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시를 쓰고, 작곡가는 곡을 쓰고 시인과 가수가 함께 노래 부르는 것, 아니면 가수들이 시를 쓰고 시인들이 노래 부르는 것, 그렇게 해서 시의 몸과 노래의 정신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 그렇게 한 몸이 된 시와 노래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때로 힘차게 고동치면서 조용히, 혹은 뜨겁게 울려 퍼지는 것... 시노래모임 나팔꽃이 만들고 나누는 시노래는 아름다운 서정성 그 자체이며 삶을 관조하는 듯 깊고 투명한 울림을 주는 노래들입니다... 섬진강시인 김용택 특집 음반으로 자연과 삶, 사랑의 시들이 노래 속에 오롯이 스며들어 은은하게, 때론 깊게 마음속에 울림을 주는 음반입니다. '6월' '너를 향한 이 그리움' 등 김용택 시에 붙인 노래 5곡과 새로 동인으로 합류한 시인 정희성, 정일근, 나희덕의 시에 붙인 시노래 등 총 14곡의 시노래가 실려 있습니다. 우리들의 시와 노래가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아 사람들의 발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이 세상에 나만이 알고 있는 숲이 있네 오랫동안 나만이 알고 있는 숲이 있네 눈 내리고 바람이 불어 차곡차곡 솔잎쌓인 고요한 그 숲길에서 오래 이룬 단 한번의 사랑 당신은 내게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랑 눈 내리고 바람이 불어 차곡차곡 솔잎 쌓인 고요한 그 숲길에서 오래 이룬 단 한번의 사랑 당신은 내게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랑 당신은 내게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랑 이 세상에 나만이 알고 있는 그런 사랑 나만이 알고 있는 나만이 알고 있는 그런 사랑
이제는 귀밑머리 스산한 형님 이 세상에 애처롭게 사라지는 것들이 어찌 저 작은 모래알 위에 찍힌 희미한 발자욱뿐이겠습니까 숨가쁘게, 숨이 가쁘게 흘러온 것들이 어찌 저 강물뿐이겠습니까 이만큼 떨어져서 걷다 뒤돌아다보면 내 발자욱도 형님 발자욱도 잔물결에 씻기어 사라지고 물만 흐릅니다
형님 우리의 아름다운 일생도 정겨운 형님과 나의 인연도 언젠가는 저 물새 발자욱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산그늘 잠긴 물만 흐르겠지요.
다섯시 사십사분의 방이 다섯시 사십오분의 방에게 누워 있는 나를 넘겨주는 것 슬픈 집 한 채를 들여다보듯 몸을 비추던 햇살이 불현듯 그 온기를 거두어가는 것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내 몸 비로소 아프기 시작하고 가만, 가만, 가만히 금이 간 갈비뼈를 혼자 쓰다듬는 저녁
멀리서 나무 한그루 쓰러지고 나무 껍질이 시들기 시작하는 것 시든 손등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 다섯시 사십오분에서 기억은 멈추고 어둠은 더 깊어지지 않고 아무도 쓰러진 나무를 거두어가지 않는 것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내 몸 비로소 아프기 시작하고 가만, 가만, 가만히 금이 간 갈비뼈를 혼자 쓰다듬는 저녁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담던 접동새소리 별 그림자 그 물에 쌀을 씻어 밥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 별들이 뜬 별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연애 시절 그때가 좋았는가 들녘에서도 바닷가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이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있던 시절 사시사철 바라보는 곳마다 진달래 붉게 피고 비가 왔다 하면 억수비 눈이 내렸다 하면 폭설 오도가도 못하고, 가만있지는 더욱 못하고 길거리에서 찻집에서 자취방에서 쓸쓸하고 높던 연애 그때가 좋았는가 연애 시절아, 너를 부르다가 나는 등짝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 무릇 연애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기에 문득 문득 사람이 사람을 벗어버리고 아아, 어린 늑대가 되어 마음을 숨기고 여우가 되어 꼬리를 숨기고 바람 부는 곳에서 오랜 동안 흑흑 울고 싶은 것이기에 연애 시절아, 그날은 가도 두 사람은 남아 있다 우리가 서로 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 오늘도 밤하늘에는 별이 뜬다 연애 시절아, 그것 봐라 사랑은 쓰러진 그리움이 아니라 시시각각 다가오는 증기기관차 아니냐 그리하여 우리 살아 있을 동안 삶이란 끝끝내 연애 아니냐 연애 연애 연애아니냐
내 이름 너희들의 방언으로 애기똥풀이라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몸 꺾어 노란 피 내보이며 노란 애기똥을 닮았지, 증명하려고는 마
너희들이 명명한 가벼운 이름, 더 가벼운 손짓에 나는 상처받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어 너희들 속에 생명이 있다면 내 속에도 뜨거움이 있고 너희들이 이 땅에 존재한다면 나도 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어 이제 우리 서로 사랑하기로 해 내 너희들에게 착한 자연이 되듯이 너희들도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줘 너희들의 방언으로 내 이름 부르기 전에 이제는 내 방언에 귀 기울여줘 내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너희들의 이름 부르고 있는지 아니 귀 기울여줘, 내가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친구라고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