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 밴드 비누도둑의 통기타 중심 EP. 비누도둑 특유의 맑고 가볍고 즐거운 느낌으로, 매우 담백하다. 전체적으로 꽉 차기보다는 텅텅 비어 스스로의 울림을 즐거워하는 로우파이 '빈 음반'으로, 어느 한 구석 합성 짜깁기 원료도, 표절 MSG도 찾아볼 수 없는, 인생 유기농 창작의 밭에서 직접 뽑아낸 노래 한 다발, 기타 한 다발, 베이스 한 다발,? 여기에 청정 해역에서 거둬온 신서 몇 가닥을 우려내고 가끔씩은 있는 듯 없는 듯 은근한 드럼 몇 숟갈을 친 이른 바 '청정음반'이다.
이번 EP는 그 동안의 드러머 없는 시절을 반영하는, 통기타 하나 들고 불러대는 노래 분위기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 1999년부터 왠지 좀더 포크적인 노래들을 해보고 싶던 남승희가 만들 계획을 세웠는데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늦어지다가 2004년에야 나오게 되었다. 처음엔 진짜로 통기타 하나만 가지고 만들려고 했지만 너무 썰렁하다는 주변의 충고를 들어 2003년에 신서 라인을 추가했고 2004년 여름에 녹음을 했다.
구성은 보컬, 통기타, 베이스, 신서로 이루어지고, 간간이 드럼이 들어간다. 보컬은 예의 그 '청아한' 목소리가 여전한데 펑크적인 지르기가 많이 사라지면서 더 부드럽고 팝적인, 포크적인 느낌이다. 통기타는 퍼스트 기타리스트를 못 구해 남승희가 오로지 리듬기타로만 만들었는데, 어설프지만 노래 전체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는 그런 대로 성공하고 있다. 베이스는 예전의 역동적이며 화려한 플레이를 약간 자제하고 좀더 은근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신서 역시 키보디스트가 없어 남승희가 직접 낯선 선서를 두드리며 만들었다. 그러나 왠지 빈 듯한 사운드가 정겨우며 몇몇 곡은 신서 라인이 보컬 라인 못지 않게 이쁘다.
노래 해설
‘어쿠스틱 고양이’의 기본 컨셉을 보여주는 노래는 1 ‘가늘고 길게’, 2 ‘많아’이다. ‘가늘고 길게’는 앨범의 머리곡이면서 전체의 부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진짜 통기타 위주의 곡이다. ‘가늘고 길게’는 작곡자 남승희의 좌우명이라고 하며 꿋꿋하게 가늘고 길게 인생길을 가는 걸음걸이는 그대로 2 ‘많다’로 이어진다. 그외로도 4 ‘예쁜 옷을 입으면’,
7 ‘들어봐’, 8 ‘널 사랑해 난’, 9 ‘Waiting time’, 11 ‘색칠공부’. 12 ‘도둑 고양이’들이 통기타 위주의 노래들이다. 11 ‘색칠공부’는 가장 최근의 곡으로 기타녹음을 시작하던 날 탄생했다. 근래의 철학적 깨달음을 노래로 만들었다고 한다. 12 ‘도둑 고양이’는 ‘어쿠스틱 고양이’가 탄생하게 된 시작점으로, 1999년 어느날 클럽빵 공연을 하기 전 빵과 옆 건물 사이에 앉아 노닥거리다가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5 ‘홀로가 좋아’ 6 ‘당근주스’ 등은 원래 경쾌발랄한 밴드음악으로서 만든 것이지만 1집을 낼 때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서 이번에 통기타 버전으로 만들었다. 특 10 ‘많이 안아주고 싶어요’는 발랄한 사춘기 소년의 사랑을 다룬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딱이라는 작곡가의 말. 3 ‘나는 원래 이래요’는 유일하게 작사를 남승희가 하지 않은 곡으로 스노우캣 작사다. 인터넷의 유명한 귀차니스트 햏자 스노우캣(http://www.snowcat.co.kr)의 그림일기에 붙여놓은 노랙 없는 가사였는데 그 그림일기를 보고 영감을 받은 남승희가 작곡을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