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의 시는 거꾸로 자라는 나무다.
뿌리는 하늘에 내리고 가지는 세상으로 뻗는다.
세상을 휘감아 돌다가 마음을 뚫고 깊은 데까지 지긋이 밀고 들어와
내 안의 욕망과 우울을 기도의 빛깔로 표백하는 것이다.
눈과 귀는 뜻이 지나가는 길일뿐 느끼는 건 어차피 가슴이겠으나,
이번에는 눈 감고 귀만 열어도 좋다.
지금까지 쓴 시들 가운데 가장 많이 애송된
사랑과 기도의 시 26편을 골라 해인의 목소리에 담았다.
음반 「해바라기 연가」는 이른바 ‘소리 시집’이다.
여기 모은 시들이야 지금까지 나온 해인의 작품집 어느 구석엔가
숨어 있겠지만, 책에는 해인의 음성이 없다.
어느 날 혼자 차창에 번지는 빗물을 와이퍼로 훔치다가
문득 가슴에 젖어드는 눈물까지 지우고 싶을 때,
그 때는 책보다 음반이 백번 낫다.
이해인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를 읽는 동안
노영심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피아노를 쳤다.
해인의 시가 영심의 건반 위에서 춤추었다.
영심에게 그것은 “차분한 기쁨”이었다.
시와 음악 사이에 흐르는 정이 어여쁘다.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라는 구절이
그대로 저의 삶이 되고 노래가 되기를 염원하며
먼 길을 기쁘게 걸어왔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는 이 ‘소리 시집’을 정성을 다해 낭송하는 동안
내내 고맙고 행복한 마음 … 메아리로 울려 퍼졌습니다. - 이해인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를 읽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피아노를 치는
‘차분한 기쁨’을 제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녀님이 반평생 지으신 아름다운 시의 집에
저는 이렇게 오래도록 머물고 싶습니다. - 노영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