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월드뮤직그룹 푸리가 첫 음반 <이동> 이후 8년 만에 제 2집 앨범을 발표한다. 국내 최초의 창작타악그룹에서 월드뮤직그룹으로 음악의 폭과 그 가능성을 넓혀 온 푸리는 이번 음반에서 지난 십여 년간 구축해 온 푸리만의 스타일을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년간 그래왔듯이 서두름 없이, 지속적으로, 재미있게, 그러나 치열하게 작품을 만들고 연주하며, 세계를 향해, 인간을 향해, 풀림과 상생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음악의 전령이 될 것이다.
‘간’(원 일 작곡)과 ‘추억’(임방울 작곡) 외의 모든 곡은 한국의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으며, ‘간’의 현악합주는 레오쉬 스바로프스키(Leos Svarovsky)의 지휘 아래 체코필하모닉 오케스트라(Czech Philharmonic Orchestra)의 연주이다.
I. 간(間) `The Space` (Ghan `The Space`)
푸리 1집의 '간(間)' 연주가 단 한번의 녹음에서 탄생된 자연스러움이 특징이라고 한다면
폭넓게 정리된 피리멜로디, 그리고 기타와 오케스트라의 시원한 울림 속에서 연주되는 이번 '간'은 너무도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버전에 `The space` 라는 별도의 애칭을 붙였다.
하늘과 땅, 인간과 인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들에 대한 시적 울림을 피리가 노래한다. 이 노래를 더욱 드높여 장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기타와 현악기들이다.
II. 비나리 (Binari)
`비나리`는 `빌다`의 옛 명사형으로 액은 물리치고 살을 풀어내어 우리네 삶에 길하고 경사스런 일들만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노래이다.
별빛 총총한 새벽, 남보다 일찍 일어나 우물물 먼저 길어 천지신명께 바쳐놓고 '우리 귀한 가장과 자손들 어딜 가든 귀인 상봉, 선인 상봉 하게 하시고, 걸음마다 꽃이 피고 말끝마다 향기 일게 하소서'라고 축수하던 우리네 어머니의 소박한 바람이 노랫말이 되어 소리로 짜여진 것이다.
III. 자룡 활 쏘다 (Jaryong Shooting an Arrow)
판소리 적벽가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음악적 밀도가 뛰어난 대목인 `조자룡 활쏘는 대목`을 재구성한 곡으로, 제갈공명을 죽이고자 쫓아오는 오나라 장수들과 공명을 보호하여 오나라를 탈출하는 조자룡간의 쫓고 쫓기는 긴박한 추격전을 푸리(Puri)의 방식으로 풀어내었다.
원곡은 소리꾼이 고수 한 사람의 북반주에 맞춰 자진모리장단으로만 길게 부르도록 되어 있는데, 푸리는 여기에 중모리, 엇모리장단을 새로 넣고 다양한 리듬패턴을 만들었으며, 각종타악기와 피아노, 디제리두 등의 음악적 색채를 더함으로써 다이내믹을 강화하고 원곡이 가진 극적인 요소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였다.
IV. 다드리 Ⅲ (Dahdri III)
동양적 의미에서 장고의 궁편은 음이요, 채편은 양을 의미한다. 하지만 궁굴채를 쓰는 설장고 연주에서는 힘찬 궁편의 소리가 남성적이요 화려하고 다양한 가락을 구사하는 채편이 오히려 여성적이다. '다드리'는 푸리가 만든 의성어로 채편이 다드락 거리며 변화하는 가락들을 뜻하는 곡명이다.
이번 다드리 세 번째 버전에서는 한국음악장단의 핵심에 있으며 가장 오래된 오(五)박자의 다양한 변주와 휘모리 가락의 패턴 만들기를 음악적 특징으로 삼았다. 장고는 한국음악에서 가장 원초적인 리듬 정보들을 다양화하는 최고의 타악기이다. 그 드라이한 세계의 묘미를 즐기는 것도 푸리의 음악을 감상하는 한 축임에 분명하다.
V. 도천궁(導天宮) (Docheongung)
도천궁은 여한(餘恨) 많은 망자(亡者)의 넋을 달래고 위로하여 맑은 넋, 맑은 혼으로 천궁(天宮)으로 가시도록 씻기고 축원하는 진혼의 노래이다.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 죽음이 전쟁으로 인한 것이든, 기아나 질병, 테러로 인한 것이든, 또한 억울한 죽음이든, 숭고한 죽음이든, 죽는 이유도 모르면서 죽어가는 속절없는 죽음이든 인간의 죽음은 슬플 수 밖에 없고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이 세상의 모든 죽음 앞에 바치는 이 짧은 위안의 말이 그 가엾은 넋들에게도 들렸으면….
VI. 추억(追憶) (Reminiscence)
사랑하는 여인을 저 세상에 먼저 여의어 보내고 홀로 이세상에 남은 어느 판소리 명창이 생전에 여인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지어 불렀다는 노래이다.
함께 했던 추억이라도 없었다면 차라리 덜 힘들었을까? 사무치는 그리움을 차마 이기지 못하는 애절한 심정을 피아노선율 장단 삼아 진한 계면조 소리로 그려본다.
VII. 대취타(大吹打) (Daechuita)
푸리스타일로 새롭게 옷을 입은 대취타(大吹打)는 전통음악 중에서도 가장 장쾌한 가락과 타악기들의 울림으로 연주되는 곡이다. 시작과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우주적 사운드, 장엄함 속에서 울려 퍼지는 전통적 대취타선율의 도입부. 그리고 끊임없이 새롭게 열리는 사운드 속에서 영남농악의 반길군악 장단을 타고 대취타선율과 능게가락의 선율이 교차된다.
이 곡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는 영원에 대한 표현을 담아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