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홀릭’, ‘놀러와’의 1집 <Florist>에서 스위티한 팝 록을 선보이고, ‘Sky’, ‘magic’의 2집 <Invisible Things>에서는 스트레이트한 팝 록을 선보였다면, ‘차라의 숲’이 도사리고 있는 야심작 3집 <Nice Dream>에서는 꿈꾸는 듯 드라마틱한 팝 록의 진수를 선보인다.
여성 보컬의 모던 록, 혹은 팝 록은 21세기 이후 한국 대중음악에서 매우 중요한 장르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단순히 여성 보컬리스트의 재능과 목소리에만 의존하거나 색깔 없고 천편일률적인 팝 록이 아니라 3명의 멤버 모두가 작곡과 작사에 참여할 정도로 각자 탄탄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라인을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러브홀릭의 음악적 특성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록 음악을 접하지 못한 록 음악 새내기도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입문용의 음악인 동시에 여성 보컬 모던 록에 심취한 매니아들도 외면하지 않는 것이 바로 러브홀릭의 노래들이다. 초심자와 매니아를 모두 끌어당길 수 있는 러브홀릭 음악의 핵심은 지선의 아름다우면서 슬픈 양면성을 지닌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실려나오는 환상의 멜로디들이다.
CD를 플레이 하자마자 경쾌하게 들려오는 첫 곡은 <일요일 맑음>이다. 단순한 기타 팝이 아닌, 브라스를 비롯한 온갖 악기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며 만들어내는 그루브는 러브홀릭 특유의 맑은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러브홀릭의 음악이 지닌 강점은 듣는 이들의 감정을 1초 만에 자극한다는 점이다. <일요일 맑음>은 그야말로 플레이와 동시에 듣는 이들이 행복해지는 넘버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햇살 속을 함께 걷는 상쾌함으로 시작된 앨범은 뒤이어 등장하는 타이틀 곡 <차라의 숲>으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맞이한다.
타이틀 곡인 2번 트랙 <차라의 숲>은 생기 있고 활기찬 미들템포 곡이다. 러브홀릭 특유의 코러스와 함께 등장하는 전주로부터 차분하게 진행되는 인트로, 그리고 러브홀릭의 트레이드마크인 ‘중독성 강한 클라이막스’로 이뤄지는 곡의 진행은 길지 않은 4분여의 러닝타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극적 전개로 노래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만든다.
러브홀릭이 3집 앨범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바로 ‘드라마틱한 분위기’다. 같은 음표를 발성하더라도 그 분위기에 따라 음색 자체를 차별화하는 지선의 카멜레온 같은 목소리가 드라마틱하고 강현민과 이재학이 때로는 지선 자신이 만들어낸 멜로디라인 역시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이 변화무쌍하다. 바로 3집의 키워드인 ‘드라마틱한 팝 록’의 전형이 바로 <차라의 숲>인 것이다. 이 곡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것은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애수가 서려있다는 점이다. 노래의 감정 역시 단순하지 않고 드라마틱한 것이다.
인상 깊은 기타 소리로 시작되는 4번 트랙 <나의 태양은 지고...>는 박력 있는 미들 템포와 두터운 웅장감을 지니고 있지만, 애절한 멜로디라인이 실려있는 전체 악곡의 느낌은 그야말로 애수로 가득 차 있다. 애절한 클라이막스의 멜로디라인은 듣는 이들의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어 그들의 마음 속에서 드라마를 만들어낼 것이다.
드라마 ‘봄의 왈츠’에 삽입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One Love> 역시 이번 3집 음반의 수록 곡 이다. 3집의 키워드가 ‘드라마틱’인 것에 멈추지 않고 아예 드라마의 OST가 등장하는 재미있는 장면이다. 서두의 기타 아르페지오로부터 드라이한 사운드로 들려오지만 짚어내는 멜로디는 매우 젖어있는 지선의 목소리까지 모두가 풍부한 감정을 지닌 멜로드라마와 같은 느낌이다. 가장 먼저 중독된 이들은 ‘봄의 왈츠’를 통해 이 곡을 접한 네티즌들이다. 그들의 블로그는 이미 <One Love>로 도배되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 일본의 히트 드라마 ‘동경만경’에 삽입되었고 일본 인기 여가수 카하라 토모미’가 리메이크 하여 해외작곡가로서는 최초로 일본 작곡가 협회에서 선정하는 그해 가장 우수한 7곡 중 한곡으로 선정된 강현민의 일기예보 시절의 명곡 <그대만 있다면>은 러브홀릭의 감수성으로 재 편곡되어 애절함을 더해 새롭게 수록 되었다.
멤버들이 한 챕터씩을 번갈아 부르고 있는 <인어, 세상을 걷다>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한 느낌의 드라마틱한 경험이다. 듣는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리듬의 진행이 있으며 멤버들의 조화로운 호흡이 돋보이는 코러스나 동화적인 가사까지, 짧은 시간 동안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1집에서는 <러브홀릭>이 첫 히트를 기록한 이후 <놀러와>, <Rainy Day>, <인형의 꿈> 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고 2집에서는 타이틀곡 <Sky>의 히트 이후 <Magic>, <Sylvia>등 이 더 오랫동안 러브홀릭을 사랑받게 만들었듯이 3집에서도 아주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귓가에 맴돌 넘버 역시 도사리고 있다.
산뜻한 멜로디에 오케스트레이션의 사랑스러운 선율이 새로운 봄의 느낌을 전달하는 모던 팝 넘버인 <TV>를 비롯해 애절한 발라드 <Leave me>, 장난끼 어린 인트로로 시작하는 스트레이트한 락 넘버 <Run>, 차분하며 부드러운 리듬 위에 얹혀진 몽환적이며 감각적인 사운드들이 우수 어린 지선의 목소리를 감싸고 있는 <화분>등 수록곡들 하나 하나가 러브홀릭의 음반이 소모적인 히트곡만으로 가득한 앨범이 아니라 오랫동안 듣는 이들의 플레이어를 떠나지 않게 하는 장점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몽환적이면서도 행복감 가득한 수록 곡 들은 이번 앨범이 왜 ‘드라마틱 러브홀릭’인지 명쾌한 해답을 주기에 충분하다.
러브홀릭의 세 번째 음반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세계화’된 앨범이라는 점이다. 한국 대중음악 특유의 진행과 멜로디라인을 그대로 간직한 동시에 서구 팝/록이 지니고 있는 최신 트렌드를 그대로 맛볼 수 있는데다 때로 인도풍의 악기 구성이 등장하기도 하고 <녹색 소파>와 같이 아일랜드 음악적인 감성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어떤 도시에서 들려와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글로벌한 느낌의 앨범이 바로 러브홀릭의 세 번째 음반인 것이다.
2006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