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가든의 사운드는 오밀조밀하면서도 선이 굵다. 단음리프로 몰아가면서 클라이맥스로 질주하는 일본 스타일 사운드도 적지 않게 등장하지만 3분 내외의 짧은 곡들에서도 자잘한 변화를 주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곡들이 많다. 쏘아 붙이는듯한 일본 밴드들의 멜로디라인이 아니라 완급을 적당히 주면서 싱얼롱을 유도할만한 스타일이다. 보컬 하모니의 적절한 배치는 라이
브가 아닌, 레코딩으로 감상하는 펑크의 맛을 충분히 살려준다. 앨범을 거듭할수록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 패턴도 점점 다양해져 간다. 2005년 4월 20일 발매되어 오리콘 차트 2위에 오른<Riot on the grill>에서도 그런 엘르가든의 다이나믹한 사운드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그 동안 엘르가든의 사운드가 ‘소년’의 느낌이었다면 ‘청년’이 되어간다는 기분이랄까. ‘I Hate It’같은 발라드 넘버에서부터 어느새 일본 청소년들의 러브송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Marry Me’까지 앨범의 구성 역시 전작들에 비해 한층 다양해졌다. 물론 다른 어떤 밴드에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영어 발음이 곡의 흐름을 부드럽게 한다거나, 멜로디와 리듬이 훌륭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거나 하는, 엘르가든의 필살기는 그대로다. 다만 한결 여유로워졌다는 게 수록곡 전반에 걸쳐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다. 4장의 앨범을 발매하는 동안 슬럼프 한 번 없이 착실히 록 스타를 향한 성공의 계단을 밟아 올라왔다는 자신감, 그리고 앨범을 낼수록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해왔다는 성취감이 이런 여유를 뒷받침하지 않았을까. 맹렬히 연주하는 밴드를 향해 강풍을 타고 온갖 물건이 날아오고 괴이한 아저씨들이 등장하는 첫 싱글 ‘Red Hot'의 프로모션 비디오를 보면 아직 악동 기질이 남아 있는 듯도 하지만 뭐, 따지고 보면 그런 유머 감각이 펑크 밴드들의 미덕 아니던가. 멋있게 보이기 보다는 스스로 재밌어 하려는 태도 말이다. 따라서 이 앨범은 미국 사운드와 일본 사운드, 양 쪽의 팬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건 물론이고 (몇 안 되는 일본 펑크의 라이센스이긴 하지만) 동시대 일본 펑크로의 입문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