯤 과거로 돌아온 듯한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8년여를 활동했던 밴드의 첫 번째 작품으로 인간적인 것을 담고자 하는 밴드의 노력이 담겨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말미잘의 음악과 생각들은 과거의 향수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직접 만나본 그들은 수줍기 그지 없는 순수함을 지녔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이제 햇살을 보게 된 의지 넘치는 희망가를 의미한다.
소리소문 없이 조용히 활동했던 밴드 말미잘.
밴드 말미잘의 역사는 97년 3월 보컬을 담당하는 김정영과 정진석이 만나면서 이뤄진다. 이들은 현재 밴드의 전신인 사이키플라워라는 밴드를 같은 해에 결성했다. 기타를 담당하는 정진석은 Jazz아카데미 2기 수료생으로 많은 수강생들에게 오랫동안 레슨을 해온 이론과 실기에 능한 연주자이며 레드 제플린과 U2 등을 좋아하는 김정영은 이미 레드 제플린 Project Band를 거친 경력을 갖고 있다. 2000년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전개하면서 홍대, 목동 등지의 클럽에서 등지에서 활동했고 2003년 접어들어서는 3년간 꾸준히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던 여성 보컬리스트 지효진을 영입 밴드의 현재 라인업을 완성한다.
육지로 나온 말미잘의 우울과 낭만 그리고 희망을 담은 첫 앨범
Walking Like Seaflower
밴드 말미잘의 첫 앨범 ‘Walking Like Seaflower’는 음악은 ‘육지로 나온 말미잘의 우울과 낭만 그리고 희망’에 대한 컨셉의 6곡의 창작곡이 담겨있는 미니앨범이다. 언뜻보면 카멜의 유명한 컨셉 앨범 ‘Nude’의 느낌이 들 만큼 ‘외롭고 쓸쓸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컨셉 앨범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음악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다는 바램처럼 연출했다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즉 어떤 컨셉을 만들어 놓고 그에 맞춰 인위적인 곡을 위한 작업은 하지 않았으며 서로 상의하면서 자연스럽게 멤버 개개인의 정서가 묻어난 것이라고 한다. 한때는 음악적 목적성과 자신들의 표현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의식 중에서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미지가 표현된다는 인식을 갖고부터는 순간순간 최선의 감성을 쏟아 붇는데 노력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음악에는 단순한 열정, 순수함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런 반면 밴드의 음악적 성향은 다양하며 또한 복합적이다. 처음 들으면 이들의 음악은 듣기 편하고 몽롱한 슈가팝의 나긋함이 감겨오다가도, 복고풍의 하드록 사운드가 넘실대기도 하며, 블루지한 기타연주가 들려오기도 한다. 오래 전 들어봤던 언더그라운드 성향의 보컬이 있기도 하면서, 매우 서구적인 코러스라인이 조금은 듣는 이를 당혹스럽게도 하지만 오래된 음악경력만큼이나 안정적인 사운드와 다양한 음악요소들을 하나의 그릇으로 담아내는 만만치 않은 실력이 말미잘밴드 사운드의 장점이다. 어떤 음악을 모델로 외형적인 가공의 소리를 담으려는 노력보다 멤버 개개인 속에 감쳐진 요소들을 과장하지 않고 깨워내려는 수고야말로 말미잘 밴드 음악의 숨은 미덕이 아닐까 싶다.
앨범에 담겨있는 노래를 간단히 살펴보면 단순한 리듬과 어쿠스틱 기타를 바탕으로 담백한 맛이 일품인 첫 번째 트랙 ‘말미잘의 노래’는 나른하며 담담한 곡으로 이들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주는 곡이다. 특히 전체적인 앨범의 기조를 이루는 기타사운드는 비슷비슷한 기타사운드로 포화상태인 근래의 음악들 같지 않은 은은한 사운드의 스타일이 압권이다. 전형적인 기타사운드를 보여주는 ‘라쿠카라차’는 복고풍의 하드록 사운드로 맑은 음성의 김정영이 불렀으며 이어지는 ‘직립보행’은 육지로 나온 말미잘의 소통의 단절과 외로움을 읊조리고 있으며 사회에 대한 그들만의 혼란스러운 가치판단과 존재의식이 투영된 ‘길의 유혹’과 과거에 대한 회상을 담고 있는 ‘중독’은 멋진 후렴구와 듣기 좋은 코러스, 그리고 멋진 기타솔로가 담겨있는 곡으로 첫 곡에 이어 지효진이 다시 노래를 불러준다. 엔딩트랙 ‘몽’은 가벼운 어쿠스틱 기타 반주만으로 담아낸 또 다른 ‘말미잘’일런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팬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유혹의 메시지로 짧은 음반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말미잘의 음악은 그 밴드명의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것처럼 노래 한 곡 한 곡 안에도 많은 수사와 은유로 듣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참 의미는 진실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계속 듣게 되면 즐거워진다. 그것이 바로 말미잘의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의 음악활동에서 오는 그 동안 피로감이라고 할까? ‘말미잘’의 우울과 낭만은 즐겁지만 즐겁지 않고 슬프지만 슬프지 만도 않다. 마치 시추에이션 코미디처럼 짜맞추는 음악이 천지에 깔린 냉혹한 현실에서 그들의 노래처럼 진짜 ‘말미잘’이 걸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그들의 활동에서 우리는 그들의 희망을 발견하려고 한다. (Sonicedge 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