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디바’, 이선희 Story
데뷔 30주년 맞는 이선희 데뷔 첫 독집음반 ‘아! 옛날이여’
데뷔 30주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소녀’같은 모습에 맑고 투명한 음색, 그리고 한층 깊어진 감성... 이선희는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는 불가사의한 매력의 소유자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최고의 디바’, 이선희의 첫 독집음반 리마스터링(Remastering) 작업은 그래서 의미가 더욱 크다.
언론에 근황이 전혀 알려지지 않던 지난 2009년, ‘불우이웃돕기공연’이 펼쳐지던 여의도 KBS홀. 예고 없이 무대에 이선희가 깜짝 등장했다. 미국에서 막 돌아와 처음 서는 무대라고 했고 비공식적으로 선 무대인만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때 다시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다고도 했다. 이 무대에서 그녀가 부른 노래는 ‘아! 옛날이여’였다. 짤막한 멘트도 곁들였다.
“제가 처음 데뷔해 이 노래를 부를 때 넥타이부대 아저씨 팬들이 한마디씩 했지요. 조그만 게 벌써부터 ‘옛날이여’를 부르짖느냐고... 그 말뜻을, 그리고 이 노래의 진정한 의미를 이제 서야 조금씩 알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노래입니다.”라고.
지금까지도 7080세대들에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MBC-FM 주최 ‘강변가요제’가 거론될 때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름이 이선희다. ‘강변가요제’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그리고 그가 부른 ‘J에게’는 최고의 명곡으로 꼽힌다.
1984년, 강변가요제 무대에 처음 섰던 이선희의 모습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혼성듀엣인 만큼 치마를 입는 게 좋겠다는 방송사 측 권유에 따라 즉석에서 빌려 입은 통 큰 남색치마 차림의 선머슴아 같은 펑크머리의 어줍잖은 모습... 그러나 그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파워풀한 가창력은 모두를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대상을 거머쥔 ‘J에게’는 다음날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했고 이 노래를 부른 주인공에겐 각종 매스컴의 플래시 세례가 집중됐다.
그러나 정작 주목을 받은 건 혼성듀엣 ‘4막5장’이 아니라 이선희였다. ‘특별히 주목을 받을만한 외모가 아니라서 더욱 주목을 받은’ 이 때 묻지 않은 수수한 모습은 오히려 누구에게나 친근함을 주었고 젊은이들은 너도 나도 ‘J’이길 자청했을 만큼 ‘J에게 열풍’은 대단했다.
‘J에게’ 보다 더 폭발적인 가창력을 생생히 보여준 노래가 바로 이 첫 독집음반 타이틀 곡 ‘아! 옛날이여’다. 지금은 지나간 날을 회고하는 대명사 격인 단어로 자리매김 된 ‘아, 옛날이여’는 발표되자마자 KBS ‘가요 톱10 골든 컵(5주 연속 1위)’을 차지했고 수록곡 중 ‘갈등’, ‘소녀의 기도’,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등 무려 일곱 곡이 차트에 동시 진입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트레이드마크인 동그란 안경과 커트 머리가 여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되었을 만큼 ‘이선희 신드롬'은 거셌다.
지금은 여성적으로 스타일이 바뀌어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데뷔 당시엔 중성적인 보이시한 매력과 가창력으로, 여가수로써는 드물게 하이틴 잡지와 음반에 실물 사이즈 브로마이드를 넣어 제작될 정도로 사랑 받는 ‘책받침 스타’이자 ‘언니부대’의 원조였다.
당시 한 잡지와의 ‘100문100답’에서 털어놓은 ‘J에게’ 탄생 배경도 화제가 되었다. 작곡가 이세건의 악보 ‘J에게’가 한 작곡가 사무실에서 휴지통에 버려지는 것을 보고 그 속에서 건져냈다는 일화가 그것. 결과적으로 ‘버려진 노래’를 찾아내 ‘보물’로 만든 셈이다.
‘아! 옛날이여’ 역시 다른 가수에 의해 먼저 발표되었으나 묻혀져 있던 노래였다. 가수 진필에 의해 1년 여 전인 83년 5월에 발표될 당시 노래 제목은 ‘그때와 지금(박건호 작사, 송주호 작곡)’. 이 노래 또한 이선희에게로 와서 비로소 빛을 본 노래다. 이러한 일화는 단지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다소 운명적이라고 여겨진다. 비로소 노래가 주인을 만난 것, 이라고 해석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경은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한다. ‘최고의 디바’라는 찬사를 받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그리고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선희의 빛나는 역작, 이 첫 독집음반이 취입 당시 원음 그대로 리마스터링되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보석 이상의 소중한 가치를 지닌 원석을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 부르기 위해 그때 취입해놓은 듯한 이 음반은 그 때문에 더욱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글 l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Recorded : 1986. 6. JLS-1202073
Remastered : 2014. 10. .... ....