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의 이복동생이라고 불려도 될 만큼 전 세계 대중음악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던 Funk 뮤직.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70년대 중, 후반 디스코의 열풍을 따라 ‘사랑과 평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 펼친 한국 Funk 음악의 유행은 대단하였었다. 그러나 이제는 7080 세대 대상의 방송 프로그램에서나 근근이 나오는 ‘박제된’ 음악으로 그 존재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형편. 최근 몇 년 사이 ‘시부야 사운드’를 앞세우는 신인 그룹이나 뮤지션이 나오기는 하였지만 이들 대부분은 컴퓨터나 전자 악기에 많이 의존하는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하여 제대로 된 Funk한 무대 모습은 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때 마치 대한민국의 Funk 음악을 다시 이어 나갈 듯 ‘갖출 것은 다 갖춘’ 5인조 밴드 모기가 싱글팩 ‘Urban Groove #1’으로 첫 걸음을 띄어 많은 주목이 예상된다. 드럼 김영준, 베이스 남정훈, 기타 허석, 키보드 POSTINO로 구성이 된 모기는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여성 보컬 김유진을 객원으로 초청, 탁월한 연주력을 바탕으로 리듬감이 풍부하면서 멜로딕한 도시적 색채가 짙은 특유의 사운드를 선 보이고 있다. 이번에 발매되는 싱글팩은 앞으로 출시될 ‘Urban Groove #2’, 그리고 앨범 ‘Urban Groove Album’ 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시작으로, 단발성이 아닌 일정한 타이틀을 가지고 자신들의 음악을 차츰 풀어나가려는 장기적인 기획이 돋보인다.
프로페셔널 뮤지션들
모기는 엄밀히 말해 ‘신인’은 아니다. 대한민국 언더그라운드의 메카 홍대 앞 클럽에서도 몇 차례 공연을 하여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고, 나름대로 팬들도 있는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착실하게(?) 거친 밴드이다. 한편으로는 이들은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 동기로 좋은 교수님들 밑에서 철저한 트레이닝을 받은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프로페셔널들이다. 학교를 졸업한 후, 맴버들 각자는 이승철, 이승환, 이현우, 윤종신, 박기영, 신승훈, 이수영, SES, 휘성, 빅마마, 김범수, 거미, 세븐, jk김동욱 등 가요계의 커다란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및 음반 제작에 참여를 하는 등 의 왕성한 활동하면서 국내 가요의 실질적 감각을 몸에 익히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나갔던 모기 멤버들은, 그 동안 배우고 느꼈던 음악적 기술과 해석력을 총동원하여 이제 자신들의 ‘소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Urban Groove
‘모기’의 뜻을 물을 때 마다 “그때 그때 달라요” 라면서 답을 회피하는 이 젊은 뮤지션들은 ‘Urban’, 즉 ‘도시’라는 단어를 자신들의 긴 음악생활의 화두話斗로 삼았다. 70년대 이후 산업화가 이미 자리 잡히면서 ‘소치고 개구리 잡던’ 농촌풍경은 앞선 세대의 기억으로 존재하고, 지금은 논두렁에서도 자장면을 시켜 먹고 아파트에 트랙터를 주차하는, 전 국토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파란 하늘과 녹색의 추억보다는 콘크리트 박스’ 속의 외로움과 네온사인의 현란함을 더욱 현실적으로 느끼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우리’에 속해 있는 모기이기에 각박한 도시의 삶을 같이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 모기의 음악은 이런 삶에 대한 얘기를 Funky한 리듬과 블루한 멜로디가 베어있는 그루브로 표현을 하고 위로를 하는 카타르시스적인 행위 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들의 ‘Urban Groove’는 단순한 도시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우리나라에 사는 우리의 모두의 삶을 모기방식으로 지칭하는 복합어라고 할 수 있다.
모기사운드
모기의 사운드는 ‘힘’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드러머 김영준 특유의 파워와 섬세함으로 잘 어우러진 리듬과 베이시스트 남정훈의 굵고 과감한 베이스 라인이 음악 전체의 그루브를 확실하게 리드하여 음악 전체적인 다이나믹은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그리고 그 위에 키보디스트 POSTINO의 넓고 깊은 감성의 건반연주와 기타리스트 허석의 리듬감이 풍부하지만 고운 기타톤이 곁들여지면서 이국적이면서 비주얼한 감성도 자극하는 모기 특유의 사운드가 만들어 진다. 그리고 이번 싱글팩의 보컬 김유진 특유의 보이스 컬러는 요새 만연하는 R&B 스타일의 열창과는 거리가 있지만 오히려 넓게 퍼져있는 모기 사운드의 스팩트럼을 더욱 부각시키는 동시에 불필요한 감정자극을 하지 않는 정리되고 깔끔한 사운드를 만들어 준다. 이런 것들을 복합한 모기의 사운드는 마치 아주 잘 계획된 신도시의 거리 풍경처럼 복합적이면서 상큼한 느낌을 전달한다.
실험정신
윤도현밴드, 김동률 등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의 음반 프로듀서 및 긱스, 봄여름가을겨울의 키보디스트로 맹활약하고 있는 실력파 뮤지션인 강호정이 Urban Groove #1 의 프로듀서를 담당하였다. 개인적으로는 강호정과 모기는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 사제지간이다. 즉, 서로의 음악적 이해와 목표를 너무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예술적’인 팀웤을 이루어 내어, 이번 싱글팩의 완성도를 훨씬 업그레이드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이번 ‘Urban Groove #1’를 제작하는데 있어 강호정과 모기가 세운 목표는 기존 가요의 사운드와는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소리를 구현하는데 중점을 두는 동시에 주제 ‘Urban Groove’를 음악적인 표현을 해야 하는 데 있었다. 즉, 가사로 의미전달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음악과 청각적인 요소로 청취자의 감성레벨을 한층 더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보다 생생한 도시의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노이즈를 악기와 같이 혹은, 음악의 일부분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래스 음악적 기법을 사용을 하는 등, 전체적인 작품성을 높이기 위하여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상상력을 최대한 살려 음악적인 요소로만 국한되지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자이로모기, 동감, I Can Fly 그리고 늘 기대하지만
‘자이로모기’는 이번 싱글팩의 타이틀 곡.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을 만들고 싶다’는 모기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다.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는 자신들의 음악을 상상의 놀이기구 ‘자이로모기’ 로 메타포적인 표현을 한 가사와 함께 듣는 이의 동심을 이끌어 내는 듯한 연주는 ‘세상을 다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흥겨움을 느끼게 한다. 두 번쨰 트랙 ‘동감’은 ‘사랑’으로 바보가 된 두 남녀가 서로를 스쳐 지나간 사랑으로 생각하여 평행선을 가고 있는 모습을 그린 노래이다. 이런 안타까움을 보컬과 내레이션 등으로 표현을 하여 영화OST와 같이 풍부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이 노래에 이은 세 번쨰 곡 ‘I Can Fly’는 Funk한 사운드로 댄스적인 요소가 많은 곡이다. 특히 기타 솔로로 시작되는 곡 후반부는 아주 화려한 연주로 70년대 후반기 Funk 음악과 비교되는 레트로적인 흥겨움으로 절정을 이루게 한다. 슬로우하면서 그루비한 기타로 시작이 되는 마지막 곡 ‘늘 그렇지만’은 모기의 기타리스트 허석의 작품이다. 크로스오버 재즈 스타일의 기타가 받쳐주는 김유진의 보컬은 모타운 계열의 R&B 스타일이 탄탄한 노래의 흐름과 함께 슬프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을 하면서 본 싱글팩의 끝을 정리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