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앨범 타이틀 <one man>
“그냥 말 그대로, 혼자서 했다는 뜻이죠.
정말 혼자서 다 했거든요. 작사 작곡 편곡 연주 프로그래밍, 녹음..
하다보면 욕심도 생긴적이 있어요. 나보다 더 가사 잘 쓰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다는 욕심, 나보다 연주를 잘하는 사람에게, 이 부분만 연주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욕심, 아직도 두려움이 앞서는 보컬은 특히 더 그랬죠. 객원 보컬을 쓰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었는지...”
HUE로 활동하던 시절, 열 개이상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던 정지찬, 그가 부탁했다면 두 말없이 도와줄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지만 그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단 한가지 사실을 늘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멋진 앨범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만들자.”
그도 한때는 사운드의 완성도에 또, 사소하지만 절묘한 연주 테크닉에 마음을 빼앗긴 적도 있었지만, 데뷔 10년차가 된 요즘 그는 아주 당연한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가장 듣기 좋은 음악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라는 사실. 그리고 결국 기계와 기술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음악에 있어서는 너무도 미미하다는 사실.
>
2. 변화
“예전 음악하고 뭐가 달라졌는지 많이들 궁금해하세요. 그러면 저는 그냥 그렇게 대답해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악기가 좀 달라졌겠죠. 그리고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그 나이만큼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을테고... 그런데, 꼭 달라져야 되는건 아니잖아요.”
정지찬은 느린 편이다. 가끔 깜짝 놀랄 순발력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재주를 제외한다면, 말도 걸음걸이도 음악을 만드는 속도도 꽤 느린 사람에 속한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모습도 여간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이제는 대중 음악도 달리 살길을 찾아야한다거나, 다른 판로를 찾아야 한다는 거나, 어떻게든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려야 한다는 것 등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면, 그는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곤 한다. 빨리빨리 바뀌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끝까지 바뀌지 않는 그 무엇일거라고. 그가 생각하는 끝까지 바뀌지 않는 그 무엇은, 당연하게도, 좋은 음악을 만들어 세상에 내어놓는 것이다. 잘 팔릴 음악이나 잘 팔릴 장르가 아니라, 그가 좋아하고 그가 잘 할 수 있는 착한 음악.
>
3. 꿈을 꾸다
“앨범 모니터 하신 분들이, 몽환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그런데 그 평이 저는 아주 마음에 들어요. 사실 이 앨범 만드는 동안, 하드에 저장했던 데이터를 몇 번이나 날리는 사고가 있었거든요. 그걸 복구하고, 다시 만드는 그 시간 동안, 제가 혼자 작업실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겠어요. 눈은 뜨고 있었지만, 거의 꿈꾸다 시피 했던 것 같아요.”
정지찬은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가 자주 생각하고 깊게 생각하는 주제에 대해 누군가가 질문을 던지면, 질문을 한 사람은 밤새도록 그와 이야기를 나눌 각오를 해야할 지도 모른다. 그가 관심있어하고 그가 좋아하는 이야기거리는 주로 그런 것들이다. 인간과 환경, 하나뿐인 지구, 인도와 요가, 채식과 배려, 그리고 사랑, 특히 옛사랑.
또 한번 인도여행을 꿈꾸고, 채식주의자이며, 헤어진지 몇해가 지난 그녀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아직도 가방 속에 넣고 다니고, 그걸 들키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분쟁의 보도를 듣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는 꿈을 꾸는 사람임이 확실해 보인다.
>
4. 가사
“가사도 제가 다 썼어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데 그렇게 치자면 사실 노래도 제가 부르면 안되는 거거든요.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얼마나 많아요. 글 잘 쓰는 사람도 많고. 하지만 서툰 말이라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줄줄 늘어놓아야, 최소한의 의미는 전할 수 있는거 아닐까 생각했어요. 부끄럽지만 몇몇 노래들은 가사와 멜로디가 한꺼번에 떠올라 단숨에 써내려 간 것도 있는데, 그런 노래들은 제가 들으면서 눈물도 나고 그렇거든요. 남의 이야기는 아무리 잘 써도 빈틈이 생기기 마련인데, 정말 진심어린 이야기는 오히려 대충 말해도 전달하는데 빈틈은 생기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해가 바뀌어 우리나이로 서른 다섯이 된 정지찬, 사랑했던 사람의 결혼소식을 들었던 날, 그는 곡 하나를 단숨에 완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에게 그런 말을 건넸다고 한다. 이 곡이 그녀가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인 것 같다고. 그의 가사는 반짝거리며 떨어져 내리는 눈송이 라기 보단, 그저 쌓여있는 눈처럼 자연스럽다. 내가 제일 슬프다고 울부짖는 가사들 속에서 그저 “마음이 아프다” 말하는 그의 가사는 그래서 오히려 참신하다.
>
5. 수록곡들에 대한 설명
1. 바다의노래 -
웅장한 전주부터 역동적인 고래의 힘이 느껴진다.
어쿠스틱 기타의 리듬이 한층 세련된 느낌을 선사한다.
곡의 후반부에 나오는 고래의 소리는, 실제 고래의 소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눈을 감고 듣고 있노라면, 고래와 ‘친환경주의자’ 정지찬이 듀엣을 하고 있는 느낌
2. 눈사람 -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계절에 꼭 맞는 제목과 아련한 느낌의 아름다운 발라드 곡이다.
차가운 눈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모습이 어쩐지 따뜻한 눈사람처럼,
결코 행복하지 않은 가사의 노래지만, 보컬의 느낌은 그래도 따사롭다.
슬퍼도 원망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3. 思香 -
도심 한복판에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빠져드는 느낌을 그린 연주곡.
어쿠스틱 기타 소리에 따라 걸음을 걷고 멈추며 들어보면,
머리위에서 하늘의 색깔이 변하는 듯한 느낌이다.
4. 상처-
아픈 사랑의 상처를 노래한 피아노곡, 화려한 간주가 인상적.
5. Diamond in your mind -
클랙식기타의 리드키컬한 전주가 스팅의 음악을 들을때처럼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다.
사랑이 공평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찾아오듯,
누구에나 마음 속에는, 하나의 다이아몬드를 지니고 있다는 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